[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글로벌 경쟁사들이 투명하게 공개하는 약물전달체를
툴젠(199800)은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유전자가위 플랫폼에서 약물전달체는 종류에 따라 약효 차이가 날 정도로 중요하다. 따라서 툴젠이 약물전달체를 확보했다면 투자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인비보(in-vivo) 약물전달체 중 하나인 AAV 종류별 타깃. (자료=삼성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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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툴젠은 약물전달체로 AAV(아데노부속 바이러스)를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AAV인지는 단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툴젠은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으로 의약품을 개발할 경우 정확한 타깃으로 가도록 하는 약물전달체 확보가 핵심 기술로 꼽힌다. 유전자가위 약물전달체는 두 가지로 나뉜다. 약물을 투여해 우리 몸 안에서 유전자 편집이 일어나게 하는 것은 인비보(in-vivo) 방식이다. 반대로 사람 몸에서 세포를 꺼내 유전자 편집을 한 다음 몸 안으로 다시 넣는 방식은 엑스비보(ex-vivo)다.
크리스퍼 캐스9 글로벌 경쟁사(나스닥 톱3) 모두 중요한 투자 정보인 약물전달체를 공개하고 있다. 에디타스 메디슨(Editas Medicine)은 안과질환(리베르 선천성 암시증) EDIT-101에 인비보 방식 중 하나인 AAV 중에서 ‘AAV5’ 타입을 약물전달체로 사용하고 있다. 베타지중해빈혈(희귀 소아질환) EDIT-301은 엑스비보(RNA 단백질 전기천공) 방식이다.
미국 인텔리아 테라퓨틱스(Intellia Therapeutics)는 NTLA-2001(가족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과 NTLA-2002(유전성 혈관부종)에 인비보 방식 중 하나인 mRNA LNP(지질나노입자)를 약물전달체로 적용했다. 엑스비보 파이프라인 OTQ923(겸상적혈구질환), NTLA-5001(급성골수성백혈병)에는 LNP를 사용한다.
스위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는 CTX001(겸상적혈구빈혈과 베타지중해빈혈), CTX110(혈액암), CTX120(혈액암), CTX130(고형암/혈액암) 등 4개 파이프라인 모두 엑스비보 방식의 RNA 단백질 전기천공을 사용한다고 공개한 상태다.
약물전달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툴젠 관계자는 “간, 눈, 신경 등 각 부위마다 다른 종류의 AAV를 쓰고 있다”며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AAV 종류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 다른 회사가 따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전문가들은 툴젠의 해명이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익명의 연구원은 “AAV는 종류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각 질환마다 적용하는 AAV가 다르다. 대부분의 AAV 원천특허는 만료가 됐다”며 “이미 글로벌 경쟁사들은 몇 개 안되는 모든 AAV로 다 실험해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업체가 따라 할 까봐 공개 못한다는 논리는 과학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AAV는 종류별로 검증된 주요 타깃이 공개된 상태다. ▲간 AAV8, AAV9 ▲근육 AAV1, AAV6, AAV7, AAV8, AAV9 ▲중추신경 AAV1, AAV4, AAV5 ▲눈(망막색소상피세포/RPE, 간상세포/Photoreceptor) AAV4, AAV5 ▲폐 AAV9 ▲심장 AAV8 ▲췌장 AAV8 ▲신장 AAV2 등이 있다.
한 바이오회사 대표는 “어떤 약물전달체를 사용하는지 알아야만 툴젠의 파이프라인이 제대로 의약품으로 작동하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지금 상태로는 투자자들이 툴젠이 사용하는 AAV가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다. 유전자가위 전문 바이오기업으로 상장한 회사가 약물전달체를 비밀로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