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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펩타이드 신약개발 기업 나이벡(138610)은 미국 바이오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국내 신약개발 기업들의 기술이전 성과를 잇는 계약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총액이 6000억원에 달해 투심도 출렁이고 있다. 하지만 계약 형태를 뜯어보면 일반적이지 않고, 기술수출을 한 기업에게는 다소 이쉬운 계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신약개발 기업들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은 가운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나이벡은 지난 28일 미국 소재 제약바이오 기업과 NP-201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800만 달러(109억원)와 마일스톤 4억2700만 달러(5843억원)로 총 4억3500만 달러(5953억원)에 달한다.
이전 대상 기술은 펩타이드 기반 섬유증 치료제로 회사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현재 NP-201은 호주 임상 1상을 완료했고,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이번 계약으로 상대 회사는 NP-201에 대한 개발 및 상업화를 할 수 있는 전세계 대상 독점적 권리를 이전받게 된다.
사상 첫 기술이전 성과를 낸 나이벡에 대한 투심도 출렁이고 있다. 기술이전 공시가 있던 28일 주가는 2만2300원이었는데, 29일에는 2만8950원으로 29.8% 상승했다. 30일에도 강세가 이어지면서 23.49%(6400원↑) 오른 3만53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 나이벡 주가 추이.(자료=네이버페이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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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단계 및 상업화 성공에 따른 마일스톤 5843억원, 계약 종료 시점도 주목 이번 기술이전 계약을 들여다보면 마일스톤에 대한 부분이 눈에 띈다. 공시에 따르면 마일스톤은 누적 판매 마일스톤 달성 시 수령하는 조건부 계약이다. 개발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은 계약 상대방이 임상을 성공하거나, 판매허가를 받은 후 매출액 목표를 달성해야 수령이 가능하다. 임상 단계별 마일스톤이 포함돼, 상용화 이전에도 일정 수준의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대부분의 기술이전 계약 마일스톤은 임상 단계별, 신약 허가 신청 및 허가 획득 등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나이벡 기술이전 공시 주요내용에서 마일스톤은 누적 판매 마일스톤 달성시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계약 형태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회사 측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실제 기타 투자판단과 관련한 중요사항 항목 중 개발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이 언급돼 있다.
따라서 임상 개발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상업화가 이뤄지지 않거나 상업화 후에도 누적 판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사실상 이번 기술이전 계약 규모가 100억원 수준에 그치게 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이번 기술이전 계약 기간도 마일스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25년 5월 27일 계약이 발효되는데, 종료 기준 역시 일반적이지 않다. 기술이전 된 특허 만료일 또는 기술이전 된 노하우가 더 이상 비밀정도가 아닌 시점 중 더 늦은 시점을 종료일로 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일라이 릴리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올릭스의 경우 기술이전 계약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제품 로열티 기간 만료일까지다. 지난 13일 리가켐바이오와 항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와이바이오로직스도 계약 기간이 계약일로부터 로열티 기간 만료일까지였다.
현재까지 기술이전 된 나이벡 파이프라인에 활용된 구체적인 특허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칫 임상 개발 지연 및 상업화 시점에 영향을 줘 특허 만료 기간과 맞물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해당 구조는 나이벡에 유리하게 설정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나이벡 측은 “개발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은 계약 상대방이 임상을 성공하거나 판매허가를 받은 후 매출액 목표를 달성해야 수령할 수 있다. 이번 계약과 같이 계약기간을 정하는 것이 계약기간을 더 장기간으로 정하는 것으로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계약 방식”이라며 “통상 제품 로열티 기간 만료일까지로 하는 계약은 특허 만료 전에 로열티 기간이 종료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론적으로는 임상 진행이 지연될 경우 판매 마일스톤 지급 시점이 늦춰지거나, 달성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모든 신약 개발 계약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리스크다. 회사 측은 “이번 계약에는 개발 마일스톤도 포함돼 있어, 임상 단계별 진척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일정 수준의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며 “제품이 상용화될 경우에는 경상기술료가 매출 발생에 따라 지속적으로 지급되므로, 계약의 전체적인 수익 구조는 개발 마일스톤 + 판매 마일스톤 + 로열티로 구성된 복합적이며 균형 잡힌 구조”라고 말했다.
추가 계약 가능성, “선급금 수준으로도 의미있는 계약” 반면 800만 달러라는 선급금 규모는 상당히 의미있는 계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오 심사역은 “나이벡 회사 입장에서는 100억원 규모 계약이 나쁜 건 아니다”며 “기술이전한 파이프라인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100억원 이상의 임상 개발비용이 소요됐을테고, 개발을 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보장이 없다는 것과 기술반환 요소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있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급금 109억원은 2024년 매출 246억원 대비 44.6%에 달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항체나 ADC 후보물질이 아닌 펩타이드라는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선급금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암제가 상대적으로 약가가 더 높아서 항체 기반 치료제나 ADC 후보물질의 기술 가치가 펩타이드 보다 높다”며 “현재 글로벌 기술이전 시장에서 펩타이드의 경우 임상 단계에 따라 계약 조건이 큰 폭으로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임상 1상 완료 또는 2상 진입 직전 단계 물질의 경우 선급금이 500만~2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벡이 이번에 체결한 800만 달러 규모 선급금은 기술 수준과 파이프라인 진입 단계, 시장성과 희소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상당히 경쟁력 있는 조건이라고 평가된다”며 “단순 파이프라인 기술 이전을 넘어 플랫폼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나이벡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계약 외 또 다른 파이프라인과 임상 시료 물질 및 상업용 물질 생산과 관련된 추가 계약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