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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한독이 과거 도입 의약품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필두로 한 연구개발(R&D) 중심의 고부가가치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주요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확인된 긍정적인 임상 신호와 더불어 수익 구조의 획기적인 개선 지표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올해를 성장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한독의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 | 한독 사옥. (이미지=한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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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시미그, 기분 좋은 지연…데이터가 증명하는 생존 연장 효과 한독의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인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이제 단순한 투자를 넘어 구체적인 데이터로 그 가치를 입증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가장 주목받는 신약으로 에이비엘바이오, 컴퍼스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 중인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가 꼽힌다. 당초 지난해 말 발표 예정이었던 글로벌 임상 2/3상의 전체생존기간(OS) 및 무진행생존기간(PFS) 분석 결과 발표 시점이 올해 1분기로 조정됐다.
일반적으로 임상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것은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기 쉬우나 이번 토베시미그의 사례는 정반대다. 분석이 지연된 실질적인 사유가 임상 통계 분석에 필요한 사망 건수가 예상보다 현저히 적게 관찰됐기 때문이다. 임상 설계상 사망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분석이 가능한데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기존 예측치를 상회하면서 해당 지표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이는 약물의 효능에 대한 강력한 방증으로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토베시미그는 이미 미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심사 대상으로 지정됐으며 파트너사인 컴퍼스테라퓨틱스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올해 하반기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을 제출할 계획이다. 한독은 앞선 국내 임상 2상에서 37.5%의 높은 객관적 반응률(ORR)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7년 국내 자체 신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R&D 성과는 최근 한독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 개선과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한독은 지난해 매출 5351억원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5%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지속했다. 영업이익도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재무 건전성의 획기적인 회복이다. 한독은 금융자산 평가이익 증가와 지분법 손실 감소에 힘입어 전년 526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손실 규모를 약 22억원 수준으로 95.8%나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단순한 매출 증대를 넘어 자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독 측은 매출 증대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와 더불어 내실 경영을 통해 확보한 재무적 여력을 미래 파이프라인 개발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항암 비즈니스 ‘690억’ 정조준…소화기암 시장 공략 가속 한독은 강화된 재무 기반을 바탕으로 올해 항암제 부문 매출 목표를 69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사노피의 대표 항암제 엘록사틴(Eloxatin)과 잘트랩(Zaltrap)의 국내 독점 유통 및 판매가 꼽힌다. 대장암과 위암은 국내 암 발생률 상위권을 차지하는 질환으로, 한독은 이 분야의 표준 치료제들을 확보함으로써 항암 비즈니스의 외형 확장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글로벌 바이오파마 인사이트(Incyte)와의 전략적 협력도 탄력을 받고 있다. 담관암 표적 치료제 ‘페마자이레’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 이후 주요 병원에서의 처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미충족 수요가 높은 담관암 치료 시장에서 한독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2025년 계약을 체결한 항문암 치료제 자이니즈(Zynyz)는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돼 국내 허가 절차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후속 파이프라인인 위암 치료제 지바스토믹(ABL111) 역시 작년 ESMO GI 2025에서 발표된 임상 1b상 결과, 삼중 병용요법을 통해 71%의 높은 ORR을 기록하며 차세대 표준 치료제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희귀질환 분야는 한독이 항암 분야와 함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핵심 영역이다. 한독은 2024년 스웨덴 희귀질환 전문 기업 소비(Sobi)와 합작법인 한독소비(Sobi-Handok)를 설립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희귀질환 치료제의 국내 허가와 약가 전략을 주도하며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접근성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한독의 희귀질환 포트폴리오는 시장 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2주마다 정맥주사를 맞아야 했던 기존 방식을 개선해 2일에 한 번 알약을 복용하는 세계 최초의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 ‘갈라폴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 성인 전신 중증근무력증(gMG) 치료를 위한 국내 최초의 FcRn 차단제 ‘비브가트’와 2024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PNH 치료제 ‘엠파벨리’, 성인 만성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도프텔렛’ 등이 잇따라 가세하며 희귀질환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을 높이고 있다.
데이터로 증명하는 2026년…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 대한민국 국민 19명당 1명이 암을 경험하는 ‘암 유병자 273만 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암은 이제 사망 선고가 아닌 적절한 치료제를 통한 ‘공존과 관리’의 질환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한독은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단순 약물 도입을 넘어 임상 데이터로 가치가 증명되는 자체 신약 확보에 전력을 쏟아왔다.
미국 레졸루트와 협력 중인 고인슐린증 치료제 에르소데투그(RZ358)의 경우 최근 선천성 질환 임상에서 유의성 확보에는 과제를 남겼으나 45%의 저혈당 감소라는 뚜렷한 약효 신호를 확인했다. 한독은 이를 바탕으로 FDA 혁신 치료제로 지정된 ‘종양 매개성 고인슐린증’ 임상 3상 결과를 올해 하반기 공개하며 반전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독이 당기순손실을 95% 이상 줄이며 재무 구조를 안정화함으로써 향후 대규모 R&D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튼튼한 기초 체력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약물 도입을 넘어 전략적 투자를 통해 파이프라인의 공동 개발권을 확보하고, 임상 지배력을 바탕으로 자체 신약 확보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토베시미그의 생존 데이터 확보는 한독의 파이프라인 가치를 재평가하는 결정적인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