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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신풍제약(019170) 피라맥스가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변수 전부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회사 측은 학술대회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상업화 가능성을 시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임상 실패 징후를 인지한 뒤엔 평가변수 변경과 추가 임상 계획 등 ‘플랜B’를 모색했지만, 당국의 반발에 가로막혔다.
 | 피라맥스. (제공=신풍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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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제약은 지난해 4월 제34차 유럽 임상미생물학·감염질환학회(ESCMID), 같은 해 11월 대한감염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 추계학술대회 등에서 ‘효능 인정’,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 ‘약제비 부담이 크지 않은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 등으로 피라맥스의 상업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올 6월 피라맥스 유럽 조성물특허 취득에선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마무리 중인 임상 결과를 토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적응증 확대 허가 가능성을 논의해 여전히 코로나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분들께 도움을 드리고…”라고 발언하며 보건당국과 피라맥스 상업화 관련 논의가 진척 중인 것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23일 이데일리는 신풍제약의 투자자 기망행위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기망행위(欺罔行爲)는 법률 용어에서 주로 사용되며, 상대방을 속여 착오에 빠뜨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사기죄 구성 요건 중 하나로, 재산상 거래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를 포함한다.
임상 실패 징후에 평가변수 변경 시도…약심위 위원들 ‘급제동’ 신풍제약은 피라맥스 임상 3상이 실패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일찍부터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라맥스 임상 3상이 한참 진행 중이던 2022년 11월 9일, 신풍제약은 ‘임상 프로토콜을 변경 신청했다. 피라맥스 임상 3상의 첫 환자 등록은 2021년 10월 18일이고, 마지막 환자 관찰종료 시점은 2022년 12월 2일이다.
변경 신청 항목은 ‘1차 유효성 평가’다. 즉, 1차 평가변수(주평가지표) 변경을 요청한 것이다. 변경 내용은 ‘사망/중증화율 개선’→ ‘증상개선 효과’다. 아울러 환자 숫자도 종전 1420명에서 1676명으로 변경 신청했다.
임상 프로토콜 변경 시점은 2022년 10월 12일 415명 중간분석 직후다. 코로나19가 오미크론 변이 유입과 중간분석 결과, 피라맥스 약효 입증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점이다.
식약처는 이듬해 2월 10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신풍제약의 임상 프로토콜 변경 신청과 관련한 내용을 심의했다. 해당 심의엔 신약 분과위원회 위원 6인과 전문가 3명, 식약처 직원 6명 등 총 15명이 참여했다.
이 회의에서 A 위원은 “대상자 모집이 거의 다 완료된 상황에서 1차 평가변수를 변경하는 것은 후향적 연구 아닌가”라며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2023년 2월 10일 개최된 중앙약사심의원회 회의록 중 일부. (제공=식약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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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위원은 “중간분석 이후 회사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다시 예수를 더 늘리는 변경을 진행할 경우, 굉장히 미세한 차이에 대해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임상시험 결과도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C 위원은 “임상약 치료 효과가 부족해 임상시험을 그만둘지 아님,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표본 크기를 늘리라고 권고하지 않는다”고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D 위원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을 예외로 허용할 경우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E 위원은 “중간분석 결과를 검토한 후 다시 연구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통계학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참석위원 6인 모두 부정적 의견을 개진하며 임상시험계획 변경에 대해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의결됐다.
임상 실패 징후에 ‘플랜 B’ 논의 정황…추가 임상 계획 이메일 파문 신풍제약이 피라맥스 임상 실패를 사전에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은 또 있다.
신풍제약 임상개발팀 김00은 2023년 2월 15일 오후 5시 54분 ‘임상시험수탁기관’ (CRO)LSK’의 한00 PM에게 이메일 보낸다. 해당 메일은 이모 이사, 류모 팀장을 비롯 수명의 PM에게 공유(참조)됐다.
해당 메일에서 임상개발팀 김00은 “피라맥스 임상 3상 301과제 외 추가 과제 시행 여부에 대해 신풍제약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밝히며 “추가 임상 시행시기는 2023년 8월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임상 실시 여부에 대한 확정은 4월 중순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엿다.
 | 신풍제약 임상개발팀에서 CRO인 LSK에 보낸 이메일 중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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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301과제는 [SP-PA-COV-301]로 피라맥스 3상 임상시험계획번호를 의미한다. 신풍제약이 LSK 측에 발송한 이메일 제목에도 ‘[SP-PA-COV-301] 대상자 등록 가능 문의’라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한 바이오벤처 부설기업연구소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인 A씨는 “현재 진행 중인 3상 301과제 결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단 판단이 내부에서 제기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성공적인 임상이라면 추가 임상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보완 임상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1차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한 제약사의 임상개발실장은 “기존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사내에서 실패 여부를 가늠한 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플랜 B를 준비하고 있단 의미”라며 “2023년 2월 이라는 시점이 임상 결과보고서가 나오기 직전으로 중간결과나 톱라인 결과를 파악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추가 임상 논의는 성공적 결과 확보 이후 적응증 확장 목적이 아니라면 대게 실패를 보완하기 위함”이라면서 “특히, 3상임에도 불구 추가 임상을 고려한 것은 1차 평가변수에서 통계적 유의성 미달 우려 때문인지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적으로 신풍제약은 피라맥스 추가 임상은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임상 지표 변경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 임상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