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안티에이징 화장품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브이티(018290)의 ‘리들샷’이 일본과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 전방위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1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브이티 코스메틱 본사에 방문, ‘리들샷 전도사’로 불리는 최철호 브이티 코스메틱 부사장을 만나 리들샷의 성공 비결에 대해 알아봤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최철호 브이티코스메틱 부사장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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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화장품’ 리들샷…제품화 우려에도 돌풍 일으킨 비결은?리들샷은 고가의 장비 없이 마이크로니들 시술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화제가 되면서 히트를 친 화장품이다. 모공보다 14배 얇은 미세 입자 성분인 시카 리들이 피부를 자극하는 동시에 피부에 유효한 성분들이 깊이 흡수되도록 돕는 제품이다.
사실 리들샷의 성분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국제 화장품원료협회에 등록된 원료이기 때문이다. 브이티는 통증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그 동안 잘 쓰이지 않았던 화장품 원료를 발굴, 제품화했다. 약간의 통증을 유발하더라도 효능이 좋다면 승산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부사장은 “소비자들의 피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피부과에서 비싼 돈을 주고 굉장히 아픈 레이저를 맞고 나오면서 고객들이 만족하는 이유는 뭘까, 그 부분에 착안했다”며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지만 고가이거나 통증으로 인해 제외됐던 원료를 찾아 제품화시켜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들샷과 관련해 ‘피지컬 더마’(Physical Derma)라는 새로운 개념도 제시했다. 최 부사장은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보약을 먹으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며 “리들샷에는 피부에 운동을 시켜주는 메커니즘이 있는데 우리는 이걸 피지컬 더마 시스템이라 칭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좋은 화장품(보약)과 리들샷(운동)을 같이 쓰면 보약과 운동을 같이 하면서 피부 건강이 살아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리들샷은 유효 성분을 효과적으로 전달(delivery)해주기 때문에 다른 화장품과 조합을 통해 다양한 피부고민을 해소할 수 있다. 최 부사장은 “리들샷은 침에 코팅이 돼 있어서 그 자체로도 효과가 있지만 그 침으로 인해 딜리버리가 되기 때문헤 소비자가 원하는 성분을 침투시켜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성분 리들샷을 통해 고객들이 본인에게 맞는 리들샷을 찾아가는 과정을 ‘리들샷 유니버스’라 한다”며 “모든 피부 고민을 리들샷 유니버스 내에서 해결할 수 있게끔 제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까다로운 고객의 나라’ 日서도 인정한 리들샷의 효능브이티는 한국보다 일본에 3개월 먼저 리들샷을 출시하며 시장 반응을 살폈다. 브이티의 일본지사장이기도 한 최 부사장은 “브이티의 모든 제품은 일본 시장을 테스트 베드(test bed)로 삼고 있다”며 “일본 온라인 시장에서 테스트해보고 그 다음에 일본 오프라인 시장에 들어가보고 그 다음에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브이티는 한정된 자원을 통해 성과를 내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택해왔다. 처음에는 중국 시장을 겨냥했지만 2017년 이후에는 일본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중국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일본 시장을 택한 이유는 까다로운 일본 시장 진출에 성공한다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최 부사장은 “2017년도에 중국 시장이 위험해졌다고 판단해 새로운 대안으로 일본을 찾았다”며 “일단 지리적으로 가깝고 생활패턴이 비슷하면서 까다로운 고객이 살고 있는 나라인 일본에서 성공하면 어디든 가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회상했다.
요즘에는 ‘K뷰티’가 일본에서도 각광받고 있지만 당시에는 한국 화장품이라고 하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그는 “사실 되게 무모한 도전이었고 2017년도만 해도 K뷰티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다”며 “그 땐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경영팀에서 길바닥에서 전단지라도 돌려보자고 했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맨땅에서 헤딩한 브이티는 점차 현지 유통 채널들과 관계를 맺으며 사업 기반을 다지고 시카 라인이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최철호 브이티코스메틱 부사장이 브이티의 야심작 ‘리들샷’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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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리들샷을 내놓으려고 할 때 보수적인 일본 시장에서는 반대가 거셌다. 고객의 피부를 아프게 하는 화장품을 유통할 경우 컴플레인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처음에는 (리들샷 제품화에 대한) 반대가 많았다”며 “누가 화장품이 아픈데도 쓰겠냐는 의구심에서였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브이티는 효능이 확실하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밀어부쳤고, 이러한 예상은 적중했다, 리들샷은 일본 출시 이후 일본 최대 이커머스플랫폼 큐텐, 라쿠텐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다이소, 올리브영에서 판매량 1등을 차지하는 등 리들샷 돌풍이 불었다. 이러한 인기의 원인을 최 부사장은 리들샷의 독보적인 효능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제품을 써보고 효능을 느낀 이들의 입소문이 리들샷의 구매를 유도하고, 재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해외사업 전략 대폭 수정…美·中 공략 본격화일본과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브이티는 이제 미국, 중국 등 전방위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최근 브이티는 해외 사업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일본 시장 진입 후 한국 시장에 들이는 전략도 한국, 일본 동시 출시로 바뀌고 미국, 중국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 전방위적으로 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부사장은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미국, 유럽에서 잘 팔리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도 전략을 좀 수정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며 “직접 판매하는 곳과 위탁하는 곳으로 지역을 세분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움직이자는 쪽으로 전략을 변경했다”고 언급했다.
일단 브이티가 집중 공략할 해외 시장은 미국이다. 최 부사장은 “지금 공들이고 있는 시장은 미국”이라며 “미국에서 자리를 잡으면 남미, 유럽, 호주, 동남아 등으로 자연스럽게 퍼진다고 들었다”고 했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파트너사로는 화장품 유통업체 실리콘투(257720)를 택했다. 실리콘투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60여 개국에 한국 화장품을 역직구 판매하고 있는 업체이다.
그 다음으로는 내년 초 위생허가 완료가 기대되는 중국 시장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실리콘투는 중국에선 화장품 유통사업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이티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위생허가가 완료되는 시점에 구체적인 시장 전략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회사 지배구조도 정리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리들샷 제조사 이앤씨 지분 50.27%를 취득,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 생산라인을 구축해 수출에 따른 물량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3분기 중엔 브이티큐브재팬(VT CUBE JAPAN·株式會社) 지분을 취득해 화장품 관계사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다. 브이티 관계자는 “4분기부터는 완벽하게 화장품 계열과 엔터 계열 등의 축으로 나눠지게 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