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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고열과 허리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60대 남성 환자 A씨는 패혈증이 의심돼 광범위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을 투여받았다. 하지만 감염균에 적합한 항생제를 확인하기 위한 기존 항생제 감수성 검사(AST) 결과가 60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신장 기능이 악화됐고, 결국 혈액투석 중 급성 부정맥으로 사망했다.
여성 환자 B씨는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CRE)에 감염돼 경험적 항생제 치료를 받았지만, 대부분의 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퀀타매트릭스의 항생제 검사 솔루션을 통해 기존 검사보다 하루 이상 빠르게 내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진은 신속히 항생제를 변경, 치료에 성공했다.
위 두 사례는 패혈증 치료에서 적절한 항생제를 얼마나 신속하게 찾느냐가 환자 생사를 좌우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첫번째 A씨의 경우 퀀타매트릭스의 검사 기술이 적용됐더라면 빠른 항생제 전환이 가능했을 것이며, 생존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패혈증은 전 세계 연간 사망 원인의 약 20%를 차지하고 중환자실 사망 원인 1위다. 퀀타매트릭스(317690)는 이러한 패혈증 치료 골든타임을 앞당기기 위해 통상 3일 걸리던 최적 항생제 선정을 30~50시간 단축하는 신속 항생제 감수성 솔루션 ‘dRAST’를 상용화했다.
 | 권성훈 퀀타매트릭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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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 라몬 이 카할(Ramon y Cajal) 병원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시험에 따르면, dRAST를 활용해 빠르게 항생제를 처방한 결과 중증 패혈증 환자의 30일 내 사망률이 기존 24.4%에서 9.5%로, 균혈증 환자 전체의 사망률은 13.5%에서 9.6%로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환자실 평균 입원 일수도 12.4일에서 6일로 절반 이상 줄었다.
dRAST는 국내 대형 병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는 의정갈등 영향으로 장비 판매가 주춤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4곳 병원 도입을 마쳤다. 연말까지 20~25곳으로 그 수를 늘리겠다는 목표다.
고정 수요 증가… 소모품 매출 급증 올해 들어서는 소모품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소모품 비중이 올라간다는 건, 고정 수요 기반의 꾸준한 매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권성훈 퀀타매트릭스 대표는 “전체 매출 중 소모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5%까지 올라왔으며, 순천향대 등을 비롯한 최근 도입 병원들은 도입 초기부터 전량 사용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소모품 비중을 70~80%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큰 미국 시장의 경우 지난해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노렸지만 추가 개발, 자금조달 이슈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다만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대규모 단독 수주에 성공하는 등 꾸준히 성장 중이다. 당장 올해 1월에는 중동 최대 의료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 공공기관 독점 공급 구매 조직에 제품 등록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현지 국공립병원에 개별 입찰 없이 dRAST 공급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5월에는 프랑스 공립병원 구매 조직 단독 수주에 성공했다.
권 대표는 “미국 상업화를 위한 장비 원가 절감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임상 성능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시간이 소요됐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자금조달이 마무리되면 미국 진출을 위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퀀타매트릭스는 지난해 말 최대주주인 에즈라 자선신탁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상반기까지 80억원 규모 자금 납입을 완료했으며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도 하반기 중 추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생제 선정 시간 더 줄이는 제품 나온다 나아가 회사는 항생제 선정 시간을 더 줄여주는 차세대 제품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uRAST’로 불리는 이 기술은 기존 혈액배양과 미생물동정, 감수성 검사로 3등분 돼 있던 각 과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통합이 되면서 평균 3일 걸리던 항생제 찾는 시간을 13시간 이내로 5분의 1로 줄였다. 특히 uRAST 기술은 지난해 7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인 ‘네이처’ 본지에 게재되면서 시장 주목을 받았다.
이어 최근에는 uRAST 상용화 기반도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71억원 규모 과제 수주에 성공하면서다. 회사는 이번 과제 수주를 통해 이미 검증된 원천기술을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 가능한 상용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연구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용화 시기는 3년 후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퀀타매트릭스는 연결 기준 매출 25억원, 영업손실 16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