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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머크(MSD)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21가 폐렴구균 백신이 본격적인 매출을 올리며 기존 20가 백신이 독점하고 있던 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 백신에서 ‘가’(價)는 예방 가능한 세균 또는 바이러스의 혈청형(serotype) 수를 뜻한다. ‘가’ 수가 클수록 더 다양한 균주에 대한 면역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캡백시브는 화이자의 20가 백신 대비 고령층 또는 면역저하자에서 폐렴구균 감염 원인이 되는 혈청형을 추가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타깃을 넓혔다.
이런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21가 폐렴구균 백신 ‘GBP410’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21가 폐렴구균 백신이 점차 시장을 점령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21가 폐렴구균 백신은 기존 화이자 20가 백신 및 머크의 21가 백신 대비 소아청소년에 특화된 혈청형을 사용해 타깃으로 한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1가 폐렴구균 백신 시장에서 후발주자이지만, 캡백시브와 달리 ‘소아’를 타깃으로 개발하면서 직접적 경쟁을 피했다. 특히, 폐렴구균 백신은 소아 시장이 훨씬 더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올해 초 허가받은 데 이어 미국, 유럽, 호주, 한국 등에서 본격적인 환자 모집이 이뤄지고 있다. 3상은 호주에서 첫 투약이 시작됐으며, GBP410를 최대 4회 접종 한 뒤 기존에 허가 받은 폐렴구균 백신과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7년까지 GBP410의 임상 3상을 완료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신청해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GBP410의 글로벌 임상은 순항하는 중”이라며 “현재 환자 모집과 임상을 진행 중이며 환자 모집이 완료되는 시점에 다시 한 번 진행 상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용화된 21가 폐렴구균 백신은 머크(MSD)의 ‘캡백시브’가 유일하다. 캡백시브는 지난해 3분기 FDA 품목허가를 획득한 뒤 4분기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됐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470억원이다.
그동안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화이자의 13가 백신 ‘프리베나13’과 20가 백신 ‘프리베나20’이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1가 백신 캡백시브를 선두로 21가 백신의 본격적인 시장 공략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폐렴구균 백신 시장 규모는 올해 92억 달러(약 13조원)에서 연평균 4.83% 성장해 2030년 117억 달러(약 16조원)에 이른다.
 | 머크(MSD)와 SK바이오사이언스 21가 폐렴구균백신 비교 표. (사진=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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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P410, 소아 타깃으로 개발…시장 훨씬 커 GBP410의 차별성은 ‘소아 청소년’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GBP410 임상 3상은 생후 6주부터 17세까지 총 7700여명을 대상으로 투약을 진행하고 있다. GBP410은 영·유아 대상 임상 3상에 진입한 백신 후보물질 중 최초로 20가를 넘는 혈청형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의 역학자료를 분석에 따르면 캡백시브가 예방하는 21개 혈청형은 50세 이상 인구에서 나타나는 폐렴구균 감염의 84% 이상을 차지해 사실상 성인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반면, GBP410은 소아 감염 예방에 최적화된 혈청청을 포함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60만명이 폐렴구균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 중 약 100만명이 5세 미만의 어린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시장의 대부분을 소아 접종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WHO는 소아 폐렴구균 질환을 백신 접종 최우선 순위로 지정하고 13가 백신을 권장하고 있지만 향후 21가 백신이 자리잡으면 GBP410 역시 기존의 13가 백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 이후 판매에 대한 부분도 이미 준비돼 있다. 사노피는 GBP410의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의 허가 절차를 주도한다. 마케팅까지 담당할 예정으로 폐렴구균 백신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발생하는 매출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사노피가 5대5 비율로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 공략에 대한 자신감은 GBP410 생산 공장의 조기 건설에서도 잘 나타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초 경북 안동 백신 공장 엘하우스의 기존 생산동을 3층으로 확장해 총 4200㎡의 생산 공간을 추가 확보했다. 이는 GBP410 생산을 위한 전용라인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백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사노피와 동일하게 분담하는 중”이라며 “상업화 뒤 발생하는 매출 수익은 양사가 정해진 비율로 나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