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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LG화학(051910) 저개발국 공급용 ‘6가 혼합백신’ 연구개발 일정이 재차 밀렸다. 당초 2023년을 목표로 시작한 개발이 2030년으로 후퇴한 데 이어 그 일정마저 빠듯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구호 입찰 기구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백신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개발 난이도가 높아 연구개발에 좀체 속도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6가 혼합백신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만든 게이츠재단도 관심을 갖고 후원을 한 연구로, 국제 백신 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 (사진=챗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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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기반 ’6가 혼합백신‘ 일정 20개월 밀려 9일 미국 임상등록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국제기구 조달시장 진입을 목표로 개발 중인 전세포 백일해(whole cell pertussis, wP) 기반 6가 혼합백신 ’LBVD‘의 임상 3상 계획을 연기했다. 2027년 4월까지 연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2028년 12월 31일로 약 20개월 일정이 미뤄진 것이다. 2026년 11월로 예정됐던 임상의 1차 완료 시기도 2028년 2월 말로 연기됐다.
6가 혼합백신이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B형간염, 소아마비(IPV), b형 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Hib) 등의 6가지 감염을 단 한 번의 주사로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뜻한다. 이같은 장점 덕분에 의료 접근성이 낮고 접종 인력이 부족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수요가 높은 편이다.
LG화학은 현재 두 가지 종류 6가 혼합백신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6가 혼합백신은 백일해 성분의 종류에 따라 크게 전세포(wP) 방식과 무세포(aP) 방식으로 나뉜다. wP는 백일해균을 정제하지 않고 넣는 방식으로 발열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제조법이 비교적 단순해서 제조공정의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aP는 백일해균에서 필요한 단백질 성분만 정제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은 적지만 제조공정이 복잡해 wP 대비 가격이 비싸게 형성되는 편이다. 저개발국에 백신을 보급하는 국제기구 외에 대부분의 개별 국가는 aP 항원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가 혼합백신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LG화학은 국산화를 목적으로 aP 기반 6가 혼합백신(APV006)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6가 혼합백신 공급사는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와 GSK 등이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3년 8월 aP 기반 6가 혼합백신 임상 1상 시험자를 등록한 LG화학은 APV006의 임상 개발 및 생산시설 구축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2030년 안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9년째 개발…게이츠재단 446억 투입 이번에 일정이 연기된 6가 혼합백신은 wP 기반으로, LG화학이 세계보건기구(WHO)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 중인 백신이다. LG화학은 9년 전인 2017년부터 LBVD 개발에 착수했다.
LBVD는 백신 사각지대에 있는 개발도상국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자선 기부로 유명한 게이츠재단으로부터 후원을 받기도 했다. 게이츠재단은 지난 2019년 LBVD 개발에 3340만달러(약 446억원)를 지원한 바 있다.
게이츠재단이 LG화학에 투자한 사례는 LBVD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7년에는 LG화학이 2014년부터 개발 해오던 소아마비 백신에 1260만달러(약 168억원)를 지원했다. 빌 게이츠 창업자는 2025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개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LG화학의 LBVD 개발은 예상보다 크게 늦어지는 상황이다. 2019년 게이츠재단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을 당시만 하더라도 2023년 전 세계에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여전히 LBVD 개발은 임상 2상에 머무르고 있다.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 공개된 LG화학의 LBVD 관련 총 4개의 프로토콜을 보면, 두 번째 프로토콜(2019년 9월)과 세 번째 프로토콜(2022년 7월 시작) 사이에는 약 2년의 공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진행 중인 네 번째 프로토콜은 2025년 4월에 새로 시작한 것으로, LG화학은 2상과 3상을 같이 진행하는 것으로 이번 임상을 디자인했다. 3상을 포함한 임상 종료 예정 날짜는 2028년 12월 31일로, WHO 사전적격성평가(PQ, Pre-Qualification)에 걸리는 기간을 감안하면 2030년 상용화까지 일정이 상당히 빠듯한 셈이다.
PQ는 WHO가 저개발국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공급을 목적으로 의약품의 품질,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인증받으면 유니세프(UNICEF), 파호(PAHO) 등이 주관하는 국제 구호 입찰의 참여 자격이 주어진다. 개도국 백신 시장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 대량 구매하는 구조라 WHO의 평가(PQ)를 받아야만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백신 개발 일정이 자꾸 밀리는 이유로는 높은 개발 난이도가 꼽힌다. LG화학은 이미 지난 2016년 5가 혼합백신 ’유펜타‘(Eupenta)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WHO PQ까지 획득한 바 있다. 6가 혼합백신은 5가 백신에 소아마비 예방효과를 더하는 것인데, 예방 백신 종류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인데도 워낙 많은 종류의 백신을 혼합하다 보니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6가 혼합백신은 말 그대로 여섯 개의 백신을 섞는 것이라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2019년에 연구개발에 착수할 때는 2023년경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기술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며 “임상 2상을 소규모로 진행한 뒤 최대한 빨리 임상 3상으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고, 사업 전략적인 이유에서 늦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6가백신 개발 포기한 것 아니야” LG화학의 LBVD 개발이 계속 지연되며 상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LG화학은 LBVD 개발이 보류되거나 취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백신 개발을 중단하거나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게이츠재단의 투자를 받는 등 세계 백신 시장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WHO의 PQ를 획득한 wP 기반 6가 혼합백신은 극소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WHO와 유니세프 등에서도 안정적인 백신 공급을 위해 다수의 제품 개발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는 백신은 부유국과의 백신 빈부격차를 메우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 큰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사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게이츠재단이 백신개발에 금전적 지원을 펼치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만 매출규모가 크고 글로벌 시장 홍보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백신 기업으로서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 상승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