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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학판 챗GPT 만든다”…루닛, 의료 AI ‘파운데이션 모델’ 승부수

  • 등록 2026-03-16 오전 8:00:04
  • 수정 2026-04-02 오후 9:41:15
이 기사는 2026년3월16일 8시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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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328130)이 의과학 전주기 지식을 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구축에 나서며 의료 AI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노리고 있다.

범용 대형언어모델(LLM)인 챗GPT처럼 다양한 분야 지식을 학습한 AI가 아니라 의학·생물학·화학 등 의과학 전문 지식만을 학습한 ‘의과학 전문 LLM’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신규 기술 개발을 넘어 루닛의 사업 구조를 AI 솔루션 기업에서 의료 AI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챗GPT)
범용 LLM 아닌 의과학 전문 LLM 구축

루닛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의과학 분야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에는 총 182억1073만원 규모의 연구개발 자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약 174억원 규모 GPU 인프라가 정부 지원 형태로 제공된다. 연구개발은 오는 9월까지 2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치열한 경쟁이 있었을 만큼 높은 경쟁률을 보인 국가 전략사업이다. 총 18개 컨소시엄이 지원해 약 10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종적으로 루닛 컨소시엄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컨소시엄 두 팀만 선정됐다. 루닛은 8개 기업과 6개 연구실, 9개 병원 등 총 23개 기관이 참여하는 대형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루닛이 구축하려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챗GPT 같은 범용 LLM과 방향성이 다르다. 범용 LLM이 인터넷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의 일반 지식을 학습하는 구조라면 루닛의 모델은 △의과학 논문 △임상 가이드라인 △약물 데이터 △실제 임상 데이터 등 검증된 의학 정보를 중심으로 학습하는 전문 모델이다. 즉 일반 지식이 아니라 의학적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증거 사슬(Chain of Evidence) 기반 데이터를 학습하는 AI라는 점이 핵심으로 루닛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 전략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해당 모델이 완성될 경우 의료기관에서 활용되는 AI 서비스 구조도 크게 달라진다. 루닛 관계자는 “예를 들어 폐암 의심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흉부 엑스레이 판독을 통한 초기 이상 탐지부터 CT 영상 분석을 통한 정밀 진단, 병리 슬라이드의 바이오마커 분석,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 해석까지 하나의 AI 시스템에서 연속적으로 분석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임상 가이드라인과 최신 의학 연구 데이터를 비교해 환자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 옵션을 제시하는 과정까지 통합적으로 수행된다.

현재 병원에서는 영상 AI, 병리 AI, 유전체 분석 시스템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각각 도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면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AI가 도입되면 여러 의료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분석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환자에 대해 원스톱으로 구체적인 분석이 가능해지고 치료 솔루션까지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볼파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까지...의과학 전문 LLM 구축 역량 충분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루닛이 실제로 이러한 모델을 구축할 역량을 갖췄는지 여부다. 대형 언어모델 개발은 막대한 인프라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영역으로 OpenAI,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해 왔다. 이 때문에 의료AI 업계에서는 루닛이 범용 LLM 경쟁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의과학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 전략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 모델은 범용 모델보다 데이터의 질과 전문성이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루닛은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루닛은 영상 진단 AI 루닛 인사이트와 병리 AI 루닛 스코프를 통해 실제 의료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특히 글로벌 진단기업과 제약사, 임상시험 기관들과 협력하며 병리 및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확보해 온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진단기업 랩콥(Labcorp)과는 디지털 병리와 AI를 결합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종양 미세환경 분석과 면역항암제 반응 예측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글로벌 생명과학 장비 기업 애질런트(Agilent)와는 AI 기반 동반진단 개발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직 기반 바이오마커 분석과 AI 기술을 결합한 정밀의학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시험 분석기관 셀카르타(CellCarta)와는 루닛의 병리 AI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글로벌 임상시험 분석 서비스에 적용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제약사 다이이치산쿄(Daiichi Sankyo)와는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굴을 위한 연구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는 폐암 환자 조직 슬라이드를 활용한 AI 기반 유전자 변이 예측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루닛이 약 1억9300만달러(약 2600억원)를 투입해 인수한 미국 유방암 진단 소프트웨어 기업 볼파라(Volpara) 역시 데이터 기반 AI 전략의 핵심 퍼즐로 평가된다. 미국 2000여개 의료기관 네트워크와 수천만 건 규모의 유방 촬영 영상·환자 위험도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루닛은 영상·병리 데이터를 넘어 임상 데이터까지 아우르는 의료 AI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게 됐다. 이는 향후 의과학 특화 LLM 개발 과정에서도 시너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로 확보한 볼파라부터 글로벌 진단 기업 및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빅파마까지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축적된 병리 및 바이오마커 데이터는 의료 AI 기업 가운데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데이터 자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면역항암제 개발이 바이오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종양 미세환경(TME) 분석과 바이오마커 발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루닛이 축적한 병리 데이터 자산은 향후 의과학 AI 모델뿐 아니라 신약개발 영역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루닛 측은 “의과학 AI 모델은 인터넷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임상 데이터가 핵심 경쟁력”이라며 “루닛은 영상 데이터뿐 아니라 병리 슬라이드와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한 몇 안 되는 의료 AI 기업으로 의과학 특화 AI 모델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루닛, 의료 AI 인프라 기업 진화

루닛 전략은 결국 현재와 미래 두 개의 수익 축으로 요약된다. 현재 매출은 루닛 인사이트와 루닛 스코프가 담당하고 있다. 특히 루닛 스코프는 랩콥과ㅓ 셀카르타, 애질런트 등 글로벌 진단기업 채널을 통해 병리 분석 시장에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파운데이션 모델 전략은 단기 실적보다 장기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가깝다.

의과학 파운데이션 모델이 의료기관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경우 루닛은 개별 AI 솔루션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의료 AI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의료 AI 시장은 영상 AI, 병리 AI 등 기능별 솔루션 경쟁 구조로 나뉘어있다. 하지만 파운데이션 모델이 등장하면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는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게 의료AI 업계의 중론이다.

의료AI 업계에서는 루닛의 이번 전략이 단기 실적보다 장기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관건으로 의과학 전문 LLM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구현될 수 있느냐가 꼽힌다. 이 모델이 글로벌 의료 AI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루닛은 글로벌 의료 AI 생태계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의과학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은 한국이 글로벌 의료 AI 기술을 선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축적된 전주기 AI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까지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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