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큐렉소(060280)가 의료로봇의 미국, 일본 등 선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해외 매출의 수직 상승을 노린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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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큐렉소의 의료로봇 수출처가 인도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으로 넓혀지고 있다. 최근 큐렉소는 척추수술로봇 ‘큐비스-스파인(CUVIS-spine(CS200))’ 리뉴얼 버전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인공관절 수술로봇 ‘큐비스-조인트(Cuvis-joint)’로 FDA 승인을 획득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큐비스-조인트는 최근 일본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본 시장 진출의 발판도 다졌다.
4분기부터 인도 외 지역 수출 기대최근 3년간 큐렉소의 의료로봇 매출은 2020년 63억원→2021년 105억원→2022년 212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올해 1분기 매출은 84억원으로 지난해 연매출의 39.6%에 달한다. 특히 해외 공급은 2020년 5대→2021년 7대→2022년 33대로 급증하고, 올해 1분기에는 17대를 기록했다. 이는 메릴헬스케어를 통해 큐비스-조인트의 인도 지역 수출이 증가한 덕분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해외 공급된 큐비스-조인트는 2020년 3대→2021년 5대→2022년 29대에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6대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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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큐렉소는 2020년 6월 메릴헬스케어와 2025년까지 최소 의료로봇 53대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수출 계약을 맺고 같은해 8월부터 큐비스-조인트를 공급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메릴헬스케어와 인도뿐 아니라 동유럽, 남아메리카, 중동아시아 등으로 공급하기 위한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메릴헬스케어는 전 세계 100개국에 100개 이상의 제품을 수출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인도 임플란트 1위 업체다.
개별 국가의 인허가를 완료 후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인도 외 지역으로 추가 수출이 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호주, 터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인허가를 획득한 상태이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수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큐렉소 관계자는 “올해 4분기부터는 인도 이외의 나라에도 (큐비스-조인트를) 추가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 FDA 승인 통해 미국 시장 공략 본격화특히 고무적인 점은 큐렉소의 미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큐렉소의 척추수술로봇 ‘큐비스-스파인(CUVIS-spine(CS200))’ (사진=큐렉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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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렉소는 지난 23일 큐비스-스파인 리뉴얼 버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큐비스-스파인의 신기능은 사전 수술 계획, 네비게이션 수술 도구, 다양한 자세에서의 수술 도구 가이드 등이다. 진단 CT 기반의 수술 계획을 2D-3D 영상 정합을 통해 수술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수술 시작부터 종료 시까지 수술 도구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또 환자가 엎드린 자세뿐 아니라 측면으로 누운 상태에서도 수술 도구를 가이드할 수 있어 환자의 자세 변경 없이 수술이 가능해졌다.
큐렉소는 큐비스-스파인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 큐비스-조인트의 FDA 승인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8월에 FDA 승인 신청을 하고 빠르면 2024년 말부터 미국 시장에 진입해 2025년 초부터는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2021년 기준으로 글로벌 슬관절 인공관절 시장점유율 64.6%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미국 진출을 위해 큐렉소는 지난해 관계사 TSI(Think Surgical Inc.)와 큐비스-조인트를 기반으로 한 신제품 개발·출시, FDA 인허가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TSI에 큐비스-조인트 4대를 공급했다. TSI는 큐렉소가 2007년 11월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로 의료장비 제조업체다.
일본도 진출…빠르면 2025년부터 판매 전망큐비스-조인트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큐렉소는 이달 초 일본 교세라그룹과 큐비스-조인트 일본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인도 인공관절 기업 ‘메릴헬스케어’와 미국 관계사 TSI에 이어 해외 기업과 세 번째로 맺은 판매계약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교세라그룹은 큐비스-조인트의 일본 인허가, 판매를 책임지게 된다.
일본에서 별도의 임상 진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에 인허가를 획득하고, 2025년부터 큐비스-조인트의 일본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일본 정형외과 기기 매출은 2020년 36억달러에서 2027년 56억달러로 연평균 약 6.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에 이어 미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선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글로벌 의료용 로봇 시장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으며, 6개 주요 업체가 시장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큐렉소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간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국가의 매출 증가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큐렉소는 올해 의료로봇으로만 연매출 300억원, 전체 매출은 7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큐렉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65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9% 성장했다. 큐렉소는 예상 연매출을 보수적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큐렉소 관계자는 “1분기가 비수기인데도 분기 기준 최대 공급 대수를 기록했다”며 “올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환경이 수술로봇 업체에 우호적인 분위기로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큐렉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수술로봇 시장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의료 인력 부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력 불균형 심화 △수술로봇의 장점과 소비자 인식 개선 효과 등이 맞물리며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수술로봇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의료·수술로봇의 경쟁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의료·수술 로봇은 값비싼 의료 장비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수술 로봇들은 뒤처지지 않는 기술력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올해 1분기에만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2022년 연간 수출 대수의 절반 이상을 수출한 바 있는 큐렉소는 하반기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