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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올릭스(226950)가 빅파마 ‘릴리’의 선택을 받으면서 RNA간섭(RNAi) 플랫폼기술의 가치가 한 단계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빠르면 올해 1분기 내 추가 기술이전 소식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 이동기 올릭스 대표 (사진=올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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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반환 이어지며 짙어졌던 기술성 의혹 해소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릭스는 지난 7일 장 종료 후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와 비만·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신약 OLX75016(OLX702A) 공동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총 계약금은 6억3000만달러(약 9117억원)로, 선급금과 마일스톤의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향후 분기 보고서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깃 유전자인 ‘MARC1’과 하나 이상의 다른 타깃 유전자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경우 릴리는 해당 치료제에 대한 우선적인 권리를 갖는다. 이로 인해 상기 총 계약금액이 추가되거나 독점적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로써 최근 올릭스에 제기됐던 기술성 관련 의혹이 해소되는 모양새다. 올릭스는 2021년 중화권 기술수출 이후 빅파마에 기술수출 실적이 없어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었다. 특히 2023년부터 이어진 권리 반환이 이 같은 의혹을 짙어지게 했다.
올릭스의 국내 파트너사였던 휴젤은 2023년 5월 비대흉터치료제 ‘OLX101A’의 아시아 지역 권리를 해지했다. 2024년 6월엔 프랑스 떼아 오픈 이노베이션(Thea Open Innovation, 이하 떼아)이 건성·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OLX301A’와 습성 황반변성·망막하섬유화증 치료제 ‘OLX301D’의 권리를 반환했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는 떼아에 기술 반환된 물질들을 재기술이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으나 시장에선 기대반 의심반의 시선을 보냈다. 최근 1년간 올릭스의 주가는 1만원대 미만으로 떨어졌다가 2만5000원대를 넘어서는 등 냉온탕을 오갔다.
릴리가 노보 노디스크 제치고 올릭스 siRNA 택한 이유?이번에 올릭스의 siRNA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인정받은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릴리는 siRNA 기반 치료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빅파마라는 점에서 이번 기술이전 소식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siRNA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릴리가 선택한 차세대 물질”이라며 “siRNA와 같은 뉴클레아제 기반 의약품에 높은 관심을 갖고 이해도가 높은 업체와 손 잡았다는 점에서 올릭스의 siRNA 플랫폼 트랙 레코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 역시 릴리가 임상 단계에 진입한 노보 노디스크를 제치고 올릭스의 siRNA 신약을 선택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동일 기전의 경쟁약인 노보 노디스크의 ‘NN6581’는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올릭스 관계자는 “라이선스 계약 상대방사가 전 세계 각국의 여러 제약사들의 siRNA를 탐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중 올릭스의 siRNA를 선택한 것은 글로벌 초대형 제약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릴리가 올릭스 siRNA 기술을 높이 평가한 이유는 탁월한 전임상 데이터 이후 공개될 임상 1상 데이터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올릭스는 지난해 11월 OLX702A 임상 1상의 중간 데이터에서 일부 유효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데이터까지 모두 검토한 뒤 릴리가 OLX702A 기술이전을 결정한 셈이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이 “동일 기전의 경쟁약인 NN6581을 넘어서는 물질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계약이 체결됐을 것”이라며 “높은 평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OLX702A’의 MASH 동물모델 효력 확인 (자료=올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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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OLX702A는 비만 관련해 원숭이 대상 세마글루타이드 병용실험과 비만 생쥐 대상 터제파티이드 병용실험에서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올릭스 관계자는 “전임상연구를 통해 마우스, 원숭이 등에서 확인된 후보물질의 효능과 효능과 약물유지효력, 안전성 등이 입증됐다”며 “이런 부분들이 딜을 성사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OLX702A는 MASH뿐 아니라 비만, 고혈압 등의 적응증으로 확장해 개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라이 릴리는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비만·당뇨 파이프라인에 심순환계, 간질환까지 모두 포함한 심혈관 대사 건강(Cardiometabolic Health) 부문으로 통합한 것도 이러한 추정에 무게를 더한다. 비만약으로 적응증이 확장될 경우 OLX702A의 파이프라인 가치는 급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술이전으로 올릭스의 기업가치가 대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번 계약금 규모가 올릭스의 시가총액(7일 기준 3793억원, 자기주식 제외)을 넘어선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기술이전 계약으로 올릭스의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확인됐다”면서도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업가치 리레이팅(Re-rationg)은 임상 결과에 따라 중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 거론…탈모치료제가 유력 후보이번 기술이전은 올릭스가 2020년부터 비교적 트렌디한 질환인 비만·MASH·탈모 치료제 연구개발을 지속해온 덕도 컸다. 올릭스는 주로 임상 1상까지 마치고 임상 2상 초기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번에 기술이전된 OLX702A는 호주 임상 1상 중이었다. 임상 1상 완료 이후 임상 개발과 사업화를 릴리가 넘겨받아 진행하게 된다.
이 때문에 탈모치료제의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빠르면 2월 말~3월 초에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릭스는 지난달 안드로겐성 탈모치료제 ‘OLX104C’가 호주 임상 1상 결과 안전성과 내약성을 모두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허 연구원도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으로 OLX104C를 지목했다.
올릭스 관계자는 “시기를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피부·모발 재생 관련 공동연구개발에 대해 글로벌 기업과 원활히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