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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빠르게 세계 시장을 잠식해 나가면서 존재감을 급격히 키워가는 K바이오의 저력이 놀랍다. 주지하다시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분야에서 글로벌 수위를 다투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바이오시밀러 쪽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속속 격파하고 있는 절대강자 셀트리온(068270), 신약 플랫폼 기술수출의 대명사로 우뚝선 알테오젠(196170) 등이 K바이오 대표주자로 꼽힌다.
여기에 아직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들 못지않게 K바이오의 글로벌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다크호스들이 있다. AI(인공지능) 의료진단 솔루션 기업들이 주인공이다. 루닛(328130), 제이엘케이(322510), 뷰노(338220) 등이 이 분야 선봉장이다. 이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무장, 미국·일본 등 선진시장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면서 K바이오의 글로벌 도약을 견인하고 있다. 시장 잠재력도 막대해 향후 K바이오가 규모의 경제를 일궈나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의료 진단 솔루션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제이엘케이 김동민 대표를 최근 이데일리가 만나보고 그 비결을 들어봤다. 전직원 83명 가운데 AI전문가만 60명에 달할 정도로 사실상 AI전문기업이다. 김대표는 국내 바이오 기업인으로는 드물게 일본 동경대에서 다중물리 수치해석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이엘케이는 AI를 활용, 뇌졸중 전주기(조기 발견, 진단, 예후 관리, 재활)에 활용하는 솔루션을 구축, 글로벌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AI 뇌졸중 진단 6개 솔루션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허가 받으면서 최고 경쟁력을 입증했다. 일본 의약품 및 의료기기 기구(PMDA)로부터도 AI 뇌졸중 진단 6개 솔루션을 인허가 받았다.
“한국은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높은 IT 수준, 빠른 기술 수용성으로 의료 AI 분야에서 글로벌하게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병원마다 의료영상 저장 전송 시스템(PACS)과 전자의무기록(EMR)이 잘 갖춰져 있고, 의료진의 연구 참여도도 높아 양질의 학습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다.”
김동민 대표는 “한국 의료데이터의 차별성과 의료 분야의 높은 연구 수준은 글로벌하게 경쟁력 있는 AI진료 솔루션 개발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며,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Vertical) AI 개발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 회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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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이엘케이는 뇌졸중 관련한 의료영상 MRI를 1000만장, 이와 연관된 CT 영상도 1000만장 이상을 각각 확보하고 있다. 분당 서울대병원, 동국대 일산병원, 전남대 병원 등 주요 병원 11곳의 신경 전문의 70여명이 7년간 축적한 분량이다. 글로벌하게 뇌졸중 관련 영상을 이처럼 방대하게 확보한 기업은 찾기 힘들다. 충분한 영상 데이터를 갖춘 덕에 뇌졸중 가운데에서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운 작은 병변이나 희귀한 발병 케이스에 대해서도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얼마전 엠디 앤더슨 대학병원 교수, 하버드 의대 교수 등 저명한 신경과 의사 10여명을 초청,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뇌졸중 영상진단 정확도를 테스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실험에서 신경과 의사들의 진단 정확도는 50%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제이엘케이 AI 뇌졸중 진단 솔루션은 정확도 70%를 기록해 큰 격차를 보였다.”
김대표는 의사들이 육안으로 영상진단을 하는 정확도보다 회사의 AI 진단 솔루션이 10~20% 가량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귀띔했다. 의사의 객관적인 뇌졸중 오진율은 환자의 뇌를 열어볼 수가 없기에 아직 체계적으로 조사된 적이 없다.
“AI 뇌졸중 진단 솔루션을 병원 응급실에서 활용하게 되면 진단시 곧바로 의사의 스마트폰에 알람이 뜨게 된다. 신속하게 뇌졸중 수술을 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AI 진단 솔루션이 수술을 평균 1시간 가량 앞당겨 주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뇌졸중은 발병 후 신속하게 수술을 할수록 완치 확률이 높아진다. 수술을 1시간 빨리하면 뇌졸중 환자가 독립적 생활을 할수 있는 확률이 1~1.5배 가량 올라간다.
“글로벌하게 미국기업인 비즈AI, 래피드AI 등이 경쟁사다. 이 가운데 한국시장을 10년 가량 장악해오던 래피트AI는 우리 제품에 밀려 최근 한국에서 철수했다. 글로벌하게 당사 제품의 기술경쟁력이 최고수준이라 자부한다.”
김대표는 “AI진단 솔루션을 FDA로부터 허가를 받을 때 자사는 CT영상에 MRI를 추가해 뇌졸중 진단 정확도를 높인 반면 미국의 두회사는 CT영상만으로 정확도를 확보, 허가를 받았다”면서 “당연히 더욱 세밀하고 선명한 MRI 영상을 통한 분석 솔루션이 진단 정확도, 민감도가 높을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제이엘케이는 올해를 수익창출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새로운 솔루션을 병원에 선보이는 전략을 폈지만 올해부터는 유료 서비스 모델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올해는 매출 100억원 달성 및 흑자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내부 목표다. 현재 국내에서만 주요병원 200여곳에서 이 회사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출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및 일본 시장 공략도 올해부터 적극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대형 병원들의 보험청구 담당자와 자문관계를 구축, 실제 보험 적용사례를 확보하는 프로세스를 정비했다. 여기에 연내 3~4건의 FDA 추가 인허가를 진행한다. 어드벤티스트 헬스(Adventist Health)등 대형 네트워크 병원과도 협업, 공급망 확대에 나섰다.
일본은 최근 일본 5대 상사 마루베니 그룹의 자회사 크레아보와 유통 계약을 체결, 일본 의료기관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공식 루트를 확보했다. 의료 영상 전문기업 포트론 메디컬 이메징과는 공급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국립뇌순환기센터, 일본의과대학병원 등과도 협력해 공급을 확대한다.
한편 뇌졸중(뇌출혈, 뇌경색) 환자는 국내에서만 매년 60만명, 글로벌하게 1500만명이 발생한다. AI 헬스케어 국내 시장 규모는 2023년 5090억원에서 연평균 50% 성장해 2030년 9조 211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삼정KPMG). 글로벌 시장규모는 2023년 21조 3340억원에서 연평균 41% 증가, 2030년 245조 416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마켓앤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