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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미국이 지난 2월 인체 대상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최초로 승인해 주목을 받은 가운데 한국에서도 내년부터 이종장기이식 임상시험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돼지 신장의 인체 이식 임상시험을 승인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면역학적인 부담이 작은 피부 및 각막 이식이 첫 타자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1호 이종이식은 ‘돼지 피부 이식’ 17일 옵티팜(153710)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중 회사와 공동 연구 중인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이 돼지 피부를 화상 환자에게 이식하는 연구자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예정이다. 옵티팜은 현재 국내 상장사 중 유일한 형질전환돼지 생산 회사다. 임상시험은 옵티팜이 생산한 형질전환돼지의 피부에서 살아있는 피부세포를 없애 도포제 형태로 만든 무세포 이식의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옵티팜 연구원이 옵티팜이 생산한 다중형질전환돼지를 안고 있다. (사진=옵티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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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일 옵티팜 대표이사는 “돼지피부에서 살아있는 피부세포를 없애기 때문에 면역학적인 문제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렇기에 의료기기로 허가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약 허가보다 의료기기 허가 절차가 간소하므로 계획대로 된다면 상업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한강성심병원에서 추진 중인 연구자 임상이 성공하면 옵티팜이 직접 공식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김현일 대표는 “두 번째 타자는 이종간 각막이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막을 영장류에 이식해 면역 억제 프로토콜을 적용했는데 현재 두 마리에서 1년이 넘게 각막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두 마리 외 각막 이식이 진행된 지 반년가량 지난 영장류 케이스도 두 건이 더 있어 회사는 총 4건의 케이스를 확보한 상태다.
김 대표는 “인체 임상을 위해서는 영장류에서 5건의 연속적인 성공 케이스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중 한 마리는 1년을 넘겨야 하고 나머지 네 마리도 최소 180일이 넘어야 한다”며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 중 다섯 케이스를 완성해 임상시험을 추진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심장, 신장, 간 등 고형장기의 인체이식 임상시험 추진에는 보다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를 위해 돼지의 장기를 이식한 영장류가 1년 이상 생존한 케이스를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다. 옵티팜은 돼지의 심장 및 신장을 이식받은 영장류에 대한 국내 최장 생존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 1년에는 미치지 못한다(심장 217일, 신장 221일).
그는 “미국에서는 이종이식을 위한 영장류 실험에 20~30㎏까지 자라는 버분원숭이(비비원숭이)를 쓰는 반면, 한국에서는 크기가 10㎏ 미만인 원숭이를 쓰고 있어 돼지로부터 이식한 장기가 1년 이상 버티기 쉽지 않다”며 “그래도 1년을 넘기는 케이스들이 확보되면 임상시험을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실험 영장류의 대부분은 비비원숭이에 비해 체구가 작은 마카크원숭이다. 비비원숭이는 국내법 및 검역규정 때문에 수입이 어려워 국내에서는 영장류 실험에 잘 쓰이지 않는다.
대한이종이식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교수가 옵티팜의 형질전환돼지를 활용해 영장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윤익진 교수는 “아직 피부, 각막 모두 이종이식으로 상업화된 선례는 세계에 없다. 특히 이종간 각막 이식 연구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고 보고 있다”며 “내년에 각막, 피부 이식에서 먼저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순차적으로 고형장기의 이종이식 임상시험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미국 이종이식 영장류실험에 주로 사용되는 버분원숭이(왼쪽)와 국내 이종이식 영장류실험에서 주로 사용하는 마카크원숭이(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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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장기 산업, 3~5년 뒤 본격 개화” 장기이식 공급부족 문제에 지금으로서는 이종장기 이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오가노이드(인체 장기유사체)나 기계식 인공장기(기계식 인공심장 등), 키메라 장기(돼지 몸에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주입해 기른 장기로 인간과 동물의 세포가 섞여 있다)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종장기 이식에 비하면 기술 개발 속도가 한참 뒤쳐져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오가노이드 연구의 경우 국내에서는 실험동물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에 집중돼 있다. 하물며 비임상 임상시험수탁사업(CRO) 업계에서도 오가노이드가 실험동물을 대체하는 데까지 이르는 데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반면 이종장기 이식은 3~4년 내 상업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이종장기는 동물의 몸 안에서 정상적으로 작용하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 자체의 성능은 이미 입증돼 있다고 본다. 현행 과제는 이종장기가 인체 이식됐을 때 이종간의 생리적·면역학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방점이 찍힌다.
윤익진 교수는 “오가노이드 인공장기 개발에 성공한다면 간이나 신장처럼 화학적·생리학적 기능을 가진 장기에서는 면역학적인 문제를 극복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아직 오가노이드, 줄기세포 등의 연구의 경우 실질적으로 ‘장기’라고 할만한 단계에 이른 것이 없다. 반면 이제네시스, 리비비코어로부터 올 연말~내년 사이 이종장기 이식 임상시험 결과들이 대대적으로 보고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같은 결과를 기반으로 이들 기업이 2027~2028년엔 이종장기 이식 상업화를 선언할 것으로 본다. 이때를 전후로 이종장기 이식 관련 산업에 자본이 유입되고 회사를 만들겠다는 곳도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네시스와 리비비코어는 이종장기 이식 연구를 주로 하는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이다. 이제네시스는 형질전환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의 생존 기록(51일)을 보유하고 있고, 리비비코어의 모회사인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T)는 리비비코어가 개발한 형질전환돼지의 신장을 고령의 말기 신장질환자들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이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 고형장기의 이종이식 임상시험에 대한 FDA의 최초 승인이다.
이제네시스도 지난 4월 FDA로부터 급성·만성 간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돼지 간의 인체이식을 위한 IND를 승인받았다. 마이클 커티스 이제네시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사람의 신장과 심장을 대체할 돼지 장기를 개발 중이며 이르면 5년 내 FDA의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2024년 글로벌 이종장기 이식 시장 규모가 479억 달러(약 67조원)로 평가됐고, 오는 2034년에는 1097억 달러(약 1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