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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앞으로 3년이 채 되지 않는 카운트다운. 국내에서 허가취소된 코오롱티슈진(950160)의 무릎골관절염 치료제 ‘TG-C’(옛 인보사)가 미국 허가를 획득한다면 이는 전례 없는 일이 된다. 한국 식약처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TG-C의 미국 인허가는 국내 재판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선 현재진행형인 코오롱생명과학(102940)과 식약처 사이 대법원 상고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품목허가 취소 자체가 없던 일이 되는 방향이다. 나아가 미국과 한국의 무릎골관절염에 인종 간 차이가 없음을 증명해 국내 인허가과정을 최소화시켜 재허가 신청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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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상고심 계류중 코오롱그룹의 TG-C는 2017년 국내에서 ‘인보사’라는 이름으로 허가받은 무릎골관절염 치료제다. 식약처가 허가한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로 각광 받았다. 약 2년간 시판되어 국내환자 3400여명에 투여되었지만, 허가받을 당시 서류에 성분을 오기재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2019년 허가가 취소됐다. 업계에서는 ‘어이없는 실수’라고 회자되는 사건이다.
TG-C는 순수한 연골세포로 된 1액 75%와,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발현하도록 형질 전환된 사람세포주(293세포)인 2액 25%로 구성된 유전자치료제다. 문제가 된 것은 2액이다. 국내 허가 서류에 기재된 내용은 ‘연골세포 유래’였지만, 미국 임상 3상 허가신청 과정에서 ‘신장세포 유래’로 확인되어 논란이 일었다.
무릎을 열지 않고 주사 한번으로 무릎골관절염 통증을 해소시키는 치료제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반면 미국에서는 일부 행정지연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하에 임상 3상을 진행했다.
미국 허가를 추진하는 주체는 코오롱티슈진이다. 총 10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024년 3월과 7월에 각각 투약을 완료했다. 이후 피험자 추적관찰을 통해 모은 24개월분 임상데이터를 2026년 3월과 7월에 각각 데이터 분석을 시작할 예정이다. 늦어도 2027년 1분기에는 미국 신약허가 신청을 이루고, 지금으로부터 2년 9개월 후인 2028년 상반기에는 TG-C의 미국 허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TG-C가 미국에서 허가받을 시 국내 규제기관도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업계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판권을 쥐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 입장은 이렇다. 비록 2액 세포의 유래에 대해 서류상 착오가 있었지만, 모든 비임상 및 임상시험을 동일한 세포로 진행했기에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식약처에 충분히 입증했다는 것이다. 품목허가 취소 자체를 없던 일로 해달라는 내용으로 2019년 7월 식약처장 대상 소를 제기했고, 1심, 2심에서 패소했지만 상고해 작년부터 3심(대법원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과거 대웅제약(069620)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도 국내 민사 및 형사 재판 판결을 미국 ITC 소송 결과 확인 이후로 미룬 사례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에서의 허가 여부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이 3심에서 승소, 품목허가 취소 결정 자체가 뒤집힐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유사 사례로 메디톡스(086900) 또한 식약처를 상대로 진행한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의 원액 변경 품목허가 취소 소송에서 올 3월 승소했다. 메디톡스는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메디톡신 판매를 중단한 기간도 없었다.
재허가시 임상 건너뛸 수 있나 전세계적으로 허가 취소된 제품의 재허가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의 경우 허가된 의약품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면 허가를 취소하지만, 부작용 위험을 라벨에 명시하거나 약의 대상군을 제한시키면 재허가를 내주기도 한다.
일례로 GSK의 과민성 장 증후군 약인 로트로넥스(성분명 알로세트론)는 2000년 2월 허가 후 시판단계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어 당해 11월 허가 취소를 당했다. 로트로넥스는 대안 약이 없는 불응성 환자에게만 처방할 것을 권고하는 강화된 처방 가이드라인 하에 2002년 6월 재허가 받았다. 이는 FDA의 리스크관리(REMS) 정책하에 최초로 재허가 받은 약으로 기록됐다.
국내 식약처 또한 과거 허가 내린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주기적으로 재평가하고 있지만, 완전히 품목허가를 취소한 제품의 재허가를 진행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식약처는 지난 2018년 화이자의 폐경기 증상 치료용 호르몬제 ‘듀아비브정’에 대해 재심사를 진행해 제품 설명서를 개정한 바 있다. 이어 작년 피르페니돈 성분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에 대해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추가하기도 했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례는 독특한 안건으로 타 사례와는 차별성을 가지는 점도 사실이다.
관건은 미국에서의 허가 성공 여부, 그리고 무릎골관절염 환자들에게 얼마나 공익적인 의약품인지를 피력하는 데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국내에서 시판까지 했던 제품인 점에서 인체 내 장기추적을 통한 안전성·유효성 데이터는 충분히 쌓여 있다.
한 인허가(RA)실무자는 “SK바이오팜(326030)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도 미국에서 허가 받은 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 임상 1·2상을 건너뛰고 3상만 진행해 개발기간과 비용을 축소시킨 것 처럼,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허가받은 의약품은 인종 간 차이가 없다는 증명을 제출해 임상 시험 수행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실무자는 “행정소송이 아직 진행 중인 TG-C를 식약처가 다른 케이스와 동일하게 봐줄지는 미지수다. 규제기관이 규정 가이드를 내밀면 (인허가에)먼 길을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데일리의 취재에 “아직 인보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고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