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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삼일제약(000520)이 국내 독점 판권을 보유한 골관절염 신약 ‘로어시비빈트’(Lorecivivint)가 미국에 이어 영국 허가심사에 진입하면서, 최대 8조원 규모의 한국 시장 상륙이 가까워지고 있다.
영국 의약품·의료제품규제청(MHRA)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바이오스플라이스가 제출한 로어시비빈트 품목허가 신청서가 완전하고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고 정식 심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 | 미국 관절염 환자단체 크리키조인츠가 공개한 로어시비빈트 작용기전 설명 이미지. 로어시비빈트는 관절강 주사를 통해 단기적으로 통증·염증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연골 분해를 억제해 관절 구조를 보호하는 기전을 목표로 한다.(자료=크리키조인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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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삼일제약은 지난 2021년 바이오스플라이스와 계약을 체결해, 로어시비빈트 국내 개발·허가 및 독점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총 계약규모는 계약금과 임상·허가·판매 마일스톤 등을 포함해 최대 1000만달러(113억원)다. 제품 판매 후에는 바이오스플라이스에 두 자릿수 비율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구조다.
美 이어 英도 허가심사…세계 최초 DMOAD 유력 MHRA 신약 국가심사 절차에서는 주요 쟁점이 한 차례 질의·보완 과정에서 해소될 경우 150일의 실제 심사기간 내 결론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210일 이내 결론을 목표로 한다. 다만 회사의 자료 보완 등에 소요되는 ‘심사시계 정지’ 기간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MHRA가 공개한 심사 일정을 적용하면 로어시비빈트의 영국 허가 여부는 이르면 내년 3~4월 윤곽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스플라이스는 영국에 이어 이달 중 EMA에도 로어시비빈트 판매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허가 절차가 불과 8개월여 만에 영국과 유럽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에리히 호슬리(Erich Horsley) 바이오스플라이스 최고경영자(CEO)는 “10년이 넘는 임상개발과 11건의 임상시험을 거쳐 로어시비빈트가 영국에서 공식적인 심사를 받게 됐다”며 “골관절염 환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의미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심사는 수많은 환자의 삶의 질과 삶의 기간을 크게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골관절염 근본 치료제는 없다. 아프면 진통제나 주사를 맞으며 버티다가 심해지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것이 전형적인 치료 흐름이었다. 당장의 통증은 덜 수 있지만 닳아가는 연골과 관절 구조의 진행 자체를 막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어시비빈트 세계 최초 ’골관절염 근본 치료제‘(Disease-Modifying Osteoarthritis Drug·DMOAD)를 목표로 한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DMOAD는 없다.
 | | 바이오스플라이스의 골관절염 치료제 로어시비빈트 임상 3상 ‘OA-07’ 결과. 로어시비빈트 투여군은 100주차까지 무릎 내측 관절간격(mJSW)이 유지·증가한 반면 위약군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위약 투여 후 48주차부터 로어시비빈트로 전환한 환자군에서도 관절간격 감소가 완화됐다. (자료=바이오스플라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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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시비빈트 임상 3상 ’OA-07‘에서 투약군은 6개월째 WOMAC 통증점수가 19.5% 개선됐다. 위약군의 개선폭은 5%였다. 12개월 시점에서는 통증뿐 아니라 관절 기능에서도 위약 대비 유의한 개선을 나타냈다.
하이라이트는 X선 검사 결과다. 임상에서 연구진은 ’내측 관절간격‘(mJSW) 즉, 무릎뼈 사이 간격을 장기 추적 관찰했다. 골관절염이 진행돼 연골이 닳을수록 이 간격은 좁아진다. 연 1회 로어시비빈트를 투여받은 환자에서 관절간격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첫해 위약을 투여받아 관절간격이 줄었던 환자들도 로어시비빈트를 투약받은 뒤에는 관절간격이 벌어졌다.
코오롱티슈진(950160)의 골관절염 치료제 ’TG-C‘가 지난 7월 공개한 미국 임상 3상 ’ACTiVION-II‘에서 12개월 통증(VAS)과 WOMAC 통증점수 등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바이오스플라이스는 이에 대해 “OA-07에서 골관절염 연구에서는 좀처럼 관찰되지 않는 관절 구조상의 이점이 나타났다”며 “이러한 결과는 로어시비빈트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치료제가 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드럭 디스커버리‘ 역시 올해 로어시비빈트를 DMOAD 승인이 유력한 치료제로 내다봤다.
환자단체 “30년 기다렸다, 로어시비빈트 필요” 완벽한 임상 결과에 환자단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관절염 환자단체 크리키조인츠(CreakyJoints)와 글로벌 헬시 리빙 파운데이션(Global Healthy Living Foundation·GHLF)은 로어시비빈트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이들은 캠페인을 통해 “너무 오랫동안 골관절염으로 고통받아 왔다”며 환자들에게 “행동”(ACT NOW)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환자들이 직접 미국 의회에 편지를 보내도록 하고 있다.
 | | 미국 관절염 환자단체 크리키조인츠가 운영하는 골관절염 환자 행동 캠페인 화면. 환자들이 자신의 치료 경험과 미충족 의료수요를 미국 의회에 직접 전달하고, 로어시비빈트를 포함한 골관절염 신약에 대해 공정하고 과학적인 심사가 이뤄지도록 지지를 요청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자료=크리키조인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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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가 전면에 나선 배경엔 장기 근본 치료 공백 때문이다. 크리키조인츠에 따르면 미국 무릎 골관절염 환자는 약 2500만명에 이르고, 연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약 65만건에 달한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진통제·주사·물리치료로 버티다 결국엔 인공관절 수술을 선택하는 상황이 수십년째 반복 되고 있다.
루이스 타프(Louis Tharp) GHLF·크리키조인츠 전무는 “환자들은 안전하고 혁신적이며 잠재적으로 질병을 변화시킬 수 있는 치료제(로어시비빈트)를 기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환자 300만명 훌쩍…삼일제약 판권 가치 부각 삼일제약가 확보한 로어시비빈트 국내 독점 판권 가치도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무릎관절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약 345만명에 달했다. 관련 진료비는 2조1738억원으로 단일 상병 기준 국내 진료비 지출 상위권에 포함됐다.
로어시비빈트의 주된 치료 대상은 연골 손상이 진행 중인 KL 2~3단계 환자다. KL등급은 무릎 골관절염의 진행 정도에 따라 0~4단계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KL 2단계부터 명확한 골관절염으로 보고, KL 3단계에서는 관절간격 감소가 뚜렷해지며 KL 4단계는 관절간격이 거의 소실된 중증 단계로 인공관절 수술대상자가 된다.
국내 KL 2~3등급 환자는 약 200만~270만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1회 치료비 약 300만원을 적용하면 로어시비빈트의 국내 잠정 시장 규모는 약 6조~8조원 수준까지 치솟는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삼일제약이 국내 대상 시장에서 점유율 1%를 확보할 경우 연간 매출은 약 600억~800억원, 3%에서는 1800억~2400억원, 5%에서는 3000억~4000억원 수준이다. 삼일제약의 지난해 21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규모와 글로벌 임상 결과 등을 종합하면 5년 전 삼일제약이 확보한 판권은 ’저가 선점‘의 대표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로어시비빈트는 단순히 신제품 하나를 추가하는 차원의 파이프라인이 아니다. 허가와 상업화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삼일제약의 매출 구조와 회사 체급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며 “특히 국내에 경쟁 DMOAD가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주요국 허가가 현실화되면 2021년 선제적으로 확보한 국내 독점권의 가치도 크게 재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 본심사가 시작됐고 유럽 허가 신청도 예정돼 있다”며 “글로벌 허가 진행 상황에 맞춰 국내 허가와 출시 준비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