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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글로벌 기업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특히 임상적 근거가 꼭 필요하다. 개발한 제품이 어떤 근거로 새롭고 좋은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임상적 근거가 없으면 글로벌 기업들은 절대 안 달려든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 메드트로닉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이유다.”
 | 23일 이돈행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대표가 서울 용산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메드트로닉과 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송영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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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돈행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대표는 서울 용산 모처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세계 최초 내시경 지혈재를 개발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과 협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인적 네트워크와 임상적 근거를 강조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389650)은 2016년 내시경 지혈재 넥스파우더 임상 개발을 시작해 2018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2020년에는 CE 인증을 받고, 메드트로닉과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넥스파우더는 현재도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겸직하고 있는 이 대표가 직접 의료현장에서 필요성을 느껴 개발한 제품이다. 세계에서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가루 형태에서 혈액 없이 인체 내 수분과 만나면 젤 형태로 변해 지혈되는 방식으로 개발된 새로운 형태의 흡수성 지혈재다.
내시경 지혈 시술은 출혈 부위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접근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약물 주입, 열을 이용한 소작, 또는 클립 적용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들이다. 시술 환경에서는 출혈 특성에 맞는 섬세한 접근이 요구되기도 하며,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적의 지혈 결과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지혈 후에도 잠재적인 재출혈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임상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의료 현장에서는 시술 과정의 편의성을 높이고 환자에게 보다 적합한 지혈 솔루션을 확보하고자 하는 필요성이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이 대표는 “외과의 경우 녹는 거즈나 치약 형태의 지혈재가 있지만, 소화기 등 내과에서 진행하는 내시경지혈술은 이런 형태의 지혈재를 사용할 수 없다. 손을 쓸 수 없고 내시경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내시경 지혈 시술 환경에서는 출혈의 특성이나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고려 사항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잠재적 출혈 가능성에 대한 관리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임상 현장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새로운 지혈재재를 개발하고자 미국으로 가 고분자를 공부해 넥스파우더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넥스파우더는 점착성 고분자 기술과 코팅 기술, 스프레이 디바이스, 약물 탑재 기능까지 갖춘 제품으로, 출혈 부위에 내시경 관을 통해 스프레이 방식으로 출혈 부위 주변을 도포해 지혈하게 된다. 유사 경쟁 제품은 혈액이 있어야 접착이 되면서 지혈이 가능하지만, 이 제품은 혈액 없이 인체 내 수분만으로도 젤 형태로 변해 출혈 부위에 접착돼 지혈이 가능하다. 특히 스프레이 건 형태로 의료 전문가가 사용하기에 편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혁신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문제는 판매였다. 글로벌 내시경 시술 건수는 2022년 기준 2억3000만건에 달한다. 미국에서만 내시경 지혈술이 매년 4.8% 성장해 2031년 2450만건에 이르는 만큼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 공략이 사업 성공의 키 포인트였다.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해외 기업과의 계약이 절실했다. 해외 기업에 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기회도 마땅치 않았다.
이 대표는 “2018년 11월 한국 코엑스에서 아시아 태평양 소화기 학회가 열렸다. 그때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부스를 차렸는데, 우연히도 우리 부스 바로 옆이 메드트로닉 부스였다. 당시 메드트로닉 부사장이 왔었는데, 그 자리에서 넥스파우더에 대해 설명한 것이 계기가 돼 계약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메드트로닉과 만난 후 2개월 만에 2019년 1월 미국 본사에서 호출이 왔고, 3월에는 메드트로닉이 한국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을 방문했다. 당시 계약서까지 다 작성한 상태였는데, 실사를 하고 나서 퀄리티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며 “현재 퀄리티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로서는 딜이 완전히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드트로닉은 9월 품질협력 러브콜을 보냈다. 특히 2020년 2월 독일에서 열린 소화기학회에서 넥스파우더에 대해 “출혈 예방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그해 6월 메드트로닉과 공식적으로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메드트로닉은 이미 생긴 출혈에 대한 지혈 시장 외 출혈 예방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직접 개척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넥스파우더가 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메드트로닉과의 계약으로 매출뿐만 아니라 제품 품질은 물론 회사 시스템이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탈바꿈했다.
이 대표는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품질 관련 시스템은 메드트로닉과의 협력을 거치면서 글로벌 수준으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기술 벤처 회사로 출발해 이제는 글로벌 기업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 시스템을 장착한 기업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넥스파우더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출혈을 잡았는데 또 재출혈이 발생할까봐 그걸 정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35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했고, 지혈 부분과 재출혈 부분에서 새로운 임상적 근거를 만들었다”며 “결국 허가를 받아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임상적 근거를 토대로, 혁신적이면서 판매가 가능한 기술이어야 움직인다. 국내 기업들도 그런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넥스파우더에 이어 혈관 내 색전 촉진용 보철재인 넥스스피어에프의 미국 진출을 위해 글로벌 기업과 계약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