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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할로자임이 피하주사(SC제형) 약물 전달 기술 기업 일렉트로파이(Elektrofi)를 전격 인수했다. 알테오젠의 경쟁사이면서 MSD와 SC제형 플랫폼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허 만료 임박에 따른 후속 대책, 특허 분쟁에 따른 플랜B 전략이 읽힌다는 분석이 나온온다. 하지만 이번 일렉트로파이 인수가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할로자임은 일렉트로파이를 총 9억 달러(1조2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선급금으로 7억5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신약 3종이 승인받게 되면 1억5000만 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렉트로파이는 고농도 약물 전달이 가능한 피하주사 플랫폼 ‘하이퍼콘(Hypercon)’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퍼콘은 400-500㎎/㎖ 농도 약물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기존 약물 농도보다 최대 4~5배 높은 수치다. 약물 농도가 증가하면 동일 용량 대비 주사량이 줄어들고, 단 1~2분 안에 투약이 이뤄져 오토인젝션 같은 자동 자가 주사 적용이 가능해진다.
할로자임 측은 일렉트로파이 인수에 대해 “이번 인수는 할로자임 발전에 있어 중추적인 단계를 의미한다. 일렉트로파이 하이퍼콘 기술을 통해 약물 전달 기술 제품 확장 및 다양화할 수 있다”며 “일렉트로파이 라이선스, 로열티 수익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지속적이면서 장기적인 수익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 할로자임은 지난 1일 고농도 SC제형 기술 기업 일렉트로파이 인수를 발표했다.(자료=할로자임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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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임박+특허 분쟁 대비한 플랜B 전략 할로자임이 일렉트로파이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기술 확장 및 다양성 측면도 있지만, 특허 문제에 따른 할로자임 측의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할로자임 SC제형 플랫폼인 인핸즈는 특허가 미국 2027년, 유럽 2029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또 다른 플랫폼이자 MSD와 특허 분쟁 중인 엠다제를 통해 특허를 2034년까지 연장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반면 할로자임 외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하게 자체 SC제형 전환 플랫폼을 갖고 있는 알테오젠(196170)의 ‘ALT-B4’의 특허 기간은 2043년까지 보장된다. 따라서 특허 만료가 임박한 할로자임이 일렉트로파이 기술을 적용해 특허 연장을 시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렉트로파이 하이퍼콘 플랫폼 특허는 2040년이 만료 기간이다.
기존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SC제형 기술은 대용량 약물을 피하조직 내 빠르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하이퍼콘의 고농도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과는 차이가 있다. 고농도 약물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형이나 주사기 형태, 자가 주사 부분에서 난제가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할로자임은 하이퍼콘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할로자임은 주력 플랫폼인 인핸즈 특허 만료가 임박한 상황이다 보니, 그걸 다른 방향으로 연장하려고 일렉트로파이를 인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약물 농도는 200~250㎎/㎖ 정도인데, 이를 두 배 정도 높여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알테오젠 SC제형 기술인 도입한 MSD와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번 일렉트로파이 인수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할로자임이 엠다제 관련 MSD와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만약 패소할 경우 후속 전략으로 가져가기 위한 플랜B 성격이 짙다는 주장이다.
반면 SC제형 업계에 따르면 할로자임 측에서는 특허 분쟁으로 엠다제 플랫폼을 잃게 되더라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MSD와 소송 중인 할로자임은 MSD와 특허 소송에서 패소해 엠다제 플랫폼을 잃게 되더라도 타격이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며 “엠다제 플랫폼을 팔 생각도 없고, 이 기술을 활용해 뭔가를 만들기 위한 시도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일렉트로파이 인수가 특허 분쟁에 대한 후속 플랜일수도 있지만, 특허 만료에 따른 사업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 | (자료=셀트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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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파이 기술, 알테오젠 위협하기에는 역부족 일렉트로파이 기술을 장착한 할로자임 SC제형 플랫폼 인핸즈가는 알테오젠에 얼마나 위협이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전문가들은 당장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유사한 기술 개발에 나섰던 기업들의 상업화 사례가 없고, 일렉트로파이는 하이퍼콘 플랫폼 기술을 아직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상황이다. 임상에 진입한 것이 아닌 전임상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기업이 차별화된 SC제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일렉트로파이와 같은 고농도 약물 전달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중국 우시가 ‘우시하이 2.0’ 플랫폼을 통해 고농도 전략을 제시했지만, 상업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고농도 약물 전달 기술은 굉장히 유망한 기술이지만 고농도 제형을 피하주사(SC) 방식으로 투여할 경우, 항체 농도가 높아지면서 주사 시 통증을 유발하거나 주입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단백질 응집 등으로 인해 약물의 물리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고농도 제형 개발은 이런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특히 작은 시험에서는 의도한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상업화 규모에서는 균질성, 충전 과정, 멸균 및 품질 유지가 어렵다.
때문에 할로자임이 아직 임상에도 진입하지 못한 일렉트로파이 인수에 오버페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24년 1월 얀센은 일렉트로파이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는데, 선급금 1800만 달러 포함 총규모가 1억7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물론 단순 기술도입과 기업 간 M&A는 성격이 다르지만, 굳이 입증 안 된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거액의 M&A를 시도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렉트로파이 기술은 약물 농도를 높여서 결국 볼륨을 줄이는 방식이다. 사실 이런 시도는 5년 전만 해도 여러 회사가 시도했었다. 하지만 제대로 상업화에 성공한 회사는 없었다”면서 “일렉트로파이도 아직 임상에 들어간 수준이 아니다. 내년 말이나 임상에 진입한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고농도 기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투약 시 고농도에 따른 통증도 함께 수반되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 알테오젠을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