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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투성 박셀바이오 공시…투자자 혼란 부추기는 거래소
  • 압타바이오 사태 몇 주 만에 발생
  • ORR로 직결되지 않는 지표 공시
  • 감독기관 감시 능력에 대한 의구심
  • 거래소 “수시공시, 빠른 공시 우선”
  • 등록 2022-08-26 오후 1:24:50
  • 수정 2022-09-23 오전 10:14:44
이 기사는 2022년8월26일 13시24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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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박셀바이오(323990)가 Vax-DC 플랫폼을 적용한 다발성골수종 신약 개발 종료를 발표했다. 상장사인 만큼 공시로도 해당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유효성과 관련된 핵심 지표가 아닌 회사에 유리한 데이터만 게시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의혹을 사고 있다. 거래소 역시 공시 관리·감독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4일 박셀바이오 Vax-DC 임상 종료 공시. 공시에는 임상 1/2a상 결과 중 임상반응과 무관한 면역학적 반응만 게시돼 있다. (자료=금감원)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일 박셀바이오는 Vax-DC 플랫폼의 임상 시험 연구개발 조기종료의 건을 공시했다. 임상 시험 제목은 수지상세포와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합요법 또는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합요법을 비교하는 무작위 임상 2상이다.

대상 질환명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골수종이다. 다발성골수종은 백혈구의 종류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증식돼 나타나는 혈액암이다. 비정상적인 형질세포가 골수를 침범하므로 다발성골수종으로 부른다. 뼈가 잘 부러지고 통증을 유발하며, 콩팥 손상까지 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발병 원인은 밝혀진 게 없는 상태다.

앞서 박셀바이오는 Vax-DC 플랫폼을 적용해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파이프라인 개발을 해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Trials)을 살펴보면 Vax-DC 다발성골수종 임상 1/2a상은 2013~2015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1/2a상의 공식 제목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환자에서 자가 수지상세포 요법의 안전성과 효능 평가’다. 1차지표는 이상반응이 발생한 참가자수다. 국립암연구소 공통독성기준(NCI-CTC)을 사용해 평가했다. 2차지표는 Vax-DC 주입 완료 후 임상 반응, 무진행 생존 기간(PFS) 등 두 가지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지표는 2차지표에 있는 임상 반응이다. 항암제에서 임상 반응은 객관적 반응률(ORR)과 질병조절율(DCR)이 있다. 여기서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ORR 확보가 항암제 신약 개발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데 핵심이다. ORR은 악효가 발휘되면서 반응이 있는 환자의 비율이며, CR(완전관해, 100% 암사라짐)+PR(부분관해, 30% 이하로 암 존재)의 통계다. DCR은 CR+PR+SD(안정병변, 암이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음)의 수치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박셀바이오는 Vax-DC 다발성골수종 임상 1/2a상 결과에서 ORR은 0%였다. 임상에 참여한 총 12명의 환자 중 9명에게서 유효성을 측정했으며, ORR 통계로 들어갈 수 있는 CR과 PR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2a상 결과는 박셀바이오가 상장하기 전에 진행한 임상으로 공시가 진행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임상 2상 중단을 공시하면서 1/2a상 결과를 담았다. 공시에서 박셀바이오는 “1/2a상에서 77.8%라는 높은 ‘면역학적 반응률’을 보이는 등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만 밝혔다. ORR과 DCR은 공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만든 코스닥 공시 가이드라인 내용 발췌. 임상 결과에 ORR을 명시하고 있다. (자료=거래소)
면역학적 반응은 항암제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반응 지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특히 박셀바이오가 1/2a상에서 설정한 1차지표와 2차지표도 아니다. 업계는 압타바이오(293780) 공시 사태가 터진 지 몇 주 만에 또다시 의혹 투성이 공시를 거래소가 허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바이오회사 대표는 “몇 년 전에 바이오 A사가 면역학적 반응 50% 나왔다고 하면서 획기적인 항암제라고 홍보했으나, 정작 최종 데이터에서 임상 반응이 10%도 안 나와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며 “해당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면역학적 반응이 임상반응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건 학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거래소가 본인들이 만든 공시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감시 기능도 못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검토 능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가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바이오 공시가이드라인에는 임상 결과 공시 사례를 제시하면서 ORR까지 명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상 결과 공시는 임상시험 과정에서의 안전성 및 유효성 관련 톱라인 데이터(Topline Data), 통계적 유의성(임상시험 목적별로 전체 반응률(ORR), 무진행생존기간(PFS), 완전 관해(CR), 전체 생존 평균(OS) 등) 등을 설명함”이라고 강조한다.

거래소 측은 수시 공시는 빠른 정보 제공이 목적이며, 일일이 전문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수시 공시는 상장사의 중요 이벤트가 있을 때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빠르게 알리는 게 주된 목적이다. 상장법인이 공시 자료를 보내오면 서류상 동일한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를 한다. 동일한 내용이 있으면 승인을 내주는 프로세스이다 보니 증권신고서처럼 문장 하나하나 확인을 하진 않는다”며 “만약 실패인데 성공으로 둔갑시킨 게 발견되면 사후적으로 불성실공시로 지정해서 벌점을 부여하는 구조다. 박셀바이오 사례는 불성실공시 여부를 판단하려면 시간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ORR 없이 면역학적 반응만 공시한 것과 관련해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Vax-DC는 수지상세포 치료제다”면서 “임상반응도 보지만, 면역 치료제이다 보니 면역학적 반응을 봐야만 면역이 확대됐는지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 1상 모집 환자는 이전에 치료 요법을 다섯 가지 받았던 분들이다. 증상이 악화된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한 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클리니컬트라이얼에는 임상 참여 환자 기준으로 “한 가지 이상의 요법을 받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 골수종”이라고 나오면서 회사 측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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