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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시비빈트’ 유럽 허가심사 돌입'…삼일제약, 세계 첫 DMOAD 수혜 기대

  • 등록 2026-10-08 오전 7:00:05
  • 수정 2026-10-08 오전 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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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삼일제약(000520)이 국내 독점 권리를 보유한 무릎 골관절염 신약 ‘로어시비빈트’(Lorecivivint)가 유럽 신약허가 심사에 본격 돌입했다. 로어시비빈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 후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 중인데 이어 영국과 유럽연합(EU)에서 잇따라 정식 허가심사 단계에 진입했다. 경쟁 치료제들이 임상 실패를 반복하는 사이 로어시비빈트의 세계 최초 ‘골관절염 근본치료제’(DMOAD)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바이오스플라이스 지난 2일(현지시간) 테라퓨틱스(Biosplice Therapeutics)는 유럽의약품청(EMA)이 지난달 30일 로어시비빈트에 대해 중앙집중심사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EMA에 제출된 로어시비빈트가 유효성·안전성 평가등 정식 심사를 진행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단 의미다.

바이오스플라이스 홈페이지. (갈무리=김지완 기자)
바이오스플라이스 홈페이지. (갈무리=김지완 기자)
현재 로어시비빈트는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품목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바이오스플라이스는 지난 8월 영국 의약품·의료제품규제청(MHRA)에 로어시비빈트 품목허가를 신청을 했다. 이보다 앞선 올해 1월 FDA에 NDA를 제출했다. 삼일제약은 지난 2021년 바이오스플라이스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로어시비빈트의 국내 개발·허가 및 독점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英 내년 상반기·EU 하반기 윤곽

에리히 호슬리(Erich Horsley) 바이오스플라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은 지난 8월 28일, 유럽연합(EU)은 9월 30일 각각 로어시비빈트의 품목허가 신청을 검증하고 심사에 착수했다”며 “이에 따라 로어시비빈트는 주요 시장에서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허가심사 결과는 내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영국 MHRA는 혁신신약에 대해 150일, 추가 검토가 필요한 경우 최대 210일의 실제 심사기간을 적용한다. 로어시비빈트의 심사가 지난 8월 28일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 허가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영국보다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EMA의 중앙집중심사는 최대 210일의 실제 심사기간을 적용하지만 보완자료 제출 기간에는 심사시계가 멈춘다. 여기에 유럽의약품청 산하 의약품위원회(CHMP)의 판매허가 권고 후 유럽위원회(EC) 최종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EMA에 따르면, 중앙집중심사를 거친 의약품은 심사 개시부터 최종 허가까지 평균 421일이 걸렸다. 이를 로어시비빈트에 적용하면 내년 하반기에서 연말께 유럽 허가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골다공증 신약 엘라디노스는 지난 2021년 11월 EMA 심사를 시작해 2022년 10월 CHMP의 긍정 의견을 받았고 같은 해 12월 최종 허가를 획득했다. 정식 심사 개시부터 최종 허가까지 약 1년이 걸렸다.

로어시비빈트 “최초 DMOAD에 가장 근접”

로어시비빈트가 세계 최초 질병조절 골관절염 치료제(DMOAD)에 가장 근접했다.

DMOAD는 단순히 통증이나 염증을 줄이는 기존 골관절염 치료제와 달리 관절 구조의 손상을 늦추거나 질병의 진행 자체를 억제하는 치료제를 뜻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후보물질이 개발됐음에도 통증·기능 개선과 구조적 개선을 동시에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직 미국이나 유럽에서 정식 허가된 DMOAD는 없다.

대표적인 경쟁 후보는 독일 머크 ‘스프리퍼민’(Sprifermin)이다. 섬유아세포성장인자 18(FGF18)을 활용해 연골 재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발됐으며 임상 2상에서 연골 두께 증가 등 구조적 개선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환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통증과 기능 개선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장벽에 부딪혔다. 벨기에 갈라파고스(Galapagos)와 프랑스 세르비에(Servier)가 공동 개발한 ‘GLPG1972’는 연골 분해에 관여하는 ADAMTS-5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글로벌 임상 2b상 ROCCELLA에서 유의미한 효능 신호를 확보하지 못했다.

미국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Unity Biotechnology)가 개발한 ‘UBX0101’도 노화세포를 제거해 골관절염의 근본 원인을 겨냥하는 세놀리틱 치료제로 주목받았으나 임상 2상에서 통증 개선의 주요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후속 핵심 임상 개발이 중단됐다.

(그래픽=챗GPT)
(그래픽=챗GPT)
후기 개발 단계 경쟁 후보에서도 변수가 발생했다.

코오롱티슈진(950160) 세포유전자치료제 ‘TG-C’는 올해 공개된 첫 번째 미국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지표가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세계 최초 DMOAD 경쟁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반면 로어시비빈트는 통증과 기능 개선뿐 아니라 무릎 내측 관절간격(mJSW)이 벌어지며 근본 치료제 요건을 충족했다. 관절 간격이 좁아지는 것은 연골 소실과 골관절염 진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구조적 지표다. 경쟁 치료제 상당수가 임상 실패를 반복하는 사이 로어시비빈트는 미국, 영국, 유럽 품목허가를 진행하며 차이를 벌렸다.

호슬리 최고경영자는 “미국에서만 약 5000만명의 성인이 골관절염을 앓고 있지만, 아직까지 근본 치료제는 없다”며 “로어시비빈트는 미국, 영국, 유럽 등의 골관절염 환자들에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치료제”라고 강조하며 세계 최초 DMOAD 상용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DMOAD 개발 역사에서는 연골은 좋아졌는데 통증이 안 좋아지거나, 통증 신호는 있었지만 구조 개선이 안 나오는 등의 문제가 반복돼 왔다”며 “로어시비빈트와 다른 치료제들 간 최소 수년의 격차가 존재한다”고 비교했다.

로어시비빈트, 韓매출 보수적으로 봐도 4000억

글로벌 허가 절차가 진전되면서 삼일제약의 로어시비빈트 국내 권리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허가가 이뤄질 경우 국내 상용화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 허가받은 신약이 국내에서 자동으로 허가되는 것은 아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외 임상자료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인정하면 한국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 3상을 다시 실시할 필요는 없다. 해외 임상에 포함된 한국인·아시아인 자료나 약동학적 특성 등을 통해 민족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면 별도의 가교시험도 면제받을 수 있다.

실제 에자이·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는 별도의 국내 가교임상을 실시하지 않고 글로벌 임상 3상에 포함된 한국인과 아시아인 자료 등을 토대로 지난 2024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희귀질환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킴리아’와 ‘졸겐스마’, 암젠의 ‘키프롤리스’ 등도 가교자료 면제를 통해 해외 임상자료를 활용해 국내에 도입됐다.

로어시비빈트 역시 관절강에 직접 투여하는 국소 주사제로 초기 임상에서 혈중 약물 농도가 검출한계 이하로 나타날 정도로 전신 노출이 낮았다. 향후 FDA와 EMA가 글로벌 임상자료를 근거로 허가할 경우 한국인과 외국인 간 약동학적 차이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삼일제약 측은 “지난 7월 R&D 파이프라인에서 로어시비빈트를 골관절염 신약으로 분류했다”며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무릎관절증 환자는 약 307만명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로어시비빈트의 주요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는 KL 2~3등급 환자를 약 200만~270만명으로 보고 있다.

삼일제약이 검토 중인 연간 치료비 300만원을 적용할 경우 이론상 잠재시장 규모는 약 6조~8조원에 달한다. 실제 시장 침투율을 3%로 가정해도 연간 매출 잠재력은 약 1800억~2400억원, 5%까지 확대될 경우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삼일제약의 지난해 210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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