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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동물시험이 폐지된다고 하지만 이를 대체할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우리는 이미 잘하고 있는 비임상 CRO사업을 강화해 올해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 백성진 HLB바이오스텝 대표가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제공= HL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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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진 HLB바이오스텝(278650)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영장류 기반 효능평가 사업을 확장하는 등 비임상 CRO 사업 수익성은 강화하고 동시에 대체실험 기술도 준비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비임상 CRO는 신약 개발 전 임상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위탁을 받아 비임상 시험을 수행하는 기관을 말한다. 주요 시험 항목은 독성과 약리, 약동학 시험이며 대부분 동물모델을 활용한다.
HLB바이오스텝은 2012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유효성 평가 전문기관으로 연 평균 1000건 이상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비임상 CRO 시장은 3000억~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독성시험 위탁 비중이 가장 높다. HLB바이오스텝은 약리시험에 해당하는 효능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백 대표는 “허가 자료를 낼때 약효 관련 항목은 하나 뿐인 반면 독성시험은 15가지나 된다”며 “이 때문에 독성평가와 수가 차이도 심하다. 그래도 우리가 전문으로 하는 효능 평가 분야에서는 압도적 1위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582억원, 영업손실은 13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잘하는 건 더 잘하기 HLB바이오스텝은 비임상 CRO 사업 외연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이르면 올해 4분기 영장류 비임상시험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생물학적 제제 연구 개발을 하는 기업 절반 이상이 영장류 실험을 필요로 한다는 업계 수요를 반영한 조치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시험 단계적 폐지를 발표한 정책 방향과는 다소 괴리가 있지만, 회사는 동물시험이 신약 개발에 여전히 ‘필수’라는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백 대표는 “대체실험과 관련한 기본적인 툴은 만들어졌지만 실제 대체실험법이 동물실험 결과와 유사성을 띤다는 빅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다”며 “동물실험 결과를 대체하려면 모든 장기가 오가노이드화 돼야 한다. 현재는 심장, 폐, 신장, 위, 대장 정도만 구현돼 있어 부족하며, 신체의 36~37개 장기를 모두 모사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대체실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비임상 CRO의 제한적인 수익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HLB바이오스텝은 올해 하반기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계획이다. 동물시험 대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포함해 화장품 원료 기업, 특히 퇴행성 질환 관련 의료기기 분야 등과의 접점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 대표는 “본업인 비임상 CRO 외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3~4분기 내 M&A를 할 수도 있다”며 “수익성 강화에 방점을 둔 만큼 올해 BEP 달성을 이루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규제 변화에도 선제 대응” 비임상 CRO 선두주자 답게 HLB바이오스텝은 동물대체시험 관련 기술 확보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오가노이드,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신약 평가 수단들을 미리 갖추겠단 복안으로 규제 변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HLB바이오스텝은 동물실험 폐지 정책의 최대 수혜 분야 중 하나로 꼽히는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미니 장기’로도 비유되는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나 조직 유래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 실제 장기와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지닌 조직체다.
회사는 지난해 5월 강스템바이오텍, HLB바이오코드와 함께 오가노이드 기반 의약품 안전성·유효성 평가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협력을 통해 피부 및 췌도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해 탈모 치료제와 제1형 당뇨병 치료제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따낸다는 계획이다. 또 HLB바이오코드의 비임상 독성 평가 역량을 활용해 오가노이드 기반 의약품 안전성 평가용 대체 시험법 개발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HLB바이오스텝은 국내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 아론티어와도 협업하고 있다. 2023년 12월 두 회사는 ‘AI 기반 혁신신약 공동개발’을 목적으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엔 HLB그룹이 아론티어에 50억원 투자해 지분 일부를 확보했다. 두 회사는 현재 AI를 활용한 대체시험 개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