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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한 에스티큐브 CSO "넬마스토바트가 암세포 숨통 끊어"
  • 등록 2025-05-23 오전 9:10:53
  • 수정 2025-05-27 오전 10: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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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BTN1A1.’

3년 전 기자의 머리를 쳤던 단백질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온 세상이 PD-L1만 얘기할 때다. 유승한 에스티큐브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BTN1A1이 면역항암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란 확신에 차 있었다.
유승한 에스티큐브 최고과학책임자(CSO)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


당시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BTN1A1은 유 CSO의 손을 거쳐, 암의 숨은 길을 찾게 해준 나침반이 됐다.

22일 회사에 따르면, 에스티큐브(052020)는 면역항암제 넬마스토바트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서 대장암과 소세포폐암 적응증으로 각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 치료제는 글로벌 임상 1상에선 기존 PD-1/PD-L1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던 고형암 환자에서 부분관해(PR), 안정병변(SD)을 확인했다.

연구자 임상으로 진행된 대장암 임상 1b상에선 임상자 12명 중 2명에서 부분관해가 나와 파란을 일으켰다. 객관적반응률(ORR)만 16.7%로 기존 항암제 레고라페닙 1.0%, 론서프(TAS-102) 1.6%, 프루퀸티닙 1.5%를 압도했다. 론서프와 아바스틴(베바주시맙) 병용요법도 6.1%에 그쳤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다. 특히, 임상자 전원이 암 진행이 멈추며 질병통제율 100%를 기록했다. 임상에 참여한 12명은 기존 치료에 불응한 4기 이상이었고, 간 전이 대장암 환자들고 포함됐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더한다.

이데일리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위치한 에스티큐브 본사를 찾아 한국을 찾은 유승한 CSO를 인터뷰했다. 이번 인터뷰는 BTN1A1과 YAP1 관계를 밝히고, 이 관계가 넬마스토바트 임상 성공을 결정하는 열쇠인지를 확인했다.

“모유 단백질 BTN1A1, 암의 면역 회피 무기로 돌변”

유 CSO는 “BTN1A1은 원래 엄마 젖(모유)에 존재한다”며 “이 단백질은 면역세포인 T세포를 살짝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이유는 아직 아기 몸에 면역 시스템이 미성숙한데, 젖에 있는 다양한 단백질이나 성분을 외부 물질로 착각하고 공격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며 “BTN1A1 작용으로 아기가 젖을 거부하지 않고 자기 몸의 일부처럼 받아들이게 해준다”고 부연했다.

그는 “배아(아기)가 발달할 때 다양한 세포들이 빠르게 자라고 움직이기 때문에 발달용 신호 경로들이 활발하게 작동한다”며 “Wnt, TGF-β, Notch, YAP/TAZ(Hippo) 등이 대표적”이라고 예시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 경로들은 성장, 이동, 조직형성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때는 세포가 고정돼 있지 않고 다른 위치로 이동하면서 기능이 바뀐다. 이른바 EMT 현상으로, 배아 시기엔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을 곁들였다.

유 CSO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그런데 이 신호들이 성인이 되면 꺼진다”며 “다 자란 후엔 세포가 움직이고 자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암이 생기면 잠자던 신호들이 깨어난다.

유 CSO는 “발달기 신호가 다시 활성화하면 세포는 무분별하게 성장하고, 이동하고, 면역을 회피한다”며 “암세포는 발달기 신호를 재활성해서 생존·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고 전했다.

그는 “BTN1A1은 아기에겐 좋은 역할을 한다”면서 “하지만 암세포에겐 면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YAP1은 원래 아기 발달용 신호지만, 암에선 세포를 더 무섭게 만든다”고 밝혔다.

암 줄기세포 잡는 열쇠, 하지만 못 건드린다

YAP1이 과발현하면 암 치료는 난관에 부딪힌다.

유 CSO는 “YA1P이 과발현되면 암세포가 더 빠르게 성장한다”며 “앞서 말했듯이 PD-L1, BTN1A1 등 면역회피 단백질을 증가시킨다. T세포를 무력화시킨다. 당연히 약발은 떨어진다. 전문용어로 항암제 내성 증가 또는 치료 감수성 감소 등으로 표현되는 경우”라고 언급했다. 그는 “YAP1은 암 줄기세포 특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YAP1 발현율이 낮으면 암세포 성장 속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암전이 위험도 줄어든다. 치료 감수성 증대로 항암 치료 효과도 좋아진다. 암 줄기세포가 줄어, 암 재발 위험도 감소한다.

유승한 에스티큐브 CSO가 지난 1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BTN1A1과 YAP1 간 상관관계를 설멸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


YAP1을 직접 타깃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니, 유 CSO는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YAP1을 직접 막는 것도 방법이지만 다양한 문제들을 유발한다”며 “YAP1을 완전히 차단하면 간 조직 재생에 문제가 발생한다. 심각한 간 독성을 유발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YAP1은 암세포가 면역을 회피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영향도 크다. 구체적으로 세포 사멸을 억제하고, 손상된 DNA를 수리하고 복구한다. 또 줄기세포 능력을 유지해 재생 능력을 유지한다. 이 외에도 약물을 배출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한다.

다시 말해, YAP1 억제는 1가구의 수도꼭지만 잠그면 해결될 일을 동네 전체 상수도 공급을 중단하는 것과 같다. YAP1이 암 성장, 전이, 재발, 내성의 원인인데 제거는 할 수 없다는 얘기다.

YAP1이 뿌린 내성·재발 씨앗…넬마스토바트로 제거

YAP1이 뿌린 내성과 재발의 씨앗을 제거하기 위해선 각각의 특성과 항암 치료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 CSO는 “암세포에서 YAP1 신호가 켜지면 PD-L1과 BTN1A1을 한번에 활성화한다”면서 “차이가 있다면 PD-L1은 초기에 빨리 자라는 암세포에서 주로 나타난다. 반면 BTN1A1은 천천히 자라고 숨이 있는 암세포에서 발현된다”고 덧붙였다.

PD-L1이 돌격군이라면, BTN1A1은 잠복군이란 얘기다.

그는 “실제 암 치료 상황에선 PD-L1과 BTN1A1은 철저히 구분된다”며 “1차 항암치료는 화학항암제 투여다. 초기 급성장하는 암세포는 화학항암제에 모조리 쓸려나간다. 화학항암제는 세포 입장에서 보면 원자폭탄이다.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암세포가 PD-L1으로 면역을 회피하기도 전에 모두 죽는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천천히 자라는 암세포는 원자폭탄에도 살아남는다”며 “이때 생존한 암세포의 YAP1이 BTN1A1을 퍼트리는 씨앗”이라고 설명을 곁들였다.

이번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 발표에 따르면, BTN1A1과 YAP1 발생 위치는 정확히 일치했다.

해법은 화학항암제와 넬마스토바트 조합이다.

유 CSO는 “넬마스토바트로 BTN1A1을 타깃하면 화학항암제 이후 살아남은 암세포를 말끔히 처리할 수 있다”며 “대신 YAP1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넬마스토바트는 BTN1A1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해 잠복한(숨어 있는) 암세포가 면역을 피하는 능력을 없앤다”며 “이로 인해 암세포가 다시 자라는 걸 막고, 항암제가 더 잘 듣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작용 덕분에, 넬마스토바트를 화학항암제와 함께 쓰면 기존 치료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517억2300만달러(약 75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현재는 키트루다, 옵디보, 임핀지, 티쎈트릭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에스티큐브는 기존 면역항암제들이 PD-1/PD-L1 축에 집중된 것과 달리, BTN1A1을 새로운 타깃으로 삼고 있다. 특히 PD-L1과 BTN1A1은 상호 배타적으로 발현되며, 암세포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BTN1A1의 발현 비율이 PD-L1보다 더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에스티큐브는 임상 2상을 성공할 경우, 넬마스토바트가 최대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로 시장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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