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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콧대 꺾은 '이 남자'…결국 '100억 잭팟' 터트렸다
  • 등록 2025-02-11 오전 9:10:38
  • 수정 2025-02-18 오전 10: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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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일본 모 제약사와 계약서가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두 번째 계약서가 오가고 있다”.

박웅양 지니너스 대표 겸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이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정의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


박웅양 지니너스(389030) 대표에게 일본 사업 현황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박 대표는 의사과학자다. 학술박사(Ph.d.)와 의학박사(MD)를 동시에 보유한 보기 드문 인사다. 박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를 거쳐 지난 2013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 대표는 지난 2018년 지니너스를 창업했다.

박 대표는 자타공인 싱글셀 분석 세계 일인자다. 여기서 세계 1등은 기술 수준, 기술개발, 상용화 수준 등 모든 부문을 포함한다. 싱글셀 분석은 암 조직을 이루는 세포 하나하나를 분석해 암 유전체를 해부하고 치료법을 찾는 전략이다.

일본 국립암센터는 3000만명의 암환자 종양을 정밀 분석해 신약을 개발하는 ‘일본 암 연구 프로젝트’(SCRUM-Japan MONSTER-Screen-3, 이하 몬스터3)에 지니너스 참여를 요청했다.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나 학회에서 박 대표만한 싱글셀 분석 기술 수준을 가진 연구자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국립암센터는 자존심을 굽힌 채 대한해협(현해탄) 건너편 박 대표에게 자국 프로젝트 참여 요청을 제안했다. 그동안 K바이오를 한 수 아래로 봤던 일본 입장에선 대단히 자존심 상할 일이다. 지니너스는 해당 계약으로 3년 간 100억원 수주를 보장받았다.

이데일리는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정의로(문정동)에 위치한 지니너스 본사를 찾아 박웅양 대표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니너스의 차별화된 기술력은.

-실험을 하면 분석을 해야 한다. 통상 분석엔 실험 시간의 10배가 필요하다. 그만큼 분석이 힘들고 어렵다. 연구자, 제약사 등이 모두 지니너스 프로그램을 쓰려고 한다. 지니너스 싱글셀 분석 프로그램은 분석을 해주는 소프트웨어는 아니다. 실험데이터를 입력하면 시각적으로 실험 결과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분석툴(too)이라고 보면 된다.

세계에서 DNA, RNA, 단백질까지 한번에 다 볼 수 있는 분석툴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지니너스의 ‘스페이스 인사이트’ 말곤 없다. 우리툴을 쓰지 않으면 연구자가 알아서 분석해야 한다. 대부분 업체·연구소는 장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실험 결과값(데이터)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분석 소프트웨어는 없는 실정이다. 예컨대 다들 스마트폰은 있는 데, 앱(app)이 없다. 싱글셀 분석에 있어서 지니너스가 현존 유일 앱이다.

▲단백질을 같이 보는 게 왜 중요한가.

-요즘 항체약물접합체(ADC) 열풍이다. ADC는 단백질(항체)과 결합하는 치료제다. 단백질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결국 치료제 개발하는 입장에선 단백질, DNA, RNA 등을 한번에 다 봐야 한다.

▲공간전사체 기술은 뭔가.

-일반적으로 유전자나 돌연변이 연구를 할 때 조직 일부분을 채취해 DNA나 RNA를 추출한다. 이때 조직 샘플엔 암세포, 정상세포, 면역세포 등이 함께 섞여 있다. 전통적인 방식에선 이들 세포들을 분석해 평균값을 낸다. 하지만 이 방식의 문제점은 평균값에 의해 독특한 유전자 특성이 가려진다. 환자에 따라 암세포 분포, 모양이 다를 수 있고 면역세포가 다를 수 있는 데 평균을 내버리면 모른다.

같은 암환자인데도 누구는 치료가 잘되고, 안 되고 하는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 있단 얘기다. 공간전사체 기분석 기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됐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조직 샘플을 정밀하게 분석해 각 세포의 정확한 위치와 그 위치에서의 유전자 발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암세포나 면역세포가 특정 세포에서 어떻게 다르게 유전자가 발현하는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어 더욱 세밀한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싱글셀과 공간전사체 차이는.

-싱글셀 분석은 말 그대로 조직에서 세포 하나하나를 분리해 각각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암세포, 면역세포, 혈관세포 등 다양한 종류의 세포를 개별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암 연구에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모아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한번에 분석할 수 있는 세포 수에 제한이 있어 대규모 샘플이나 임상에 적용하기 어렵다.

반면, 공간전사체 분석 기술은 조직 병리 슬리아이드를 이용한다. 그 이미지 위에서 세포가 위치한 곳을 정확히 파악해 그 위치에서 유전자 발현을 분석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같은 암세포라도 어떤 세포는 치료에 잘 반응하는 유전자 표현을 보이는 반면 다른 세포는 그렇지 않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즉, 눈으로 볼 수 있는 병리학적 이미지와 유전자 정보를 결합해 각 세포가 어떻게 다른지, 어떤 세포가 치료에 잘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다.

▲스페이스 인사이트 개발 배경은.

-동아대, 서울대에서 교수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 또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으로 13년째 재직 중이다. 또 2018년부터 지니너스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학계, 의료계, 산업계에 모두 몸담으면서 연구와 임상 간 괴리가 없다. 내가 하는 연구나 기술개발이 곧 의료·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일본엔 당신같은 사람이 없나.

-(웃으며) 그렇다. 일본에 법인 설립하자마자 100억원 규모 계약을 따낸 게 사업 수완이 좋아서가 아니다. 일본 국립암센터가 싱글셀 분석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는 데 그게 나였다. 보통 연구자들은 마우스(쥐) 세포 가지고 연구·실험하고 논문 내지 않나. 하지만 나는 삼성서울병원에 재직하면서 실제 암환자 세포(또는 조직)를 분석했다. 일본 암연구 프로젝트는 실제 임상 시험을 위한 싱글셀 분석을 필요로 한다. 거기에 지니너스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길 적임자로 판단한 것 같다. 일본 국립암센터가 먼저 싱글셀 분석, 처리 등을 전담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박 대표의 인지도는.

-(지금까지 게재된) SCI 논문이 300~400편 정도 된다. 이 중 200편 정도는 최근 것이다. 매년 10~20편 정도 제1저자, 교신저자, 공동연구 등으로 논문을 낸다.

▲박 대표님이 세계 1등이고 현재 2~7등이 없고 다음 등수가 8등쯤인가.

-그렇게 된 지 오래됐다.

▲일본 암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10년간 누적으로 3만명의 암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허가받은 신약이 20여 개, 진단기술은 30~40여 개가 된다. 단순 연구 데이터만 쌓는 그런 프로젝트가 아니다. 실제 암 치료율을 높이는 성과를 낸 프로젝트다.

▲지니너스 이전엔 누가 싱글셀을 분석을 했나.

-이전엔 유전체분석, 차세대 염기서열(NGS) 분석만 했다. 최근 정밀 치료제 개발 쪽으로 신약 개발이 진화하면서 싱글셀 분석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일본 암 연구프로젝트가 ‘몬스터3’ 단계로 오면서 싱글셀 분석을 최초로 하게 됐고, 이걸 지니너스가 담당하게 됐다.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추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나.

-프로젝트에 다국적 제약사 대부분이 참여한다. 참여 기업들간 매년 2~3차례 미팅을 한다. 오는 3월엔 참여 제약사들을 상대로 지니너스 단독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직 빅파마들도 공간전사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지니너스의 공간전사체 기술을 이용해 어떤 정보를 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사실상 쇼케이스로 봐도 되나.

-그렇다. 정밀의료, ADC로 가면서 싱글셀 공간전사체 분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 모 제약사와 계약서가 오가며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또 다른 기업에서 계약 요청이 와서 논의 중이다. 일본 국가암 프로젝트 참여 후 글로벌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현 상황과 별개로 회사 경영은 어려워 보이는데.

-당장 일본 국가암 프로젝트에서 3년간 100억원 매출을 확보했다. 이 프로젝트를 참여 기업들로부터 추가 수주로 100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전엔 분석 의뢰가 들어와도 회사 매출은 몇백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지금은 10억원 단위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숫자과 크게 달라졌다.

▲5000만원 계약 단위가 어떻게 한번에 10억원으로 증가할 수 있나.

-예전 NGS는 100개 분석하면 5000만원 정도 매출이 나왔다. 싱글셀 공간전사체 분석은 슬라이드 한 장에 2000만원이다. 50장(50명) 분석하면 매출 10억원이 나온다.

▲사업 모델은 유지하나.

-아니다. 기존엔 싱글셀 분석 위주로 서비스를 진행했다. 분석 수요가 증가할수록 인력 투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익을 내기 힘들었다. 앞으로는 스페이스 인사이트를 클라우드 서비스할 예정이다. 연구자들이 클라우드에 접속해 스페이스 인사이트를 이용하고 이용량만큼 과금하는 서비스 형태를 가져갈 것이다. 기업 간 계약 역시 분석, 시료, 소프트웨어 등을 패키지로 묶어서 가는 형태다.

▲하고 싶은 말은.

-지니너스는 싱글셀 분석 분야에서 명실상부 글로벌 톱(Top)이다. 세계 최고 실력과 실적을 연결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앞으로 행보를 지켜봐 달라.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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