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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최근 명인제약, 삼익제약, 마더스제약 등 전통제약사들이 오랜 비상장 상태에서 벗어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상장사 지위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네릭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전통 제약사들이 IPO를 추진하는 이미지 (사진=Chat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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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러시에 나선 전통 제약사들, 추진 배경은? 잇몸질환 치료 보조제 ‘이가탄’으로 유명한 명인제약은 1988년 11월 설립된 의약품 제조·판매업체이다. 지난해 매출 2694억원, 영업이익 928억원으로 영업이익률만 34.4%을 기록한 알짜 제약사다. 1980년에 설립된 삼익제약은 완제의약품 등 전문의약품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합성의약품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59억원, 37억원이다. 2011년 설립돼 비교적 젊은 마더스제약은 천연물 의약품에 특화된 제약사다. 지난해 매출 1927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이들 기업이 상장하려는 이유가 딱히 자금 때문만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명인제약의 경우 최근 3년 연속 30%대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제약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단순 자금 확보를 위한 차원에서 IPO에 접근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전통 제약사들이 제네릭 중심에서 탈피하기 위해 IPO를 활용한다고 보고 있다. 제네릭이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해 동일 성분, 동일 효능으로 제조한 의약품이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이미 제네릭이 과잉공급 상태로, 대형 제약사뿐 아니라 중소 제약사까지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제네릭은 특허가 만료된 범용 의약품이라 해외에 진출해도 인도, 중국 등 저가로 생산하는 국가에 비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제네릭에서 벗어나 개량신약이나 신약 개발을 통해 해외 수출에 도전하려는 열망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만으로는 시장이 포화 상태라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신약 개발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개량신약으로라도 전환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렇다 보니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할 필요는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R&D에 자금 투입…신약 개발로 체질 전환 의지 실제로 이들 업체의 자금 사용 계획을 살펴보면 R&D를 위한 자금이 배정돼 있다. 단순히 연구개발비 비중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임상 계획과 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제네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명인제약은 공모자금 1509억원 중 350억원을 조현병 치료 신약 ‘에베나마이드’(Evenamide)의 글로벌 임상 3상 등 연구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에베나마이드는 지난 1월 명인제약이 이탈리아 뉴론(Newron)사에서 국내 독점 공급·판매권을 인수한 품목으로 조현병 치료를 위한 보조치료제이다. 명인제약은 에베나마이드가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더스제약 역시 IPO를 통해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 개발에 투자해 장기적인 캐시카우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 ‘MTS-DA’, 만성통증 치료제 ‘MTS-CP’ 등이 있으며, 추가 파이프라인 확보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 기업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익제약은 SPAC 합병을 통해 확보한 약 160억원 규모의 자금 중 R&D 비용으로 45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해당 R&D 자금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을 개발해 이를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등 고부가 가치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복합제와 개량신약, 퍼스트제네릭도 개발할 예정이다.
삼익제약 측은 “전략적으로 퍼스트제네릭, 개량신약 제품에 연구개발을 집중해 신제품을 출시함으로써 타사와 차별화하고,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등 신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장기적인 안정적 수익원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 교체 흐름에서 커진 지배구조 재정비 필요성 전통 제약사들이 창업주에서 오너 2~3세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서 승계와 지배구조를 재정비할 필요도 생겼다. 오너 일가로서는 승계 과정에서 불거지는 잡음을 최소화하고 외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명분이 됐다.
최근 상장을 추진하는 전통 제약사들이 지배구조 정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IPO 목적 중 하나로 기업 내부 시스템을 글로벌 수준으로 정비하겠다는 것을 기재하고 있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강화하며 내부 통제 체제를 정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승계 이슈가 상장 추진 배경에 깔려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이보다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상장 이후 형성된 주가와 기업가치를 기반으로 인수합병(M&A)나 합작법인 설립 등 외부 확장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노리는 등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승계가 우선순위라면 비상장 상태에서 추진하는 게 오히려 효율적일 것”이라며 “승계보다는 제네릭 위주에서 벗어나 신약개발사로 체질 개선하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