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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코스닥 시가총액 11조원에 달하는 HLB(028300)의 핵심 자산은 ‘리보세라닙’이라는 표적항암제다. 중국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미국 FDA에 간암치료제 신약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내달 20일 결과가 발표된다. HLB는 이 ‘리보+캄렐’ 신약허가 시점이 회사의 실적개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
그런데 왜 캄렐리주맙일까. 사실 PD-1 타깃 면역항암제 중엔 머크(MSD)의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이 가장 큰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중국 파트너사가 미국 FDA 허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주장하는 것처럼 약효가 탁월하다면 단독요법으로 허가를 받을 수도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데일리는 HLB가 병용요법에 캄렐리주맙을 선택한 이유를 취재했다.
특허 운명공동체…리보+캄렐 병용특허 2038년까지HLB와 항서제약은 특허로 묶인 운명공동체다. HLB가 리보세라닙의 물질특허, 항서제약이 염조성물특허를 가지고 있다. HLB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면역항암제를 선택한다는건 처음부터 선택사항에 없었다.
염조성물특허란 보통 특허존속기간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항서제약은 2014년 중국에서 단독요법으로 리보세라닙(아파티닙)의 위암치료제 신약허가를 받았고 이후 글로벌 염조성물특허를 등록해 특허기간을 연장시켰다. 중국 외 지역에서의 전용실시권을 HLB의 완전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Elevar Therapeutics)가 인수해서, 엘레바의 특허라고 볼 수 있다.
리보세라닙은 중국에서 2023년, 글로벌에서 2024년 물질특허가 만료된 반면, 염조성물특허는 2029년 6월까지 유효하다. 나아가 병용요법으로는 더욱 긴 특허 존속기간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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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요법이 아닌 병용요법으로 신약허가를 받으려는 것 또한 특허 기간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리보세라닙은 단독요법으로 중국외 지역에서 글로벌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 때문에 물질 특허기간이 만료됐지만, 경쟁사들이 따라 출시하는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쟁사들이 리보세라닙의 복제약을 출시하려면 허가부터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HLB관계자는 “리보세라닙 단독으로는 염조성물 특허가 2029년까지이나, 리보+캄렐 병용요법의 경우에는 용도발명 특허가 2038년까지 보호받는다. 국가에 따라 이후 최대 5년(2043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두 약물 병용시에 더 긴 특허를 누릴 수 있다. 경쟁약 개발사들은 추후 리보+캄렐 병용요법을 카피해야하며, 예를 들어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와 합쳐 사용해보고 싶다하더라도 리보+캄렐에 키트루다를 곁들여야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어드벤첸에서 엘레바-항서제약으로리보세라닙 원개발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어드벤첸연구소(Advenchen Laboratories)로, 코드명은 ‘YN968D1’, 물질명은 ‘아파티닙’(Apatinib)이었다. 2004년 항서제약이 먼저 중국지역의 판권을 도입했고 2007년 미국 소재 바이오 R&D 기업 LSK바이오파트너스(현 엘레바테라퓨틱스)가 중국 외 글로벌 지역 판권을 도입했다.
LSK바이오파트너스는 2018년부터 아파티닙을 리보세라닙이라고 바꿔부르기 시작했고 이후 2019년 HLB에 회사가 인수되며 리보세라닙이 HLB 관할로 넘어왔다.
LSK바이오파트너스는 2017년 항서제약과 위암 3차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시작했다. 이후 2019년에는 항서제약과 간암 1차 치료제 글로벌 임상을 시작했다. 다시 말해, HLB가 리보세라닙을 손에 넣기 전부터 이미 캄렐리주맙과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다.
HLB는 2018년부터 리보세라닙에 눈독을 들였다. 먼저 LSK바이오파트너스가 부광약품에 기술이전했던 국내권리를 HLB생명과학이 2018년 47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2019년 4월 HLB가 LSK바이오파트너스를 115억원에 인수해 엘레바테라퓨틱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어 2020년에는 어드벤첸연구소의 중국법인 어드벤첸난징(Advenchen Nanjing)으로부터 리보세라닙 물질특허를 인수했다. 엘레바-어드벤첸연구소 사이의 기술거래 계약 주체가 엘레바-HLB로 바뀐 시점이다.
HLB 관계자는 “항서제약은 이미 중국에서 간암, 위암, 유방암 등 여러 암종에 대해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받았거나 임상을 진행중에 있어서, 항서가 보유한 치료제(캄렐리주맙, 플루조파립 등)와 병용을 진행 시 항서가 확보한 광범위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글로벌 임상으로 확대가 용이하다. 이번 간암신약의 경우에도 중국에서 2상까지 진행됐던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FDA의 승인을 받아 바로 3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한 케이스다. 당사는 이를 통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아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데이터를 통해 간암에 효과가 높다는 것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지고 대규모 3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보+캄렐 vs. 소페라닙면역항암제는 암환자의 30%에만 듣는 한계가 존재한다. 때문에 약효를 증강시켜줄 병용요법을 탐색하는 다수의 신약개발사가 존재한다. 면역항암제를 표적항암제와 함께 사용하는 방향이다.
리보세라닙은 혈관내피성장인자2(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2)를 타깃하는 티로신 키나아제 저해제(TKI)다. 캄렐리주맙은 항 PD-1(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 항체로, PD-1 수용체를 막아 암 진행을 막는 기전이다.
지난 2023년 7월 글로벌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절제불가능 간세포암종(unresectable hepatocellular carcinoma)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바이엘사의 넥사바(물질명 소라페닙)와 비교하는 임상 3상에서 월등한 약효와 관리가능한 수준의 부작용 프로필을 보였다.
연구는 환자 54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무진행생존기간(PFS)은 리보+캄렐의 중간값이 5.6개월로 소라페닙의 3.7개월 보다 연장됐다. 암 진행으로 인한 사망률을 소라페닙 대비 48% 줄였다.
전체생존기간(OS)도 리보+캄렐의 중간값이 22.1개월로 소라페닙의 15.2개월보다 길었다. 12개월 전체생존기간은 리보+캄렐이 76.5%, 소라페닙이 60.8%였고 18개월 전체생존기간은 리보캄렐이 60.9%, 소라페닙이 45.2%였다. 객관적반응률(ORR)은 리보캄렐이 25%, 소라페닙이 6%로 나타났다.
고혈압 등 3등급 또는 4등급 부작용(TRAE)면에서는 리보캄렐이 81%, 소라페닙이 52% 발생율을 보였다. 심각한 부작용(SAE)은 리보캄렐이 24%, 소라페닙이 6%였다.
HLB 관계자는 “당사의 간암 임상은 물론, 그간 수많은 연구자 임상을 통해 두 약물(VEGFR저해 + PD-1저해)을 병용할 경우 각 물질의 단독처방 대비 현저히 높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간암 치료제로 허가 받게 될 경우 세계 첫 VEGF TKI 약물과 PD-1 약물의 조합으로, 그간 한정된 치료 기전으로 새로운 치료옵션을 기다리던 환자와 의사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