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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AI 신약개발사 프로티나가 정부와 대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는가 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플랫폼으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AI 신약개발 기업들이 넘어서지 못했던 난제를 새로운 파이프라인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었다는 평가다.
프로티나(468530)는 최근 보건복지부 주관 ‘AI 모델을 활용한 항체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실증’ 국책과제 주관 연구개발 기관으로 선정됐다. 특히 이번 과제 목표는 27개월 안에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또는 기술이전 1건을 달성하는 도전적 수준이다. 프로티나는 각 기관의 전문성과 검증된 성과를 기반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여타 AI 신약개발 기업이 정부 주도 국책과제에 선정된 바 있지만, 이번 연구 과제는 규모가 총 470억원에 달하는 대형이라는 점, 삼성바이오에피스 및 서울대와 함께한다는 점 등에서 프로티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월 코스닥에 상장한 프로티나에 대한 관심은 주가로도 여실히 나타난다. 7월 29일 공모가 1만4000원이었던 회사는 11월 13일 주가가 6만3800원으로, 약 5개월 만에 356% 증가했다. 시가총액도 약 7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이는 국내 AI 신약개발 관련 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특히 AI 신약개발사들이 파트너사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프로티나는 올해 매출이 약 7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5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6억원, 2024년 23억원, 올해 68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4년간 매출 증가율이 1260%에 이른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 | 프로티나 패스파인더 경쟁력.(자료=프로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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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키워낸 프로티나, 기술적 한계 넘었다 윤태영 서울대 교수가 설립한 프로티나의 성장에는 삼성이 상당한 마중물 역할을 했다. 삼성이 민간 주도 기초과학 연구 지원 공익사업으로 시작한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2014년부터 5년간 지원받았다.
해당 사업은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이뤄지고 있고, 기초과학 분야, 소재 기술 분야, ICT 및 융합 분야에서 창의적인 프런티어 연구를 지원한다. 프로티나의 AI 신약개발 핵심 플랫폼인 ‘SPID’ 기술 근간인 고속 항체 스크리닝 기술도 이 지원을 받았다. 창업 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공동 연구 체계까지 확립했다. 특히 프로티나는 국내외 AI 신약개발 기업들이 병목현상을 겪고 있던 부분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프로티나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AI가 설계한 항체가 실제 신약 승인에 이른 사례가 없고, AI 설계 성공 확률 역시 1~2%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설계 이후 대규모 실험 검증 구간이 AI 신약개발의 가장 큰 병목으로 지적됐다”면서 “프로티나는 바로 이런 기술적 한계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AI 설계(서울대학교)→초고속 검증 및 최적화(프로티나 SPID 플랫폼)→최종 신약 개발 및 임상 진입(삼성바이오에피스)으로 이어지는 단절 없는(seamless) 파이프라인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며 “이 세 축이 통합되면서, AI가 만들어낸 수천·수만 개의 항체 후보를 실제로 빠르게 검증·최적화해 임상 시험 단계까지 실질적으로 연결되는 실증 체계가 완성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기반 신약 개발이 한계에 직면한 이유는 인체 내 생리 현상과 관련된 단백질 간 상호작용(PPI)에 대한 정확하고 유효한 빅테이터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프로티나는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관측하고 분석하는 단백질 빅데이터에 집중했다. PPI를 신속하고 대량으로 측정 및 분석하는 플랫폼 ‘SPID’를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항원 소모량이 기존 방식인 SPR과 BLI 방식 대비 항원과 항체 소모량이 적고 정제 과정이 불필요하다. 월등한 항원 및 황체 빅데이터 생성이 가능하다. 주당 5000개 데이터 생산으로 경쟁사 대비 10배 이상 많다. 단가도 4000억원대의 기존 방식 대비 훨씬 저렴한 130억원대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패스파인더’(PathFinder)와 ‘랜드스캐이프’(Path Landscape)다. 패스파인더는 PPI 바이오마커 개발 솔루션이고, 패스 랜드스캐이프는 항체 최적화 및 PPI 빅데이터 생성 솔루션이다.
프로티나 관계자는 “AI 기반 항체 설계가 아직 낮은 성공 확률에 머무르는 가장 큰 이유는, 모델이 학습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프로티나는 SPID 플랫폼을 통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항체-항원 결합 PPI 빅데이터는 AI 항체 설계 성능을 향상시키고 설계된 항체들의 실험적인 검증을 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항체 설계에 필요한 CDR(항체가 항원을 붙잡는 핵심 부위) 데이터가 부족한 이유를 전문가들은 CDR이 아미노산 몇 개만 바뀌어도 결합력·특이성·안정성이 완전히 달라지는 극도로 변덕스럽고 조합이 무한에 가까운 영역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항체 설계 분야는 여전히 학습 데이터 부족이 가장 심각한 걸림돌로 꼽혀 왔는데, 이를 해결할 기술을 프로티나가 개발하고 제시했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결국 PPI 빅데이터는 AI 모델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도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경쟁자 없는 SPID 플랫폼, 매출 이끄는 패스파인더...랜드스캐이프로 성장 가속 프로티나 측은 국내외에서 SPID 플랫폼 관련 경쟁자가 전무하다고 자신했다. 그만큼 프로티나만의 혁신 기술이고 AI 신약개발의 병목 현상을 타파할 수 있는 전략 무기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SPID 플랫폼은 단백질 간 상호작용(PPI)이라는 현상을 복잡하고 큰 비용이 드는 정제과정 없이 단일분자 수준까지 볼 수 있는 최초의 PPI 분석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경쟁자는 없다”며 “이런 이유에서 많은 다국적 제약사가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많은 프로테오믹스 회사들을 두고 당사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프로티나는 JW중외제약을 비롯해 국내외 8개 기업과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지금까지 매출은 패스파인더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랜드스캐이프를 통한 수익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프로티나 관계자는 “올해 예상 매출은 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당사에 의뢰한 패스파인더 관련 매출이 견인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항체 개발 사업인 PPI Landscape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계약 논의가 본격화되며 고객사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확장되는 흐름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여러 고객사에서 프로티나 SPID 플랫폼의 기술적 우위를 경험하면서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어,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공동개발 프로젝트(국책과제)처럼 초기 기술 검증 이후 협력 관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연말까지 여러 건의 계약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서울대학교와 공동 개발한 AI 항체 디자인 플랫폼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현재 고객사와의 논의에서도 AI 기반 설계→SPID 기반 초고속 검증→공동개발로 이어지는 완전한 통합형 파이프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AI 설계와 단일분자 실험 검증이 하나의 구조로 통합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글로벌에서도 드물기 때문에, 이는 향후 사업 확장 속도를 크게 높여줄 중요한 성장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