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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루닛(328130)의 인공지능(AI) 병리 분석 플랫폼 ‘루닛 스코프(Lunit SCOPE)’가 연구용 AI 단계를 넘어 환자 맞춤 치료를 돕는 ‘동반진단’ 후보로 진화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반응 예측 결과가 실제 생존지표와 일관되게 연결된 임상 근거를 제시하면서 AI가 임상 현장에서 ‘치료 선택의 기준’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동반진단은 특정 치료제가 실제로 효과를 낼 환자를 사전에 선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식 진단 검사를 말한다.
 | | 서범석 루닉 대표.(제공= 루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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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면역항암제 반응 예측 연구 3건을 발표했다. 대장암, 신세포암, 비소세포폐암 등 서로 다른 암종에서 AI 분석 결과가 실제 치료 반응과 생존지표 개선과 일관된 상관성을 나타냈다.
스코프, 동반진단 가능성 입증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기존에는 면역항암제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환자군에서도 실제 치료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냈다는 점이다. 루닛 스코프가 단순히 예후가 좋은 환자를 가려내는 수준을 넘어, ‘이 환자에게 면역항암제가 통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실질적 임상 도구로 기능함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대표 연구는 이탈리아 피사대학병원 키아라 크레몰리니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다. 정상 불일치 복구형 전이성 대장암(pMMR mCRC) 환자 161명의 병리 슬라이드를 분석한 결과, 루닛 스코프가 ‘면역활성형(면역반응이 활발한 유형)’으로 분류한 환자군은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티쎈트릭) 병용요법을 받았을 때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기간(OS)이 모두 유의하게 개선됐다. 반면 대조군인 화학요법 단독군에서는 이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세암병원 연구팀이 주도한 신세포암(ccRCC) 임상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됐다. 면역활성형 환자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옵디보+여보이)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60.5%로, 비면역활성형 환자의 23.2%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 반면 표적항암제 수니티닙(수텐) 단독요법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 일본 국립암센터(NCCE)와의 다기관 비소세포폐암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재현됐다.
루닛 스코프는 병리 슬라이드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종양미세환경(TME) 속 면역세포의 분포, 밀도, 거리 등을 정량화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유전자 검사(NGS·PCR)가 포착하지 못했던 면역 반응의 ‘공간적 구조’를 AI로 읽어내는 기술을 앞세운다.
루닛에 따르면 현재 루닛 스코프는 ‘연구 중심 AI 플랫폼(RUO)’으로 글로벌 제약사 임상시험에 활용되고 있으며, 202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동반진단용 허가 승인을 목표로 한다. 루닛은 이를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전향 개입형 임상(환자 치료 반응을 직접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허가가 이뤄지면 루닛 스코프는 로슈, 패스AI(Path AI), 페이지 AI(Paige AI) 등에 이어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정식 승인 AI 기반 병리영상 동반진단 플랫폼이 된다. 단순 분석 툴을 넘어 ‘공식 처방 판단 근거’로 쓰이는 진단 소프트웨어가 되는 셈이다.
‘건당 청구’ 매출 구조로 전환 루닛 스코프가 동반진단으로 승인될 경우, 단순한 분석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공식 진단 행위의 일부로 편입된다. 이는 제약사와의 일회성 연구계약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병원과 진단기관이 환자 치료 전마다 AI 검사를 수행하는 ‘건당 청구’ 기반 매출 구조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증권가에 따르면 루닛 스코프는 올해 연구용(RUO)으로만 약 1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루닛의 올해 전체 연결 기준 매출은 800억원, 영업손실은 8억원 수준으로 전망되며, 2027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회사 볼파라(Volpara)의 연간 매출은 약 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엑스레이 영상 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에서도 250억원대 매출이 기대된다. 지난해 루닛의 연결 기준 매출은 542억원, 영업손실은 677억원이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번 ESMO를 통해 AI가 실제 환자의 생존기간 개선과 연결될 수 있음을 데이터로 입증했다”며 “대장암, 신세포암, 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검증된 만큼, 루닛 스코프가 맞춤 항암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