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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로킷헬스케어(376900)가 ‘모낭 역노화’와 ‘신개념 특허발모’라는 파격적인 표현을 앞세워 천연 유래 광생체조절(PBM) 후보물질의 2차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는 후보물질이 기존 탈모 치료제와 다른 비호르몬 방식으로 작용하며, 화장품과 의약품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작 발모 효과를 뒷받침할 동물실험의 구체적인 설계와 후보물질의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도에서 진행 중이라는 인체시험 역시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외부 검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로킷헬스케어는 최근 C57BL/6N 마우스 대상 2차 전임상에서 후보물질 처리군의 모발 중량이 대조군보다 명조건(빛이 있는 환경)에서 65%, 암조건(빛이 없는 환경)에서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각각 p=0.01, p=0.03의 통계적 유의성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회사는 1차 동물시험에서 투여 4주 시점 활성 모낭 수가 12.8% 늘고 모낭 깊이가 11.2%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2차 시험에서는 모발 중량 수치를 새롭게 제시했다. 다만 두 시험 모두 회사 발표 외 학술지 논문이나 상세 시험보고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험군별 동물 수와 성별·주령, 후보물질의 정확한 조성·농도·투여 경로·횟수, 대조군 처치 방식 등 구체적인 실험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2차 시험에서 모발 중량 외 모낭 단계나 모발 수·밀도 등 추가 평가지표를 어떻게 확인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아 결과를 독립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마우스는 털의 성장 주기가 비교적 뚜렷한 만큼 후보물질 효과와 자연적인 재성장을 구분하려면 적절한 탈모 유도 모델과 대조군 설계가 필요하다. 단순 무처치군뿐 아니라 용매 대조군이나 기존 치료제를 활용한 양성 대조군을 뒀는지에 따라 수치의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
회사가 마우스 시험을 ‘동물임상’으로 표현한 대목도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 대상 시험 이전 단계인 동물실험은 전임상으로 표현해야 한다. ‘임상’이라는 표현을 동물실험에 붙이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과 유사한 수준의 검증이 이뤄진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킷헬스케어가 말하는 PBM의 구체적 의미도 불명확하다. PBM은 일반적으로 저출력 레이저나 발광다이오드(LED) 등 빛을 활용해 생체 반응을 조절하는 광치료 방식을 뜻한다. LG전자의 ‘프라엘 메디헤어’처럼 레이저와 LED 광원을 두피에 조사하는 헬멧형 탈모 홈케어 기기가 대표적이다. 빛을 두피에 조사하는 헬멧·캡·빗 형태의 PBM·저출력 레이저 치료(LLLT) 기기는 이미 상용화된 제품군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통상 홈케어용으로 쓰는 기기와 차별성을 두려면 로킷헬스케어의 차별성은 PBM 자체보다 천연 유래 물질의 역할과 기능에서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가 천연 PBM 물질이라고 소개한 후보물질을 바탕으로 실제 광조사를 병행했는지, 했다면 파장·출력·조사 시간은 어떠했는지, 후보물질이 빛에 반응하는 물질인지 등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통상적 의미의 PBM 기기 치료인지, 빛 반응성 소재를 지칭하는 자체 기술명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특허 상태도 확인이 필요하다. 로킷헬스케어는 지난 1월 ‘천연물질 PBM 후성유전학’ 기술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발표했고, 이번에도 ‘특허발모 PBM 물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회사는 4월 해당 기술이 당시 가출원 상태라고 설명했었다. 현재 특허 관련 데이터베이스에서는 해당 후보물질과 연계되는 출원번호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특허출원은 통상 18개월간 공개되지 않는 만큼 본출원 여부 또한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호르몬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부작용 부담을 낮춘 탈모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크지만, 인체에서 유의미한 효능과 안전성을 함께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전임상 수치만으로 기술의 재현성이나 개발 역량을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탈모 분야의 전담 연구 인력과 임상개발 체계도 검증 대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킷헬스케어의 올해 반기보고서에는 기업부설연구소가 5명의 전담 연구인력으로 구성돼 있으며 피부·연골·신장 등 장기재생 분야의 프로토콜 개발과 임상 적용 기술 검증, 인공지능(AI) 기반 장기재생 플랫폼 고도화를 수행한다고 기재돼 있다.
인도 인체 시험도 확인 대상이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부터 뭄바이와 아메다바드 등 4개 병원에서 120명을 대상으로 모발 수·밀도·굵기 개선 및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으며, 12월 중간 분석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 임상시험등록소(CTRI) 공개 검색에서는 회사가 ‘인체 임상’이라고 표현한 120명 시험의 등록 기록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의약품 규제 임상이라면 첫 참여자 등록 전에 CTRI에 시험을 등록하고, 시험기관·연구책임자·윤리위원회 승인 상태·표본 수·중재 및 평가변수 등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해당 시험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임상이라기보다는 화장품 원료 또는 제품의 인체적용·사용성 시험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로킷헬스케어는 10월 국제화장품원료명(INCI) 등재를 추진하고 일부 국가에서 기능성 화장품이나 코스메슈티컬 제품으로 우선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이 이를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INCI는 화장품 성분의 국제 표준명을 부여하는 체계일 뿐, 해당 성분의 발모 효능·안전성 또는 국가별 제품 판매 허가를 뜻하지 않는다.
회사가 기능성·코스메슈티컬 제품으로 선 매출을 창출하는 동시에 의약품 임상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겠다고 했으나, 화장품 사업화와 의약품 개발은 요구되는 자료와 규제 절차가 다른 별개 트랙이다.
한 로킷헬스케어 전직 관계자는 회사가 과거부터 탈모 시장에 관심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사업은 신약 후보물질 연구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대 초 한국 고객을 터키 모발이식 시술로 연결하는 의료관광 사업을 시험했고, 건강기능식품 형태의 탈모 관련 제품을 판매한 정도”라며 “현재 발표된 PBM 후보물질 방식은 당시 사업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데일리는 로킷헬스케어 측에 인도 인체시험의 규제 성격과 CTRI 등록 여부, 시험기관·윤리심의 정보 등을 질의하려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