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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네이처셀(007390) 주주들이 퇴행성 무릎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의 품목허가 반려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등을 재고발하면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향후 수사에서는 식약처 심사 재량 허용 범위와 심의위원 이해충돌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네이처셀 주주 130명은 최근 오유경 식약처장과 담당 공무원,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재고발했다.
앞서 네이처셀 주주 263명은 2023년에도 조인트스템 품목허가 심의 과정에 직무유기·업무방해가 있었다며 식약처 관계자와 심의위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이 같은 해 10월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네이처셀의 관계사이자 조인트스템을 개발한 알바이오(현 알앤엘재생의학연구소)가 품목허가를 받을 구체적인 권리를 보유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알바이오에서 사명을 바꾼 알앤엘재생의학연구소는 이후 보완자료를 제출해 품목허가를 다시 신청했지만, 지난해 8월 재차 거부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달 식약처의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 주주들이 이를 새로운 증거로 삼아 재고발에 나선 것이다.
재판부는 조인트스템 임상 3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된 이상 이를 임상적 유의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식약처가 조인트스템에 기허가 치료제보다 우월한 효과를 요구한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는 기준을 추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고발을 대리한 윤용진 변호사는 “법원은 통계적 유의성이 인정되면 임상적 유의성을 인정해야 하며, 다른 치료제 대비 우월성을 요구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명확하게 판단했다”며 “사실상 현재까지 제시된 사유로는 허가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p값만으로 약효 판단 못 해…관건은 심사 재량의 범위 물론 규제기관이 약효나 임상적 의미를 심사하는 행위 자체가 위법하거나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통계적 유의성은 임상 시험에서 치료군과 대조군 간 차이가 우연히 나타났을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p값이 0.05보다 작으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그러나 환자 수가 많으면 작은 효과도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나타날 수 있어, 실제 환자가 체감할 정도로 약효가 있는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따른 공식 지침에서 의약품의 유효성을 입증하려면 개별 임상시험의 효과 크기와 신뢰구간, p값을 함께 제시해야 하며, p값만 제시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명시한다. 평가변수와 실제 관찰된 효과 크기의 임상적 의미도 별도로 평가하도록 한다. ICH 회원인 식약처 역시 같은 규제 원칙을 국내에 반영하고 있다.
같은 임상자료를 놓고 각각의 규제기관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사례도 있다.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됐더라도 효과의 크기와 재현성, 안전성 등을 종합해 판단한 결과다.
미국 바이오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은 두 건의 임상 3상 중 한 건에서 p값이 0.012로 확인돼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유럽의약품청(EMA)은 인지·생활기능 저하를 평가하는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의 위약군 대비 차이가 0.39점에 그쳐(제시된 수준은 0.5점) 임상적 의미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안전성 위험까지 고려한 EMA는 결국 허가에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반면 FDA는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감소라는 대리지표가 향후 임상적 편익을 예측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아두헬름을 가속 승인했다.
이에 식약처가 조인트스템 효과 크기가 환자에게 의미 있는지를 검토한 행위 자체는 국제적인 심사 관행과 동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임상적 유의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과 기존 치료제보다 우월해야 한다는 기준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에는 규제기관에 허용된 판단 재량의 범위가 주요 쟁점이 될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행정법원이 문제 삼은 부분도 기존 치료제와의 비교 기준이다. 재판부는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우월해야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면 기존 의약품을 보호하고 신규 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유로운 경쟁과 신규 의약품 개발·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만큼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심의위원 이해충돌 여부도 공방 심의위원 이해충돌 여부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판결문은 1차 중앙약심에서 부정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한 인물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알바이오와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주주 측은 해당 인물을 당시 중앙약심 위원장이었던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로 지목한다.
주주 측은 줄기세포 관련 기업을 창업한 오 교수가 조인트스템 심의에 참여한 만큼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었으며, 식약처도 이를 확인하고 심의에서 배제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원이 해당 위원에게 제품 시판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점도 재고발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오 교수는 자신이 창업한 리젠이노팜이 조인트스템과 경쟁하는 줄기세포치료제 회사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오 교수는 “리젠이노팜은 줄기세포를 직접 투여하는 회사가 아니라 펩타이드나 리보핵산(RNA) 등 합성 물질을 이용해 체내 재생 기능을 활성화하는 치료제를 개발한다”며 “관절염을 연구하거나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공개된 리젠이노팜 파이프라인에는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나 세포치료제 후보물질이 없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PU001(적응증 당뇨병성 족부궤양) △RH001(급성 심근경색) △PN001(뇌경색증) △PN002(알츠하이머성 치매) △RR001(망막질환) △PV001(혈관질환) 등이다. 줄기세포 자체를 투여하는 대신 RNA와 펩타이드 등의 분자물질로 환자의 체내 줄기세포와 재생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제품 유형과 적응증만 놓고 보면 리젠이노팜을 조인트스템의 직접적인 경쟁업체로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두 회사 모두 넓은 의미의 재생의료 분야에 속한다. 이해충돌 여부를 동일 적응증과 동종 제품의 개발 여부로 좁게 판단할지, 재생의료 분야에서의 사업적·학술적 이해관계까지 폭넓게 볼지가 관건이다.
관련 의혹이 이미 2023년 검찰 수사를 거쳐 불기소로 정리됐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주주 측은 행정법원이 식약처 심사 절차와 경쟁 관계 문제를 판결문에 명시한 만큼 새로운 증거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윤 변호사는 “새로운 판결이 없었다면 같은 내용으로 다시 고발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며 “행정법원이 종전 수사에서 문제없다고 판단했던 부분을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지적한 만큼 이를 새로운 사정과 증거로 보고 재고발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