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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올해 상반기 4억 달러 수준에 그쳤던 수주가 하반기에 큰 폭으로 반등할 것을 자신했다. 단순한 기대감 때문은 아니다. 미국 록빌 공장 가동, 5공장 매출 반영, 글로벌 빅파마 장기공급계약 협상 등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하반기 실적과 수주 모두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 1분기 GSK로부터 인수를 완료한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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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빌 4분기 매출은 ‘제외’…보수적 가이던스 제시 지난 23일 진행된 삼성바이오로직스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제시한 연간 매출 성장률 15~20% 가이던스에 록빌 공장의 4분기 매출 기여분은 포함하지 않았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부사장)은 “현재 가이던스에는 2분기 생산을 마쳐 3분기에 매출로 인식되는 물량만 반영했다”며 “3분기 생산 실적과 환율 등을 확인한 뒤 필요하면 다음 분기 가이던스를 조정할 수 있다. 3분기 록빌 공장 생산분의 매출 기여 규모가 순차적으로 확인돼 이 부분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별도로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실적 전망을 비교적 보수적으로 제시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은 생산 이후 고객사의 품질 확인과 제품 출하를 거쳐 매출이 인식되는 구조여서 생산과 매출 사이에 시차가 발생한다. 환율과 고객사의 승인 일정도 변수인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기별 실적 추이를 반영해 연간 가이던스를 수정해왔다. 유 부사장은 “지난 3월 말 록빌 공장 인수 이후 이제 본격 가동을 시작한 만큼 분기별 실제 가동 실적을 확인해가면서 매출 기여 규모를 순차적으로 확정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록빌 공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분기당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하고 있다. 현재 가이던스에는 이 가운데 3분기 인식분만 반영된 만큼 4분기 매출이 예상대로 더해질 경우 연간 실적이 현재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
록빌 인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단순 생산능력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고, 향후 미국 정부의 바이오 제조 육성 정책이나 현지 생산 선호 흐름에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인천 공장이 대규모 상업 생산을 담당한다면 록빌은 미국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5공장 역시 하반기 실적 개선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지난해 완공된 5공장은 인증용 배치 생산을 거쳐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반영된다. 기존 1~4공장이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는 가운데 록빌과 5공장이 동시에 매출에 기여하면서 성장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6공장과 제3바이오캠퍼스 개발도 추진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6공장의 연내 착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제3캠퍼스에는 기존 항체의약품 중심의 1·2캠퍼스와 차별화된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 부사장은 “제3캠퍼스는 세포·유전자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펩타이드 등 차세대 모달리티(작용기전)를 폭넓게 열어두고 방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수주 ‘뚝’…수주 부진에 조건부 계약 공개 반면 상반기 신규 수주는 크게 주춤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공시 기준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 규모는 약 4억200만 달러(약 5704억원)다. 지난해 상반기 누적 수주 규모(약 23억1900만 달러, 약 3조3550억원)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유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고객사의 수주 문의가 둔화되는 경향을 확인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가 통상 12개월 안팎의 논의를 거쳐 최종 계약으로 이어짐을 감안하면 그 영향이 시차를 거쳐 상반기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약가 정책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상반기 장기 CDMO 계약 체결을 미루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규 수주도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나 현지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을 우선 검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계약 체결이 지연된 것. 다만 최근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고 있고, 미국 생산거점을 갖춘 CDMO를 중심으로 계약 논의가 재개되는 분위기다. 특히 록빌 공장을 확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하반기 수주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조건부 계약 규모를 공개한 점도 눈길을 끈다. 회사는 누적 확정 계약 217억 달러(약 31조7000억원) 외 조건부 계약 규모가 243억 달러(약 35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조건부 계약은 개발 성공이나 제조소 승인 등 일정 조건 충족을 전제로 하는 만큼 당장 수주 잔고에 포함되는 확정 계약은 아니지만 향후 수주 파이프라인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전년 대비 상반기의 급격한 신규 수주 감소에도 향후 수주 기반이 견조하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려는 차원에서 조건부 계약 규모를 함께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중국 바이오 견제 강화도 중장기적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우호적인 환경이나 당분간은 제한적인 변화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CDMO가 생산하던 기존 의약품 물량이 단기간에 다른 업체로 이동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업화된 의약품은 생산공장과 공정 자체가 허가 내용에 포함돼 있어 CDMO를 바꾸려면 새로운 생산시설로 기술을 이전하고, 기존 제품과 품질·효능이 동일하다는 비교동등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후 변경된 제조소와 공정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당국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는 추가 시험과 검증, 생산 안정화가 필요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존 상업화 물량을 즉시 이전하기보다 신규 파이프라인이나 다음 장기 공급계약부터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유 부사장도 아직 중국 CDMO에서 대규모 물량이 이동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국 CDMO들이 주로 전임상과 초기 임상 단계에 주력하는 사업 구조상 즉각적이고 대규모의 물량 이전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다”면서도 “고객사들이 장기 공급계약 체결 시 지정학적 리스크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비(非)중국 CDMO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록빌과 5공장이 하반기부터 실적에 기여하는 가운데 신규 수주도 반등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유 부사장은 “하반기 들어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고객사의 수주 문의가 반등하는 추세”라며 “현재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연내 실제 체결로 이어지는 건들이 다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폴리펩타이드 인수 이후 투자에서 추가 투자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유 부사장은 “향후 국내외 추가 투자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내부 유보 현금을 우선 활용할 계획이다. 이후 은행 차입과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옵션을 폭넓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