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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로슈가 바이오다인의 ‘블로잉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궁경부암 진단장비 ‘VENTANA SP400’의 일본 판매를 개시한다.
지난 2019년 바이오다인이 로슈와 계약을 체결한 지 6년 만이다. VENTANA SP400(이하 SP400) 출시가 국가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돼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고, 차기작인 자궁경부암 자가진단키트 판매까지 이뤄지면 수년내 연 매출 수천억원대 기업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로슈가 지난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66회 일본 임상세포학회 춘계대회’에서 VENTANA SP400을 대중에 첫 공개했다. 이 제품은 한국기업인 바이오다인의 핵심기술 ‘블로잉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만든 자궁경부암 조기진단장비다.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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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로슈 대표, 학술대회 직접 참석해 제품소개 일본로슈는 지난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66회 일본 임상세포학회 춘계대회’에서 SP400를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했다. 이날 소개를 시작으로 SP400의 일본 판매도 개시된다.
일본로슈는 앞서 바이오다인이 블로잉 테크놀로지 기반의 자사 자궁경부암 진단장비 ‘패스플로러’(PATHPLORER) 출시 초기 PATHPLORER의 총판을 맡아 일본 시장에 소개했다. PATHPLORER에 대한 시장 반응을 살핀 뒤 글로벌 본사에서도 바이오다인과 협력을 시작했다. 로슈와 바이오다인의 독점 계약 교두보가 된 일본 시장에서 SP400의 첫 판매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번 학회에서 일본로슈가 꾸리는 부스의 주인공이 바로 SP400다. 이번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오가사와라 마코토 일본로슈 대표가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SP400에 대한 로슈본사와 일본로슈의 기대감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블로잉 테크놀로지는 바이오다인의 독자적인 액상세포검사(LBC) 기술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LBC 기술을 가진 회사는 바이오다인, 홀로직(제품명 ‘씬프렙’), 벡톤디킨슨(제품명 ‘BD슈어패스’) 3개사뿐인데, 사실상 홀로직이 독점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민감도는 바이오다인의 블로윙 테크놀로지가 월등하다(바이오다인 73%, 홀로직 50%).
한편 새로운 장비를 시장에 처음 소개할 때 해당 분야의 저명한 학술대회를 론칭 자리로 삼는 관례를 감안하면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연내 SP400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월 중 한국에서도 ‘제37차 대한세포병리학회 가을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이라서다. 다만 미국 시장 진출의 경우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이 필요함을 감안하면 미국 출시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다인 관계자는 “일본 외 기타 국가 및 지역의 출시는 판매 및 라이선스 계약에 의해 부여된 독점 판매권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53억→2028년 1천억대로 매출 ‘껑충’ 자궁경부암 체외진단 시장은 크게 △세포 검사(LBC, CPS)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 둘로 나뉜다. 두 검사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병변을 직접 확보해 자궁경부암을 확진하는 침습적인 방식의 조직검사 이전에 조직검사 대상자를 선별하는 용도다. 보통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CPS·Conventional PAP smears)보다 LBC 검사의 정확도가 더 높은데, 한국에서는 세포 검사를 최소 2년 간격으로 시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자궁경부암은 조기진단시 완치율이 높아 세계보건기구(WHO)가 자궁경부암 조기진단을 강력히 권고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WHO는 2030년까지 세계 여성의 70%가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게 하겠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LBC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홀로직의 2023년 씬프렙 관련 매출만 4억8000만 달러(약 6200억원)에 달한다. 경쟁사보다 높은 민감도, 음성예측률에 글로벌 진단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유한 로슈의 영업력이 시너지를 낸다면 수천억원대 매출은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오는 2028년에는 로슈와의 계약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액이 연간 4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진단장비 SP400의 판매 로열티와 이와 관련된 소모품 판매 매출을 감안한 금액이다. 소모품에는 시약과 필터 등이 포함되는데 특히 시약이 향후 매출을 견인할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재 개발 중인 자궁경부암 자가진단키트 ‘얼리팝 브러시’의 판매로 인한 예상 매출액까지 더하면 2028년 1500억원을 넘는 예상매출액도 기대해봄직하다. 매출액 대부분이 로열티 수익이라 모두 영업이익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재무 안정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바이오다인 관계자는 “3년 뒤에는 비부인과 질병진단 관련 제품의 판매가 늘고 얼리팝브러시의 판매도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로슈 글로벌 본사에서 직접 SP400의 비부인과 진단 역할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로슈진단의 병리진단부분 질 저먼 사장은 일본에서 이뤄질 SP400의 첫 소개를 두고 “SP400이 로슈의 자궁경부암 검진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로슈가 비부인과 세포병리 시장에 진출할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로슈와의 계약에서 바이오다인은 진단장비 및 바이알, 필터 등 소모품의 기술을 모두 기술이전해 자궁경부암 진단과 관련된 로열티를 수령하게 돼 있다. 다만 폐암, 전립선암, 갑상선암 등 비부인과 분야 제품은 바이오다인이 직접 생산해 로슈에 판매하게 된다. 바이오다인 입장에서는 자궁경부암 제품 판매수량에 따라 받는 로열티보다 비부인과 제품의 직접 판매 영업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비부인과 진단 사업의 매출이 높아질수록 득이 된다.
임욱빈 바이오다인 대표이사는 “로슈라는 조직이 세계 여러 나라에 분산돼 있다보니 SP400 출시에 걸린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며 “다만 그만큼 로슈가 매사에 완벽을 기하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익을 내는 것을 넘어 우리 기술로 만든 제품이 팔릴 때마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뜻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