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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척추 수술로봇 시장에서 한동안 고전하던 큐렉소(060280)가 반격에 나섰다.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철수한 척추수술 로봇 시장에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8일 큐렉소에 따르면, 올해 척추수술로봇 ‘큐비스-스파인’ 판매대수가 2대로 집계됐다. 큐비스-스파인은 지난해 판매실적이 전무했지만, 올해 들어 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큐비스-스파인의 역대 최대 연간 판매 대수는 2023년 3대였다. 큐비스-스파인의 대당 가격은 5억~6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 이재준 큐렉소 대표가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키메스(KIMES) 2024’에서 인공관절 수술로봇 큐비스-조인트의 시연 장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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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비스-스파인은 수술 전 나사(척추경 나사)를 어디에, 어떤 각도로 넣을지 정확하게 계획하고, 그 계획대로 의사가 나사를 정확한 위치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로봇팔이 정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이 하기 어려운 미세한 각도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실시간 센서로 환자 움직임을 감지해 수술 중에도 오차 없이 나사 삽입이 가능하다. 큐비스-스파인은 지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를 획득했다.
이데일리는 지난달 28일 이재준 큐렉소 대표를 전화 인터뷰했다. 이번 인터뷰는 큐비스 스파인의 현황, 경쟁상황, 전망 등을 짚었다.
“올해 5~7대 판매 예상” 큐비스-스파인은 최근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최근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에서 큐비스-스파인 인허가 후 각각 한 대씩 신규 매출이 발생했다”며 “조만간 인도네시아에서도 인허가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중동, 동남아시아 등 인허가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올해 5~7대 정도의 큐비스-스파인 판매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큐비스-스파인 활용한 2건의 척추수술이 말레이시아 KPJ 에포 스페셜리스트 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대형 병원 그룹이 있다”며 “이런 대형 병원 그룹들이 수술로봇 도입에 적극적”이라며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 반전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현재 세브란스병원, 양산 부산대병원은 큐비스-스파인 도입해 혁신의려기술 임상연구를 위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를 진행 중”이라며 “척추수술로봇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엔 척추수술에 로봇을 써보겠다는 의사들이 있다”고 전했다.
일체형 대신 분리형 로봇으로 판 흔든다 이 대표는 척추 수술로봇 ‘큐비스-스파인’ 사업의 반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내비게이션 모듈을 별도 판매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고려 중”이라며 “내비게이션만으로도 척추 수술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큐렉소는 기존 로봇 일체형 구조를 벗어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분리해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내비게이션은 3D 영상과 엑스레이 정보를 활용해 수술 부위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기존에는 로봇 본체와 함께 제공됐지만, 이 시스템만 따로 공급해 병원이 단계적으로 로봇 도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척추수술 로봇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내비게이션을 필요로 하는 의료 시장 수요를 반영한 조치다.
이 대표는 “내비게이션을 도입한 병원이 추후 로봇팔(로봇암)을 따로 구입해 선만 연결하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미 국내에선 분리 버전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인허가를 획득했고, 해외에선 (인허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척추수술로봇의 제품을 세분화할 계획도 세웠다.
그는 “현재의 큐비스-스파인 하이앤드(최상급), 미들앤드(중급), 로우앤드(보급) 등 기능별로 다양화하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척추수술로봇 큐비스-스파인(Cuvis-spine). (제공=큐렉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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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3가 접은 스파인 시장, 큐렉소에겐 기회 글로벌 경쟁사들의 사업 축소도 기회가 되고 있다.
스트라이커, 짐머 바이오메트(Zimmer Biomet), 존슨앤존슨(J&J) 등 주요 의료기기 업체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스파인 임플란트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스핀오프를 단행하면서, 시장에 빈틈이 생겼다.
스트라이커는 지난 4월 미국 척추 임플란트 사업을 뉴욕 기반의 투자사 비스콜리오시 브라더스(Viscogliosi Brothers)에 매각하고, 새로운 회사인 VB 스파인(VB Spine)을 설립했다.
짐머바이오메트 역시 2023년 말, 스파인 사업 부문을 사모펀드 H.I.G. 캐피탈 계열사인 하이리지 메디컬(Highridge Medical)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거래 규모는 약 3억75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짐머바이오메트는 치과 및 다른 정형외과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스파인 사업부를 과감히 분리했다.
존슨앤존슨도 2023년 말 수익성이 낮은 정형외과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존슨앤존슨은 스파인 부문을 포함한 ‘수익성 낮은’ 골격계 제품 라인을 2025년 말까지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024년 11월에는 J&J 메드테크(J&J MedTech)가 자회사 디퓨이 신세스(DePuy Synthes) 스파인 포트폴리오를 공식적으로 종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처럼 스트라이커, 짐머바이오메트, 존슨앤존슨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연이어 스파인 임플란트 사업을 철수하거나 매각함으로써, 스파인 시장은 공백 상태로 접어들었다.
이 대표는 “스파인 사업은 조인트(관절) 대비 수익성이 낮아 대형사가 빠져나갔지만, 이는 기술 기반 중소기업인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계적으로 스파인 로봇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내비게이션 기반 모듈화 전략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며 “국내외 임플란트 업체들과의 협업도 늘려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글로벌 대기업.들이 떠난 시장을 기술력과 유연성으로 대체하며 척추 수술로봇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