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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티앤알바이오팹은 재생의료 회사다. 궁극적인 목적지는 인공장기(organ)지만, 이에 도달 전 거쳐갈 수익성 있는 사업이 산적하다. 예를 들어 간에 손상된 조직이 있다면, 완전한 인공 간을 넣을게 아니라 손상된 만큼만 교체하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간 티앤알바이오팹이 상업화시킨 제품인 생분해성 인공지지체(Scaffold), 지혈제, 이종진피(ADM) 등이 이제는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킬 단계에 도달했다. 여기에 신성장동력인 기능성 화장품 사업까지 합세해 올해부터 빠른 속도로 매출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26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 대표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행한 후 회사가 나아갈 길에 대해 로드맵을 제시했다.
 | 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 대표가 생분해성 인공지지체 제품 중 ‘두개골 임플란트’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임정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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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용 제품 위주…코로나19·전공의 파업에 실적 지연 윤 대표는 “말이 아닌 실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그간 언론과의 인터뷰를 삼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전공의 파업이라는 돌발변수들로 여러 사업계획의 결실을 맺는 것에 지연이 있었고 더 이상 전환사채(CB) 발행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주주대상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꺼내게 됐다. 주주들과 투자자께 양해를 구하고 믿음을 주기 위해 이번 조달의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자 한다”며 말문을 뗐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최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형태로 4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을 밝혔다. 조달금 중 220억원을 기발행한 CB에 대한 부채상환으로 쓰고 나머지를 시설자금 17억원, 운영자금(R&D) 159억원으로 활용한다. 티앤알바이오팹의 주요 주주는 윤 대표와 심진형 기술총괄(CTO)로, 각각 18.84%, 6.22% 지분을 보유했다. 이 외 KB자산운용이 9.81%, 소액주주 1만2700여명이 58.5% 지분을 보유했다. 이번 유증은 구주 1주당 0.7주를 배정하는 구조로, 9월 10일 기준일 주주인 이들을 대상으로 10월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는 일반공모하고, 잔액은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한다.
윤 대표는 “상장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했고, 엔데믹 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려는 시점에 2024년 3월 전공의 파업이 뒤따랐다. 티앤알바이오팹 제품은 대부분 수술용인 점에서 병원 영업이 불가한 대외환경 탓에 본업에서 매출을 일으키는 것에 어려움이 따랐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 비용 대비 매출이 따라오지 못하자 CB 발행으로 추가 펀딩을 했다. 보통주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바이오 불경기로 CB는 전환되지 않고 상환 청구를 받았다. 이에 채무상환 목적의 CB를 또 발행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재무적 리스크가 보이자 주가도 하방압력을 받는 악순환이었다. CB 돌려막기를 끊어내고자 이번 유증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 티앤알바이오팹 두개골 임플란트(사진=임정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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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매출 증대의 시간 윤 대표는 “사실 상장 때 약속했던 내용을 모두 해내기는 했다. 시간차가 문제였다. 1~2년 내 실현하려던 것이 3~4년이 걸리고 도미노처럼 지연됐다. 이제는 시장성이 좋은 제품들이 매출을 보일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가장 기대를 거는 품목은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인허가를 신청한 두개골 임플란트다. 티앤알바이오팹의 두개골 임플란트는 생분해성 인공지지체로, 뇌 수술 후 두개골에 생긴 홈에 끼워 넣는다. 뼈 재생을 촉진하는 물질로 구성되었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흡수되어 사라진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다공성 형태이며 미리 대량생산해 수술마다 필요한 길이만큼 끊어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만건의 뇌 수술에 사용됐다. 올해 연매출 중 약 18억원을 책임질 품목이고 앞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매출을 일으켜 회사 성장에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표는 “전세계에서 연간 뇌 수술이 250만건 일어나고 이로 인한 재료시장 규모가 3조5000억원, 그 중 흡수성 생분해성 재료가 28%(9800억원)를 차지한다”며 “가장 큰 시장이 미국이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연내 허가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중국에서도 의료기기 전문업체 천진캉얼과 계약을 맺었고 앞으로 1년 반 내에는 인허가를 받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나아가 티앤알바이오팹은 올 2~3분기 중 연고와 메디폼 형태의 지혈제 2종의 국내 식약처 4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했다. 개발 시작부터 허가까지 5년이 걸렸다. 해당 제품들은 9월에 출시해 올 4분기에는 본격적인 매출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사업보고서에 반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대표는 “올해 별도매출로 80억~100억원을 예상하며 내년엔 200억원까지 키워보일 것”이라며 “작년 12월 인수한 100% 자회사 블리스팩까지 포함한 연결기준 매출액 목표는 300억원, 내년 목표는 470억원”이라고 밝혔다.
 | 티앤알바이오팹 사업 로드맵(자료=티앤알바이오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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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블록딜 예정 이번 유상증자에 최대주주인 윤 대표는 약 22억원 규모로 참여할 예정이다. 상장 후 단 한 주도 매각한 적이 없는 윤 대표는 이번 유증 참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으로 지분 일부를 블록딜로 매각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주배정기준일인 9월 10일 이후에 윤 대표 보유 지분 414만 8156주 중 91만 2694주(발행주식총수 대비 4.14%)를 매각할 예정이다. 시가를 대입하면 약 25억원의 가치를 가지는 주식수이며, 블록딜에 디스카운트를 적용한다는 가정하에 윤 대표는 구주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의 전체를 유증에 투입해 회사에 현금을 댈 계획이다.
이 외 CTO인 심진형 사내이사 또한 414만 8156주 중 29만 6230주(1.35%)를 매각해 약 7억원 규모로 구주 매각대금 전량을 유증에 투입한다.
윤 대표는 “장내 매도는 하지 않는다”며 “많은 기업들과 협업하며 알고 지내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 또는 재무적투자자(FI)라도 오랫동안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우호적인 기관에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
이번 유증에서 목표했던 400억원에 못 미치게 조달할 경우 블리스팩 지분의 일부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대표는 “블리스팩은 3~4년간 매출을 키워서 직상장에 도전할 계획으로, 현재는 코로나19 당시 위축됐던 사세 회복 중이다. (당사와의) 합병 과정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해 이미 상장 준비는 시작한 것”이라며 “티앤알바이오팹이 보유한 매각 가능한 자산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것이라 적절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시점에 100% 지분 중 일부를 현금화할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 블리스팩이 생산한 차바이오텍, 인핸스, 토니모리, 휴젤 제품들(사진=임정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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