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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어린 아이 수술은 최대한 수술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카이메로, 지니언트 크래니얼은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평균 수술시간을 2시간 가까이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장원석 신촌세브란스 신경외과 교수는 “정위 수술용 틀(두개골에 수술장치를 고정시키기 위한 도구)을 활용한 기존방식으로 전극 하나를 삽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5분인 반면 카이메로는 6분, 지니언트 크래니얼은 4분 정도가 소요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보통 한 번의 입체뇌파전극삽입술(SEEG)에 열 개 이상의 전극을 삽입한다. 비숙련자라면 전극 하나 삽입에 걸리는 시간이 더 늘어나므로 기존 방식으로는 전체 수술에 4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 | 지난 11월 27일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장원석 신경외과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영테크놀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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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시간 줄어 부작용·합병증 줄이는 데 결정적” 카이메로는 고영(098460)테크놀러지(이하 고영)가 개발한 뇌 수술 로봇을 말한다. 후속 제품인 지니언트 크래니얼은 고영이 카이메로 출시 이후 의료 현장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수렴해 지난해 말 선보였다. 두 제품은 의료진이 뇌 심부로 전극, 생검장치를 정확하게 삽입할 수 있도록 표적 위치와 자세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전극 삽입 부위를 절개하고 전극을 삽입하는 행위는 의사가 직접한다. 하지만 0.1밀리미터(㎜)의 오차가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정밀한 처치가 필요한 뇌 수술에서 로봇이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교수는 “(의료진이) 한번 뇌 수술 로봇을 써봤다면 쓰기 전의 수술현장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했다.
신촌세브란스 병원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신경외과에서 카이메로를 활용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국내 최초로 지니언트 크래니얼을 추가 도입했다. 4개월 동안 장 교수가 새 모델인 지니언트 크래니얼을 활용해 집도한 수술만 17건에 이른다.
장 교수는 카이메로, 지니언트 크래니얼을 활용한 수술 환자 중 가장 어린 환자의 나이가 세 살 정도였다고 했다. 어릴수록 성인보다 체내 혈액량이 적어 수술 과정에서 성인과 같은 비율의 혈액을 잃어도 유아는 쇼크에 빠지기 쉽다. 이 때문에 수술시간이 길어지면 출혈량이 늘어나 부작용 및 합병증 발생률도 크게 늘어나는데 고영의 뇌 수술 로봇은 이 같은 위험을 낮춘다.
두 뇌 수술용 로봇은 병원에서 뇌 종양을 확인하기 위한 뇌 조직 생검술,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위한 SEEG,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뇌 심부자극술(DBS)에 활용된다. 이중 세 살 안팎의 소아 환자의 SEEG 수술은 드문 일이 아니다.
장 교수는 “소아 뇌전증의 경우 어릴 적부터 증상이 나타나 이른 경우 생후 1년만에 발병하기도 한다”며 “소아 뇌전증 환자가 경기를 일으키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향후 인지장애와 같은 뇌 발달 문제 가능성이 높아져 뇌전증으로 진단받으면 빨리 수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카이메로 초기 사용자인 장 교수의 의견은 지니언트 크래니얼 개발에도 큰 영향을 줬다. 그는 “SEEG의 치료계획을 잡는 소프트웨어 개선을 회사에 요청했고 그외 기계 작동의 편의성 개선도 제안해 해당 내용들이 반영됐다”며 “지니언트 크래니얼에 부착할 수 있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추가 개발하면 머지 않아 뇌 신경 수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 의료진도 관심 높아…“해외 진출 성공 기대”  | | 지난 10월 미국에서 열린 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ASSFN)에 참석한 장원석 교수가 해외 의료진에게 직접 지니언트 크래니얼을 활용한 핸즈온 워크숍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고영테크놀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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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지난 10월 미국에서 열린 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ASSFN)에 참석해 해외 의료진들에게 직접 지니언트 크래니얼을 활용한 핸즈온 워크숍을 시연했다. ASSFN은 신경외과 분야에서 가장 첨단기술을 다루는 학회로 이 자리에서 지니언트 크래니얼을 알렸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장 교수는 “뇌 수술은 정밀성이 핵심인 만큼 ‘정말 정확하게 수술을 할 수 있느냐’를 비롯해 내구성과 신뢰성에 대한 질문을 현장에서 많이 받았다”며 “지니언트 크래니얼 활용에 대한 임상 근거, 논문으로 뒷받침되는 실사용데이터(RWD)들이 많이 쌓이면 한국 의료로봇도 북미, 유럽에서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그는 연구팀과 함께 최근 SCI급 저널인 ‘신경외과 수술 저널’(Journal of Neurosurgery·JNS)에 로봇을 활용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 대상 SEEG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다룬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지금도 카이메로 활용을 다룬 연구논문을 추가로 투고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장 교수는 “뇌 조직검사를 기존 방법으로 했을 때와 카이메로를 이용한 경우를 비교한 논문을 준비 중”이라며 “뇌 조직검사 케이스 수로는 우리 병원이 세계 유수 병원에 뒤쳐지지 않는 경험을 갖고 있기에 앞으로 나올 논문이 뇌 조직검사에 카이메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세계 의료진에게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카이메로는 2020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대수 1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첫 출시된 지니언트 크래니얼은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국내 의료 현장에 2대가 도입됐다. 미국에서도 최근 1대가 공급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