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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앞으로 인공지능(AI) 신약개발의 승패는 더 좋은 AI 모델이 아니라 더 좋은 데이터를 누가 확보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노해성 지니너스(389030) 연구개발본부장(최고기술책임자(CTO)·상무·면역학 박사)은 지난 23일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AI 신약개발 산업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등장으로 신약개발 분야에도 AI 열풍이 거세지만 결국 경쟁력의 핵심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실제 환자 데이터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확보하느냐에 있다는 설명이다.
 | | 노해성 지니너스 연구개발본부장(CTO, 상무, 면역학 박사)이 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이다. (제공=지니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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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보다 어려운 것은 결국 신약개발” 최근 AI 신약개발은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 성공 가능성 예측까지 AI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대규모 기술수출이나 상업화 성공 사례는 아직 제한적으로 파악된다.
노 CTO는 AI 신약개발 산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과를 내는 이유를 신약개발 자체의 복잡성에서 찾았다.
그는 “AI가 아무리 좋은 타깃을 찾아도 그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후보물질 최적화, 독성 평가, 약동학(PK), 약력학(PD), 임상 설계, 환자 선별 전략 등 수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단계 자산일수록 검증되지 않은 요소가 많기 때문에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에서도 선급금보다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비중이 높게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AI는 신약개발을 돕는 강력한 도구지만 신약개발 자체를 단순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AI가 신약개발 전 과정을 대체할 것이라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노 CTO는 “AI는 의사결정을 돕고 가능성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지만 최종 검증은 결국 실험과 임상에서 이뤄진다. 생물학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학문”이라고 말했다.
“GPT급 두뇌보다 중요한 것은 손끝 감각” 노 CTO는 AI 신약개발의 미래를 설명하기 위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피지컬 AI 산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요즘 휴머노이드 로봇은 달리고 점프하고 공중회전까지 한다”며 “언뜻 보면 인간과 비슷해 보이지만 젖은 컵을 집거나 비닐봉지를 자연스럽게 펼치는 일은 아직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감각 차이에 있다. 인간은 피부와 근육, 관절에서 끊임없이 촉각과 압력 정보를 받아들이며 움직이지만, 로봇은 아직 그러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 CTO는 “쉽게 말하면 GPT급 두뇌를 장착했지만 손끝 감각은 부족한 상태”라며 “최근 피지컬 AI도 더 큰 모델 경쟁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세상을 감지하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신약개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노 CTO는 “지난 몇 년간은 GPU 성능과 모델 규모가 경쟁력이었지만 앞으로는 대부분의 AI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라고 말했다.
 | | (제공=지니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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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보다 데이터”…공간오믹스로 실제 환자 생물학 구현 노 CTO는 현재 많은 AI 신약개발 기업들이 공개 유전체 데이터나 벌크 오믹스(Bulk Omics)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 환자 조직은 평균화된 데이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성을 갖고 있다. 암세포뿐 아니라 면역세포, 섬유아세포 등 다양한 세포가 종양미세환경(TME)을 형성하며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도 보이지 않는 것은 학습할 수 없다”며 “암세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종양미세환경과 세포 간 상호작용, 공간적 구조까지 함께 이해해야 실제 환자 생물학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니너스는 공간오믹스 데이터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공간오믹스란 유전자 발현량뿐 아니라 특정 세포가 조직 내 어디에 위치하고 어떤 세포와 인접해 있는지까지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여기에 환자의 임상 정보와 약물 반응 데이터까지 결합해 AI 분석에 활용함으로써 연구실 결과와 실제 임상 사이의 간극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노 CTO는 “환자 데이터와 연결되지 않은 AI 분석은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실제 환자의 임상 맥락을 함께 학습하는 것이 의미 있는 예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 (제공=지니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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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기업은 독자적 센싱 레이어를 가진 곳” 노 CTO는 앞으로 AI 신약개발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센싱 레이어(Sensing Layer)를 꼽았다. 공간오믹스, 세포 간 상호작용, 시간에 따른 생물학적 변화, 라이브셀 다이내믹스 등 기존에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고 축적하는 기업이 결국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현재 확보되는 데이터는 대부분 특정 시점을 찍은 스냅샷에 가깝지만 실제 질병은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 시스템”이라며 “향후에는 공간 정보뿐 아니라 시간 축까지 반영하는 데이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AI 모델은 시간이 지나면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지만 독자적인 데이터 자산은 쉽게 따라 할 수 없다”며 “공간적 상호작용과 환자 생물학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업이 AI 신약개발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니너스는 AI 플랫폼 기업을 넘어 자체 신약 자산을 보유한 기업으로의 도약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공간오믹스 기반 AI 플랫폼 인텔리메드(IntelliMed)를 활용해 신규 타깃과 타깃 페어를 발굴하고 있다. 이를 글로벌 기술수출로 연결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노 CTO는 “궁극적인 목표는 의미 있는 신약 자산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준의 기술수출 성과를 만드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자체 파이프라인 확보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노 CTO는 포항공대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항체 신약 발굴 프로젝트와 디스커버리 플랫폼 구축을 담당했다. 노CTO는 AMC사이언스 효능평가팀장을 거쳐 현재 지니너스 CTO를 맡고 있다. 노CTO는 AI 기반 타깃 발굴과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공간오믹스 기반 신약 디스커버리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