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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백신전문기업 유바이오로직스(206650)가 3분기 누적 1000억원을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사상 첫 1500억원대 연 매출을 기록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까지만 해도 500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이 3년 만에 3배에 가깝게 성장하면서 주목을 받는다.
12일 유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유니세프에 콜레라백신 4700도즈가 납품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수령한 2025년도 납품요청서(Award Letter)에서 요청한 물량 7200도즈의 65.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아직 34.7%가 남았음에도 3분기 누적 유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1169억원, 영업이익 471억원으로 역대 최고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592억원, 영업이익 177억원) 대비 매출은 97%, 영업이익은 166% 성장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유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이 설립 이래 처음 1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시장평균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1564억원, 영업이익 602억원이다.
 |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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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 없었다…3분기 매출 1천억 돌파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미국 정부의 탈퇴를 통보하면서 공공백신 예산에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치솟았다. 미국이 WHO의 최대 재정후원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유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바이든 정부 때보다 늘어난 것.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공공 콜레라 백신은 세계백신연합(GAVI)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국제연합아동기금(유니세프)이 구매하는 방식인데, 자금 공급 대부분은 게이츠재단이 담당한다”며 “미국 정부가 지원을 줄이자 지난 6월 중 GAVI가 GAVI 6.0을 통해 게이츠재단의 구매를 늘렸고 각국의 갹출 금액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GAVI 5.0은 5개년 구매 예산이 88억 달러(약 12조9000억원)였는데 GAVI 6.0에서는 90억 달러(약 13조2000억원)를 확보했으므로 유바이오로직스의 매출 감소 우려는 해소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콜레라 백신 수요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견되는 것도 호재다. 애초 콜레라 백신은 한 사람당 2회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지난 2022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정그룹(ISG)은 백신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임시로 백신 투여 횟수를 2회에서 1회로 줄여 사용하기로 했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캠페인 ‘엔딩 콜레라 2030’ 물량의 경우 1인 2도즈로 다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중 유니세프가 논의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 1인 2도즈가 될 경우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 유바이오로직스의 플라스틱 튜브형 콜레라 백신 ‘유비콜-S’ (사진=유바이오로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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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것부터 찬찬히…공공시장서 경험치 UP 유바이오로직스는 공공백신 시장의 강자로, 콜레라 백신 한 품목만 보유하고 있음에도 높은 이익률과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백신개발업체들이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및 낮은 매출 탓에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과 달리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3년 흑자전환 이후 계속 자산을 쌓아뒀다. 9월 말 기준 유바이오로직스의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748억원이다.
백신개발사들이 수익성이 낮아 처음엔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공공백신 시장부터 차근차근 문을 두드린 결과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는 10년이 걸리지만 공공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만 받으면 2~3년 내 바로 시판을 할 수도 있다.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회사가 차근차근 인지도와 내공을 쌓기에 좋은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출혈 경쟁에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한 빅파마(사노피의 인도 자회사 샨타 바이오텍)가 떠나면서 콜레라 공공백신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유바이오로직스가 독점해왔다. 덕분에 연구·개발(R&D) 및 공장 증설 비용 등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할 때도 매출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백신 개발의 꽃’으로 불리는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있어서도 바이오벤처가 흔히 경험하는 데스밸리를 경험하는 대신 콜레라 백신 덕에 프리미엄 백신 출시에 안정적으로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쓸 수 있게 됐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쌓아온 경험과 현금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프리미엄 백신 시장에 도전장을 던질 계획이다. 내년 1분기에는 대상포진 백신 임상 2상이 개시될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임상 2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콜레라 백신으로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내면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다른 공공백신을 출시해 나가면 수년내 약 2000억원까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백신으로 벌어들여 안정적으로 프리미엄 백신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