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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수술을 1시간 만에”…뇌수술 돕는 ‘의료로봇’
  • 정밀한 뇌 수술 표적 위치와 자세를 안내하는 역할
  • 카이메로를 사용한 전극 삽입 소요 시간 3분의 1 줄어
  • 등록 2025-05-21 오전 10:22:00
  • 수정 2025-05-23 오후 12: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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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카이메로 도입 후 병원에서 수개월에 한 번 정도 했을 입체뇌파전극삽입술(SEEG)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하는 것이 가능해졌어요. 수술 전 수술계획을 짜는 것도 수월해지고 수술을 할 때도 전극 삽입 위치를 파악하기 편해졌기 때문이죠.”

김종현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지난 20일 이데일리와 만나 고영(098460)테크놀러지의 뇌 수술 의료로봇 카이메로를 도입한 뒤 SEEG 수술 건수가 늘어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종현 교수는 지난해 11월 카이메로가 고대 구로병원에 첫 도입된 이후 지난 19일까지 카이메로를 활용해 누적 19건의 수술을 진행했다.

김종현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20일 이데일리와 만나 고영테크놀러지의 뇌 수술 의료로봇 ‘카이메로’를 활용한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카이메로는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뇌파 검사 결과 등을 기반으로 의사에게 표적 위치와 자세를 안내, 수술을 보조하는 의료로봇이다. 다만 정밀한 처치가 필요한 뇌 수술의 특성상 전극 삽입 부위를 절개하고 전극을 삽입하는 행위 자체는 의사가 직접 진행한다.

카이메로를 사용하는 SEEG이라는 수술은 약물로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전체 뇌전증 환자의 약 30%에 해당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 그중에서도 증상이 심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단적 수술이다. 한번에 10~15개의 전극을 삽입해 수술적 제거가 필요한 병변의 발생부위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SEEG 이후 병변 제거 수술까지 하게 되면 발작 빈도가 줄고 인지기능이 개선되며 복용해야 할 약물이 줄어드는 등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의 어려움 때문에 빈도가 잦은 수술은 아니다. 여러 명의 의료진이 팀으로 진행하므로 이를 위한 병원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도 수술의 중요한 전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SEEG이 가능한 병원은 전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도 수술이 어렵고 체력 소모가 커 의료진 입장에서 심리적 장벽이 크다.

김 교수는 “비숙련 의사가 SEEG을 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수술의 목표점을 설정하고 (어디에 전극을 삽입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며 “카이메로는 수술 자체뿐 아니라 수술계획을 세우는 과정도 더 편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전극 하나를 삽입할 때 보통 30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확한 위치를 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카이메로를 사용하게 되면 전극 삽입에 걸리는 시간이 10분으로 3분의 1까지 줄어든다. 김종현 교수는 “카이메로가 없었다면 서너시간이 걸렸을 SEEG 수술 소요시간이 한두시간으로 줄면서 체력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카이메로 도입 전 전극 삽입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쓰였던 ‘렉셀 프레임’(Leksell Frame) (사진=엘렉타 홈페이지 갈무리)


카이메로는 시간 단축은 물론 정확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기존에는 SEEG을 할 때 1950년대 개발된 렉셀 프레임(Leksell Frame)을 환자의 머리에 고정해 의료진이 일일이 전극 삽입 위치를 확인해야 했다. 각도가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0.1㎜의 오류라도 있으면 환자에겐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카이메로를 사용하게 되면 렉셀 프레임에 새겨진 1㎜보다 더 정밀한 위치 안내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김 교수는 “카이메로를 쓴다고 SEEG을 하지 않던 병원이나 의사가 SEEG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기존에 SEEG을 하던 의사들에게는 수술에 대한 부담도 줄고 난도도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렉셀 프레임을 사용한) 기존 SEEG은 수작업으로 위치를 계속 바꿔야 하기 때문에 수술에 필요한 인원도 더 많고, 실수할 여지도 있었다”며 “SEEG의 수술 난도를 상·중·하 중 하나로 구분한다면 ‘상’에 해당되지만 카이메로를 쓰면서 ‘중’ 정도로 수술 난도가 한 단계 낮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장점 덕에 환자들도 SEEG을 할 때 카이메로 사용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뇌전증 환자·환자의 보호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의료로봇을 사용한 SEEG을 경험한 이들이 이를 다른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추천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의료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SEEG에서 카이메로의 사용여부에 따라 환자 부담 비용이 크게 차이가 난다”면서도 “하지만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안전하다. 이를 환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을 때 카이메로 사용을 거부한 환자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전했다.

카이메로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 대한 SEEG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뇌심부자극술, 뇌 종양을 확인하기 위한 뇌 심부 조직검사에도 활용된다. 현재 고대 구로병원을 포함해 국내 총 9개 병원에서 카이메로가 사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의료 발전사를 보면 모든 처치는 더 정확하고 빠른 시간 안에 환자에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의료로봇 도입을 통해 수술의 안전성과 정확도를 크게 개선시킬 수 있고,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수술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이라면 병원에서 의료로봇의 도입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영테크놀러지가 개발한 뇌 수술용 의료로봇 ‘카이메로’ (사진=고영테크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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