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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SK바이오팜(326030)이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헤이븐(Biohaven)으로부터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BHV-7000)을 인수하는 거래와 관련해 “딜 클로징(Deal Closing) 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 눈길을 끈다. 오파칼림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 일부 보류가 결정되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오파칼림 인수에 선급금으로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인 4억달러(약 5375억원)를 지급하기로 하는 승부수를 띄웠는데, 임상 변수가 생기자 아직 이 금액이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SK바이오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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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급금만 4억달러…확신 갖고 베팅했는데 SK바이오팜은 지난달 26일 바이오헤이븐의 뇌전증 신약 오파칼림을 최대 1조1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미국 시장 유통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사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이을 차세대 캐시카우 육성을 위해 회사 운명을 가를 베팅을 한 것이다.
이번 인수는 규모 자체도 크지만 선급금 비율만 전체 계약 규모의 절반 수준에 달할 정도라 업계 관심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후보물질 라이센스인(License-in) 선급금 비율은 개발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임상 2·3상의 경우 20~30% 수준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SK바이오팜이 바이오헤이븐에 대규모 선급금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상당한 확신이 있어 보인다”는 관측들이 나왔다.
특히 SK바이오팜은 원개발사인 놉 바이오사이언스(Knopp Biosciences)에도 마일스톤과 제품 상용화 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오파칼림에 대한 확신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통상 원개발사에 대한 마일스톤과 로열티 등은 이를 초기에 인수한 업체가 지불하는데, 이 계약까지 승계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FDA로부터 오파칼림 임상에 대해 부분 보류 조치를 받자 SK바이오팜은 오해를 줄이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딜 클로징 전”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1일 오전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계약은 체결됐지만 아직 거래 종결(클로징) 전이어서 선급금 4억달러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번 임상 부분 보류 문제를 우선 해결한 뒤 거래를 종결하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FDA는 오파칼림을 투여한 쥐에서 특정 대사체와 관련한 독성 소견이 발견되자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현재 허가를 위한 2개(RISE2·3)의 후기 임상이 진행 중인데, 이에 따라 임상 2·3상의 신규 환자 등록이 일시 중단됐다. SK바이오팜은 이미 바이오헤이븐과 계약 체결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정밀 실사를 통해 사람에게는 동일한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10~11월경 임상 부분 보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톱라인 결과 발표 일정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파칼림은 Kv7.2·Kv7.3 칼륨 채널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1일 1회 경구용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발작을 유발하는 지속성 나트륨 전류(Persistent Sodium Current)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과도한 전기 신호를 차단하는 엑스코프리와 작용 기전이 달라 상업화 성공 시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계약 해지 가능 요건은…쟁점은 ‘MAE’ 오파칼림 임상 부분 보류 리스크가 발생하며 SK바이오팜과 바이오헤이븐 간의 딜 클로징 및 계약 해지 요건에도 관심이 모인다. SK바이오팜이 “딜 클로징 전”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것처럼,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계약이 성립되고 해지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운영하는 전자공시 사이트 에드가(EDGAR)에 공시된 SK바이오팜과 바이오헤이븐 간 라이선스 계약 원문의 2.3조 ‘딜 클로징 선행조건’(Conditions Precedent to Closing)을 보면 총 4가지 조건들이 명시돼 있다. △반독점 승인 획득 △관할 정부기관의 금지명령 부존재 △개별 또는 총체적으로 중대한 부정적 영향(MAE·Material Adverse Effect)이 예상되지 않을 경우 △양사의 이행 서류 제출 등이다. 이 네 가지 조건들이 충족됐을 때 계약이 완료될 수 있다는 것이다.
 |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운영하는 전자공시 사이트 에드가(EDGAR)에 공시된 SK바이오팜과 바이오헤이븐 간 라이선스 계약서 내 명시된 딜 클로징 선행 조건들.(사진=에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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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분 임상 보류와 관련해서 MAE 조건이 쟁점이 될 수 있다. 계약서 1.97조는 MAE를 세 가지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다. △라이선스 물질·제품 관련 사업 전반에 중대하게 부정적인 경우 △제품 가치에 중대한 악영향이 예상되는 경우(안전성·유효성·예상 가격 등 포함) △개발·제조·상업화 또는 규제 승인 획득·유지 능력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이중 두 번째 항목에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쥐에서 발견된 오파칼림의 독성이 인체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걸 FDA에 충분히 소명하지 못해 임상 보류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계약 완료 시점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MAE에 해당되지 않는 예외 조건들도 따로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총 11개의 예외 조건들 중 핵심은 바로 ‘K’항이다. K항에 따르면 ‘계약 체결일 전 SK바이오팜에 공개한 사안과 SK바이오팜이 사전에 인지한 사안·사건·정황’에 대해서는 MAE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사전에 이에 대해 미리 통보한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양사는 이번 독성 소견 문제를 계약 체결 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계약 체결 전 실사 과정에서 해당 소견을 검토했으며, 독성학 및 FDA 약리·독성 심사 경력을 보유한 외부 전문가들의 검토 의견도 참고했다”며 계약 체결 전 해당 내용은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공유했다. 바이오헤이븐 역시 “대사체 특성 규명 관련 자료를 포함한 모든 임상 및 비임상 데이터는 라이선스 계약 서명 이전에 SK바이오팜에 완전히 공개됐다”고 지난 9일(현지 시간) 공시를 통해 알렸다. 만약 이번 임상 보류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딜 클로징‘ 요건을 두고 양사의 이견이 생길 수도 있는 대목이다.
계약서상 클로징 전 해지 사유는 아웃사이드 데이트(Outside Date·클로징 기한)까지 거래가 종결되지 않은 경우와 반독점법상 최종 금지명령이 내려진 경우 두 가지로 한정돼 있다. 다만 클로징 기한이 언제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비공개 처리돼 있으며, SK바이오팜의 단독 선택으로 한 차례 연장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