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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진단’이 글로벌 헬스케어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진단 분야가 크게 주목받은 데 이어 액체생검 등 기존 진단 방식의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진단 기술이 개발되면서 관련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주요 질환의 조기 진단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기술로 질환을 예측하는 ‘예방’ 목적의 진단까지 점차 상용화되며 ‘치료’ 중심이던 의료 헬스케어 패러다임까지 바꿔나가고 있다. 글로벌 산업 분석 기관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진단시장 규모는 2023년 1200억달러(173조원)에서 2030년 2200억달러(30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전 세계 면역항암제 관련 예상 시장 규모 2196억달러(303조원)를 넘어서는 것이다. 팜이데일리는 의료 헬스케어 패러다임을 바꿀 진단 분야를 총 정리하고 주요 플레이어를 집중 해부하는 기사를 연재한.[편집자주]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분자진단은 유전자, RNA, 단백질 등 핵산 정보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감염성 질환, 암, 유전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극소량의 병원체나 변이를 고감도·고특이도로 검출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정밀의학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체외진단 중 분자진단은 면역진단과 함께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 (사진=챗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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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진단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도와 민감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또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도 진단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병원체의 유전적 변이를 파악할 수 있어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자동화 기기 발전과 함께 고속·대량 검사도 가능해졌다.
분자 진단 시장은 더 빠르고 정확한 질병 진단 수요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ResearchAnd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분자 진단 시장 규모는 2024년 180억달러(24조7000억원)로 추산되며,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0%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 지역은 2024년 기준 39.2%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로 세계 분자 진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의료 예산 증가, 인구 증가, 그리고 질병 발생률 증가에 힘입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1.3%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분자진단 분야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게임 체인저’라고도 불리는 액체생검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액체생검은 분자진단의 한 형태로, 혈액이나 소변 등 체액에서 순환 종양 DNA(ctDNA), RNA, 엑소좀, 순환 종양세포(CTC) 등 분자 수준의 바이오마커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PCR, NGS 등 분자진단 기술을 기반으로 해 분자진단 영역에 포함된다. 조직 생검과 달리 비침습적으로 시행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포츈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세계 액체 생검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1000만달러(11조원)에서 연평균 25.3%의 비율로 성장해 2029년에는 264억5000만달러(36조3000억원), 2032년에는 586억4000만달러(80조4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전망치이지만 기존 전체 분자진단 시장 규모를 뛰어넘어서는 셈이다.
액체생검이 특히 주목 받는 이유는 인류 최대의 적인 ‘암’ 진단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암은 발생률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기 검진 등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혈액 등 생체액을 이용한 비침습적 검진검사 수요도 덩달아 높아지는 중이다.
 | 글로벌 분자진단 시장 규모 및 주요 업체.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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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젠, 코로나 벗어나 균형잡힌 진단기업으로 K바이오를 대표하는 분자진단 기업은 씨젠이다. 씨젠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씨젠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여러 병원체를 하나의 튜브로 동시 진단할 수 있는 하이 멀티플렉스(High Multiplex) 기술, 신드로믹 정량 PCR(Syndromic qPC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씨젠의 신드로믹 정량 PCR 기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질환 병원체 검사, 단일 염기 변이 검사, 약제 내성 검사, 돌연변이 검사 등 모든 유전자 관련 질병 검사에 적용 가능한 동시 다중 분자진단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이다. 씨젠의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은 미량의 DNA라도 증폭시켜 더 정확한 검사 결과를 도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씨젠의 매출은 1조3000억원까지 급성장했지만 이후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면서 재작년과 작년 역성장 늪에 빠졌다. 그러나 지난해 다시 반등에 성공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160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씨젠은 비코로나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진단시약 매출은 832억원인데, 이 중 비코로나 진단시약 매출이 7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5% 성장세를 보였다.
씨젠은 중장기 사업전략인 ‘기술공유사업’을 추진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진단시약 개발자동화 작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 성장이 전망된다.
씨젠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추진하는 신드로믹 캠페인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매출 6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에서 HPV 등 비호흡기 제품의 매출 증대를 위해 계속 노력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싸이토젠과 아이엠비디엑스, 액체생검 대표 주자 액체생검 분야에서는 싸이토젠, 아이엠비디엑스 등이 주요 플레이어로 꼽힌다. 먼저, 싸이토젠은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암세포(CTC)를 살아있는 채로 포획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액체생검 방식 중에서도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암세포(CTC)를 살아있는 채로 포획하는 기술은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앞서 2012년 미국의 바이오 기업 ‘셀서치’가 자성으로 암세포를 끌어모은 뒤 CTC를 수집하는 방법을 고안했지만 자성으로 인한 세포 변형이 생기면서 불완전한 기술로 남았다.
하지만 싸이토젠은 CTC 분리 기술에 대한 해법을 반도체에서 찾아냈다. 지름 5㎛로 미세한 구멍을 뚫은 반도체 칩에 혈액을 통과시켜 암세포를 거르는 방식을 채택해 문제를 해결했다. 일반적인 암세포의 크기는 7㎛ 안팎이기 때문에 암세포는 걸러지고, 이보다 작은 적혈구와 백혈구는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싸이토젠의 액체생검 방식은 암 정보를 확보하는 데 조직생검보다 가격과 시간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을 통해서는 5㎜보다 작은 암세포를 찾아내기 어렵다. 반면 싸이토젠의 액체생검 기술을 활용하면 5㎜보다 작은 암세포라도 CTC를 통한 진단이 가능하다. 싸이토젠은 난소암이나 전립선암, 췌장암 등 조직생검이 어려운 분야에서도 액체생검 활용성이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싸이토젠의 제품이 본격 생산 및 판매되면서 실적에서도 큰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2022년 8억원이었던 매출은 2023년 32억원에 이어 지난해 109억원으로 대폭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118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07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그 폭을 줄여가고 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국내 유일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반 액체생검 기술을 상용화했다. 암세포는 증식과정에서 순환종양 DNA(ctDNA)를 방출하는데, 아이엠비디엑스는 혈액 속 ctDNA를 바이오마커로 해 암 유전자를 찾아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 제품으로는 암의 정밀진단 및 치료에 활용하는 ‘프로파일링’ 부문에 알파리퀴드 100 및 알파리퀴드 HRR, 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재발 모니터링 하는 ‘캔서디텍트’ 부문에 알파리퀴드 디텍트, 다중암 조기 진단이 가능한 ‘캔서파인드’ 부문에 알파리퀴드 스크리닝이 있다.
알파리퀴드 100은 한 번의 채혈로 약 120개 암 관련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해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주요 고형암 뿐 아니라 흑생종 또는 육종과 같은 희귀암 진단에 사용할 수 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15개의 상동 재조합 복구(HRR) 유전자 선별 분석이 가능한 제품 알파리퀴드 HRR를 활용해 아스트라제네카와 동반진단 협약을 체결하면서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아이엠비디엑스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추가 계약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계약이 체결되면 공시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