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신약 개발업체
펩트론(087010)이 올해 대전환점을 맞는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파킨슨병 치료제 ‘PT320’ 임상 2상 결과와 두개내 고혈압 신약 ‘프리센딘(Presendin)’의 생산 본격화 등 굵직한 경영성과가 임박해서다. PT320에 기반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 진출도 쾌속선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현실화되면 2조원대 연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23일 대전 유성구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늦어도 오는 4분기 내 PT320 임상 결과를 공식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최호일 펩트론 대표. (사진=펩트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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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320은 펩트론의 독자적 지속형 약물 전달 기술인 ‘스마트데포(SmartDepot)’가 적용된 서방형 엑세나타이드이다. 펩트론은 펩타이드 물질인 엑세나타이드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세계 최초로 GLP-1 제제 뇌질환(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용도 특허권을 보유한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2014년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공동 연구를 지속해왔다”며 “글로벌 기업보다 규모는 작지만 GLP-1 제제의 퇴행성 뇌질환 용도변경 특허 전용실시권을 확보해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부족으로 발병한다. 엑세나타이드는 레보도파(도파민 전구체 역할) 형성에 관여하는 엘타이로신을 활성화해 도파민의 분비량을 늘려준다. 펩트론은 반감기가 3시간 내외로 짧은 엑세나타이드의 단점을 스마트데포로 보완했다. 반감기를 최대 2주일까지 늘린 상태다. 치료제가 나오면 파킨슨 환자의 치료제 투약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PT320은 반감기뿐만 아니라, 안전성과 뇌혈관장벽(BBB) 투과율 등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며 “쥐 대상 동물시험뿐만 아니라 임상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2분기 완료 예정인 임상 2상은 이같은 내용을 상당 부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대표가 PT320 임상 2상의 성공을 자신하는 배경이다. 향후 계획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글로벌 제약사와 임상 3상 및 기술이전을 추진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서의 PT320 글로벌 임상 2상도 동시에 진행할 방침이다. PT320은 BBB 투과율이 높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미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에서 인지장애 개선 효능도 확인했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다양한 후보물질이 나오고 있지만, 발병의 지연뿐만 아니라 인지장애 개선까지 확인된 것은 GLP-1이 유일하다.
최 대표는 “PT320에 대한 효능은 미국 하버드대와 치료 효능 평가 등을 통해서도 확인하고 있다”며 “사실상 전무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시장의 요구가 시급한 만큼 글로벌 임상 2상 후 구제의약품으로서 치료목적사용승인(EAP)을 통한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이 가장 앞서 있는 파이프라인인 프리센딘의 성공적인 행보도 PT320의 속도전에 힘을 보탤 것으로 관측된다. 두개내고혈압 치료제 또한 두개 내압을 낮추는 수술이나 증상 완화제에 의존하고 있는 질환이다. 펩트론은 호주 인벡스와 프레센딘의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서 미국과 유럽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했다.
최 대표는 “최근 프리센딘의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충북 오송바이오파크 공장에 대한 유럽의약품청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EU GMP QP) 인증을 획득했다”며 “신약개발과 생산 등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 제약·바이오사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대부분 신약은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어서 수술이나 증상 완화제에 의존하는 형국”이라며 “개발 성공 시 단숨에 퀀텀점프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올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올해 시장 규모는 각각 6조원 수준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고령화 등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의 경우 급성장해 2024년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지연과 개선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나오면 적어도 이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원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는 “바이오마커 부재 등으로 개발의 어려움을 겪은 탓에 사실상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며 “지연과 개선 효과가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펩트론의 충북 오송바이오파크 공장 전경. (사진=펩트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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