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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바이오산업은 단순한 성장기를 넘어 본격적인 ‘글로벌 도약기’에 들어섰다. 정부가 추진 중인 ‘K-바이오 의약산업 대도약 전략’은 오픈이노베이션을 촉진하고, AI·로봇·세포·유전자기술을 융합해 2030년까지 수출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며 글로벌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번 시리즈 ‘1등 K-바이오’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의료기기, 뷰티헬스 산업을 대표하는 11개 선도 기업을 통해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각 기업이 축적해온 기술력과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져온 여정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이 기획은 ‘한국 바이오 혁신의 최전선에 선 기업들은 누구이며, 이들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낼 것인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에스티팜(237690)이 글로벌 리보핵산(RNA) 치료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세계 1위 세계 1위 올리고핵산(oligonucleotide)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견조한 수주 성과와 신약 파이프라인 성과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시행 움직임도 에스티팜에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 | 에스티팜 반월공장 전경 (사진=에스티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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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RNA 신약 수요 폭발…세계 1위 CAPA 선제적 확보 에스티팜이 세계 1위 올리고핵산(oligonucleotide)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제2올리고동을 준공하고 이달 가동을 시작했다. 에스티팜은 제2올리고동을 글로벌 RNA 치료제 공급의 전략 거점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추가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이번 증설로 인해 올리고핵산 원료의약품(API)의 생산능력(CAPA)이 6~8몰(moles)로 늘리며 CAPA를 세계 3위에서 세계 1위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에스티팜이 공격적으로 증설한 배경에는 견고한 수주 실적이 있다.
에스티팜의 총 수주잔고는 최근 3년간 2022년 1억1130만달러(1600억원)→2023년 1억4900만달러(2100억원)→2014년 1억7360만달러(2500억원)로 성장해왔다. 올 상반기 수주잔고는 2억9340만달러(약 4200억원)로, 지난해 연간 수주잔고 대비 169% 급증했다. 올해에만 8건의 수주를 완료하고 17건의 추가 수주를 논의 중이다.
이러한 수주 증가는 글로벌 핫 트렌드로 리보핵산(RNA) 치료제가 부상하면서 실제 상용화가 본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RNA 치료제가 증가하면서 연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의약품도 등장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 ‘렉비오’(Leqvio) 등이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은 RNA 기술의 상업성에 주목, 관련 기술 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RNA 치료제의 적응증이 희귀질환에서 심혈관 질환, 대사성 질환 등 비교적 흔한 질환(common disease)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에스티팜에게는 호재다. 실제로 에스티팜의 고객사로 추정되는 업체들은 RNA 치료제의 적응증을 넓혀가고 있다. 노바티스가 지난 7월 FDA로부터 렉비오 단독요법 추가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아이오니스도 지난 9월 ‘올레자르센’(Olezarsen)의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는 임상 3상 결과를 확보했다.
 | | 주요 고객사 적응증 확장 사례 (자료=에스티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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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부터 실적 기지개…중장기 성장동력도 장착 잇따른 수주로 인한 실적 개선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증권가에선 에스티팜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3289억원, 48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0.2%, 74.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 기준 에스티팜의 매출은 1207억원, 영업이익은 139억원으로 전망치의 36.7%, 28.7%를 각각 달성한 상황이어서 올 하반기 상당한 성장세를 보여야 달성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에스티팜의 실적은 올 하반기부터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우선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에스티팜의 3분기 매출은 750억원, 영업이익 88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매출 650억원과 이익 69억원을 각각 15%, 27% 상회할 것”이라며 “올해 4분기에는 상업용 물량 생산이 본격화되며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함께 이뤄질 시기”라고 예상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스티팜의) 4분기 영업이익률은 20% 이상 시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에스티팜은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싱글 가이드 RNA(sgRNA), xRNA 등 차세대 모달리티로 확장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RNA 편집 치료제의 핵심 원료인 sgRNA을 100mer 수준의 고순도 합성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용 제조 라인도 설치했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합성·정제부터 분석까지 sgRNA의 모든 단계를 자체 시설 내에서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약 성과도 가시화…글로벌 기술이전 기대 신약 연구개발(R&D)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며 CDMO 업체에서 신약 개발사로서의 면모도 강화되고 있다. 에스티팜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감염병 학회 ‘IDWeek 2025’에서 HIV 치료제 후보물질 ‘피르미테그라비르’(STP0404)의 임상 2a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투약군의 혈장 HIV-1 RNA 수치는 투약 후 11일까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p<0.0001)했으며, 평균 감소치는 1.191~1.552 log10 copies/mL로 나타났다. 이는 투약군의 혈중 HIV 바이러스 양이 15.5~35.7배 감소했다는 뜻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에이즈(HIV-1) 감염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HIV-1 RNA 수치가 0.5 log10 copies/mL(약 3배) 이상 감소되면 1차 효능 지표를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분기 고용량 데이터를 확보한 후 피르미테그라비르의 기술이전 논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회사는 피르미테그라비르가 기존 에이즈 치료제와 달리 HIV 입자가 형성되더라도 비감염성 형태로 남게 하는 새로운 기전(ALLINI)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보고 있다. 경쟁약인 ‘돌루테그라비르’, ‘엘비테그라비르’, ‘랄테그라비르’의 2022년 글로벌 매출은 각각 2조3000억원, 3조2000억원, 8000억원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다. 생물보안법으로 인해 중국산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제한이 강화되면 한국 CDMO 기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에스티팜은 지난해 8월 중국이 빅파마에 공급하던 원료의 수주를 따온 사례가 있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생물보안법의 대표 수혜 기업 중 하나로 에스티팜을 꼽으며 “생물보안법 통과가 지연되더라도 업계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축소하고,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성장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에스티팜은 30여 년의 글로벌 트랙 레코드 기반과 함께 세계 최초 파마(Pharma) 콘셉트의 올리고 API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제2올리고동 신축을 통해 확대된 연간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톱 티어(Top Tier) 올리고 치료제 CDMO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