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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홍주연 기자] 한국과 미국 제도 변화가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사업 환경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CDMO 산업을 별도 정책 대상으로 삼는 특별법의 하위법령이 입법예고됐고, 미국에서는 고율 의약품 관세 체계 속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행정 부담은 줄고 대미 수출 조건은 유지되는 국면에서, 국내 최대 사업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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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는 짧아지고 인증은 이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4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CDMO 특별법)의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견수렴은 오는 9월 4일까지 진행되며, 하위법령은 특별법 시행일인 12월 31일부터 함께 시행된다. 그동안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려면 국내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약사법에 따른 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했다. 전량 수출하는 기업까지 국내 유통을 전제로 한 절차를 적용받은 셈이다. 특별법은 수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을 위한 ‘수출제조업 등록제’를 신설했고,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인허가 기간은 기존 12~18개월에서 6~9개월 수준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하위법령에는 수입국 시설 규정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 부여, 실태 평가자료 중복 제출 면제, 원료의약품·원자재 통관 절차 간소화 등이 담겼다.
품질 인증 체계도 새로 짜인다. CDMO 제조소를 대상으로 한 GMP 적합인증의 절차와 유효기간, 갱신 요건이 별도로 규정됐고 세포주와 벡터, 원료의약품에 대한 국가 인증제도가 도입된다. 식약처는 특별법 부칙에 따라 법 시행 당시 기존 지침으로 GMP 적합판정을 받은 업체 가운데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 적합인증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별도 신청이나 심사를 다시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갱신 시 유효기간은 기존 만료일 다음 날부터 3년으로 산정하도록 기준을 정비했고, 최근 3년 이내 3개 제조단위 이상이던 생산실적 요건도 시설·제조방법에 변경이 없다면 1개 이상으로 완화했다. 자사 허가품목이 없는 전문수탁 업체는 품목허가 기반 적합판정서를 확보하기 어려워 해외 고객사에 객관적 평가 결과를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100% 관세 시대, CDMO 물량은 예외 가능성 대미 수출 조건도 국내 CDMO에 유리하게 정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특허의약품과 원료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한국은 무역협정을 근거로 15% 세율을 적용받는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네릭(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는 2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2028년부터 100%, 2029년부터는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2024년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 39억8000만 달러 가운데 바이오의약품은 37억4000만 달러로 전체의 94.2%를 차지했다.
CDMO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미국에서 의뢰한 의약품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에도 무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탁 생산 물량 자체가 관세 체계 밖에 놓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미 의회가 지난달 특허 덤불 제한과 바이오시밀러 허가 요건 완화 법안을 잇따라 처리하면서 위탁 물량이 늘어날 여지도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가 파는 것은 ‘속도’와 ‘예측 가능성’ 이에 국내 CDMO 기업들은 한미 무역협정에 따른 15% 관세율이 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의 100% 관세와 비교해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공식 무역협정이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 고객사가 안정적으로 생산을 이어갈 수 있고, 한국과 미국 양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만큼 국경 간 규제 교착 상황에 대한 대응력도 높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6만리터 규모의 미국 록빌 공장 인수를 완료하며 글로벌 이중 공급 체계를 갖췄다. 이로써 총 생산능력은 84만5000리터로 늘었고, 올해 1분기 기준 누적 수주액은 214억달러(30조4950억원)에 달한다. 건설 속도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업계 평균 대비 40% 빠른 속도로 생산시설을 구축해왔으며, 착공부터 GMP 가동까지 24개월 이내에 완료할 수 있는 역량이 글로벌 고객사를 유인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위탁연구(CRO)와 위탁개발(CDO), 위탁생산(CMO)을 하나로 묶은 CRDMO 모델을 통해 연구부터 생산까지 책임지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서비스도 강점이다.
증권가는 미국 리쇼어링 흐름에서 검증된 현지 생산능력의 가치를 주목한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빅파마의 자체 설비는 착공부터 밸리데이션, 상업 가동까지 수년이 걸리는 반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탁생산 수요는 즉각적이어서, 초기 수혜가 현지 캐파를 바로 제공할 수 있는 CDMO에 집중될 것으로 봤다. 여기에 미국 생물보안법 추진과 우시앱텍(WuXi AppTec)의 1260H 명단 등재로 비중국계 CDMO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김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록빌 생산시설 확보와 생물보안법 추진, 공급망 지역화에 따른 비중국 CDMO 수혜 등으로 성장축을 확장했다”며 “상반기 수주 부진은 고객사 의사결정 지연에 따른 일시적 영향으로 하반기엔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내 제도에 대한 입장은 신중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GMP 적합인증과 원료의약품 등의 수입절차 특례 시행을 통해 업무 개선이 되는 부분이 있을지 검토 중”이라며 “현재 입법예고 기한에 맞춰 필요시 의견 제출을 위해 내부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과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미국 생산거점과 엔드 투 엔드 서비스로 방향을 맞추고 있어, 관세와 규제 환경 변화를 누가 먼저 수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