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SK바이오팜이 차세대 항암 치료제의 핵심 모달리티(Modality)로 낙점한 방사성의약품(RPT) 분야에서 단순한 후보물질 확보를 넘어 기술 표준을 주도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RPT의 핵심 기술인 킬레이터(Chelator)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 플랫폼 구축 현황을 전격 공개하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RPT 생태계의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적 포부를 드러냈다.
 | |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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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T 기술의 심장 ‘킬레이터’, SK바팜이 주장하는 차별화된 경쟁력 RPT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바인더’와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사성 동위원소(RI)’, 그리고 이 둘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킬레이터’ 및 ‘링커’로 구성된다. 킬레이터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약물에 안정적으로 고착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며 이는 곧 약물의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킬레이터가 동위원소를 제대로 붙잡지 못할 경우 방사선이 정상 조직에 노출되어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구축 중인 ‘노블 킬레이터 플랫폼(Novel Chelator Platform)’이 현재 업계에서 사용되는 ‘DOTA’ 기반의 표준 기술 대비 유의미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용제 RPT 프리클리니컬 센터장은 자사 플랫폼의 경쟁력에 대해 “SK바이오팜의 킬레이터는 방사성 의약품 분야 표준 킬레이터인 DOTA 대비 액티늄-225(225Ac)에 대한 안정적인 결합력을 갖고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며 “이는 전신 독성의 감소와 정상 조직 보호 가능성을 의미하며 향후 동물실험 등으로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생산 공정의 혁신도 노블 킬레이터의 핵심 강점으로 내세운다. 기존 기술이 동위원소 표지를 위해 높은 열을 가하는 공정을 필요로 했던 것과 달리, 노블 킬레이터는 상온 조건에서도 표지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신 센터장은 “노블 킬레이터는 상온에서도 RI 표지가 가능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DOTA 대비 적은 양의 프리커서(Precursor)를 사용하더라도 RI를 표지할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점도 있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광범위한 확장성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노블 킬레이터 플랫폼이 저분자 화합물부터 항체, 소형 단백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바인더에 제약 없이 적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으며, 다양한 방사성 동위원소와 호환이 가능해 다각적인 파이프라인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SK바이오팜 측의 설명이다.
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시판 중인 RPT 신약이 없는 상태에서 독자 킬레이터 플랫폼부터 구축하는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이와 관련해 ‘신약 개발과 플랫폼 구축의 병행’이라는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 역시 순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TSR1을 타깃하는 SKL35501은 이미 미국 FDA와 한국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개발 궤도에 진입한 상태다. 이는 가시화된 임상 단계 자산을 확보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약물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독자 플랫폼 기술’을 병행 구축하여 신약의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엔진 먼저 만드는 빅 바이오텍”... 신약 부재 우려에 대한 정면 돌파 SK바이오팜 플랫폼 비즈니스 핵심은 ‘분리와 결합’이 꼽힌다. 독자 킬레이터는 일종의 ‘범용 어댑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망한 바인더를 확보해 자사의 독자 킬레이터에 결합하기만 하면 즉시 새로운 신약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는 체계를 지향한다. 신용제 센터장은 “우리가 만드는 것은 단일 신약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파이프라인을 창출할 수 있는 RPT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 기반”이라고 역설했다.
SK바이오팜은 독자 킬레이터 플랫폼의 범용성을 무기로 유망한 바인더를 보유한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자사 신약만을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SK바이오팜의 기술 플랫폼을 전 세계 RPT 연구자들이 활용하게 함으로써 ‘RPT 생태계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기술적 성과는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를 통해 입증된 메디시널 케미스트리(Medicinal Chemistry) 역량이 바탕이 됐다. 황선관 신약연구부문 부사장(CTO)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케미스트리 역량이 곧 시장에 가장 높은 진입 장벽이자 해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양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낮은 온도에서 안정적으로 킬레이션하고 암 조직에만 보다 더 선택적으로 분포하게 만드는 링커-킬레이터 독자 플랫폼을 구축 중에 있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RPT 신약 설계 연구 역량을 내재화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망을 다각화함으로써 연구개발부터 원료 수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RPT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술적 권리 확보를 위해 올해 내 관련 물질 특허를 출원하고 연구 성과를 외부 학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킬레이터뿐만 아니라 링커 기술의 고도화도 지속 추진하여 RPT 분야에서의 경쟁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방침이다.
 | |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인 엑스코프리의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R&D를 이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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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코프리 美성공 발판 삼아 R&D에 더 힘 쏟는다 현재 SK바이오팜은 임상 1상 단계에 진입한 SKL35501을 필두로, 2027년 IND 제출을 목표로 하는 SKL37321, 퍼스트 인 모달리티(First-in-Modality)를 겨냥한 ROR1 프로젝트 등 차별화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자 플랫폼 기술을 통해 이들의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RPT 사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전략본부장이 사업 전면에 나서 직접 지휘하고 있어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최 본부장은 미래 성장 동력인 RPT 사업의 전략 수립부터 파이프라인 확보, 글로벌 동위원소 공급망 구축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며 신사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비RPT 영역에서의 약진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 SKL32276은 증상 완화를 넘어 독성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를 80% 이상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질병조절치료제(DMT)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3개월간의 휴약 후에도 효능이 지속되는 데이터를 확보해 근본적 치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표적단백질분해(TPD) 분야에서는 내년 IND를 목표로 하는 p300 과제와 뇌 장벽(BBB) 투과가 가능한 모레큘러 글루 과제가 순항 중이다.
이러한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의 밑바탕에는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XCOPRI)가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이 자리 잡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25년 연간 영업이익 2000억 원을 돌파하며 확보한 현금을 기반으로 올해 R&D 예산을 2300억 원까지 대폭 증액했다.
황선관 부사장은 “조만간 연간 2건 이상의 IND를 상시 창출하는 고효율 파이프라인 엔진을 가동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검증된 신약 개발 플레이북을 바탕으로 차세대 모달리티와 적응증으로 파괴적 확장을 시작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고 빅 바이오텍을 향한 목표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