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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LG그룹이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에 전속력을 내고 있다. 삼성그룹에 바이오 사업 선제권을 내준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AI 신약개발과 암 진단을 통해 항암제 개발 및 진단까지 통합적인 솔루션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LG AI연구원이 AI 암 진단 쪽을 맡고, LG화학이 AI를 활용한 항암제 개발을 하는 방식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AI·바이오·클린테크(ABC)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았다. 2030년까지 해당 분야에 예정된 투자금액은 100조원에 달한다.
 | 구광모 LG 회장. (사진=LG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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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AI와 바이오에 집중 투자하는 까닭은 투자는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LG그룹과 LG화학은 미국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약 7072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 갤럭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알츠하이머 등을 진단하는 뉴로엑스티에 각각 2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여기에 서울대 백민경 교수 연구팀과 ‘로제타폴드 기술을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AI 공동 개발’까지 진행하며 AI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LG그룹이 AI를 활용한 바이오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배경에는 기존 사업의 한계와 미래 시장 선점 의지가 담겨 있다. 재계 4위인 LG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LG그룹이 전반적으로 주력하는 분야는 ‘암’ 등 난치성 질병이다. LG화학을 통해 항암제를 직접적으로 개발하는 동시에 AI연구원을 통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까지 개발해 통합적으로 암을 정복하겠다는 전략이다.
 | 엑사원 패스는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WSI)에서 암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예측할 수 있다. (사진=LG AI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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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 분야를 주도하는 건 구광모 회장 주도로 설립된 AI싱크탱크 ‘LG AI연구원’이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언어모델(LLM)인 엑사원을 개발하고 그룹의 AI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와의 융합을 통한 사업 확장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미지로 유전자 변이를 예측하고 암 진단 시간을 줄인 AI 기반 암 진단 솔루션(엑사원 패스)을 개발해 엔비디아에 공급했다.
LG AI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엑사원 패스 2.0은 기존 2주 이상 걸리던 유전자 검사를 단 1분 안에 끝낼 수 있는 AI 모델이다. 이는 병리 조직 이미지에서 유전자 변이와 세포, 조직의 미세한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다. AI의료 기업 루닛(328130)의 루닛 스코프나 상장을 준비 중인 딥바이오가 병리 분야 암 진단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이를 뛰어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LG AI연구원의 엑사원 패스 2.0은 기존 패치 단위 분석을 넘어 슬라이드 전체를 학습할 수 있도록 개선해 더 정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질병 진단 시간을 2주에서 1분 이내로 단축한 것은 기존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핵심 기술력이다.
그렇다면 전사적으로 단순 신약 개발이 아닌 항암 신약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해당 시장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자, LG의 AI 기술을 결합해 신약 개발의 과정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암 신약 개발 시장은 그 자체도 크지만 성장 잠재력이 막대한 시장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 2023년 1544억 달러(약 213조원)에서 오는 2030년 2578억 달러(약 357조원)로 연평균 7.6%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LG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산업 투자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자체 기술 개발과 법인 투자를 병행해 기술 접점을 넓히고, AI 융합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AI신약개발 파트너 현황은 LG화학의 AI 신약 개발 전략은 글로벌 수준의 파트너십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갤럭스와의 공동연구는 LG화학의 AI 신약 개발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갤럭스는 구글의 알파폴드, 워싱턴대 로제타폴드와 대등한 수준의 항체 설계 인공지능 ‘갤럭스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된 이 기술은 지금까지 발표된 항체 설계 AI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였으며, 실제 항체 설계 기술 테스트에서 미국 상장사 앱사이가 발표한 기술 대비 5배 이상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다.
 | 배경훈 LG AI연구원장(왼쪽)과 백민경 서울대 교수가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L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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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백민경 교수와의 로제타폴드 연구 협력도 주목할만하다. 백 교수는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와 함께 로제타폴드를 개발한 세계적 연구자로, LG AI연구원과 함께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단백질 다중 상태 구조 예측 AI를 개발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22개 신약 파이프라인 중 41%를 항암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 손자회사 아베오를 전진기지로 삼아 글로벌 항암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베오는 2021년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의 생명과학 부문 매출은 2024년 전년 대비 30% 늘어난 1조183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 2800억원 중 1140억원을 생명과학 부문에 투입하기도 했다. 매출 비중이 2.4%에 불과한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항암제를 포함한 생명과학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LG그룹의 바이오 전략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AI 기반 플랫폼 개발과 글로벌 임상 확대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머지않아 LG가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희봉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개발부문장 전무는 “선도적 단백질 설계 AI 기술을 보유한 갤럭스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 갖춘 항암신약 개발에 한층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