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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신약개발 바이오텍으로의 투자가 막히자 후방산업인 비임상CRO(임상시험수탁) 회사들도 다양한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관련 업계에서는 동물실험 서비스를 확대하는가 하면, 바이오텍에 동물실험실을 임대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공식화했지만 비임상CRO 업계에서는 실제로 동물실험이 신약개발에서 사라지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눈 앞의 위기는 동물실험 폐지보다 신약개발 산업에 대한 투자 감소”라고 입을 모은다. 비임상CRO 회사들이 불황에 걸맞은 수익모델을 찾아 신규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다.
‘신약개발 불황’에 동물실험실 임대 서비스 인기 23일 우정바이오(215380)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비바셰어’(VivaShare) 서비스 이용률이 30% 증가했다. 이용 기업수도 2.4배 늘었다. 우정바이오 관계자는 “관련 매출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최근 몇 년 간 매년 비바셰어 관련 매출이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정바이오의 전용사육실 모습 (사진=우정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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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셰어는 우정바이오가 지난 2021년 신약클러스터 준공과 함께 선보인 공유동물실험실 서비스다. 우정바이오는 최대 2만 개 이상의 케이지를 수용할 수 있는 공유동물실을 갖추고 있다. 고객사가 되면 실험동물 구매대행부터 동물실험을 위한 장비 사용, 실험동물 사육 및 관리, 공용실험실 및 공용오피스 사용 등이 가능하다. 전용사육실 서비스를 선택하면 약 16.53㎡(약 5평) 규모의 전용 공간이 주어지는데, 최대 240케이지를 수용할 수 있고, 사육실 전용 작업대도 비치된다.
특히 우정바이오가 자신있게 내세우는 서비스는 스마트 케이지(DVC·Digital Ventilated Cage, Automated Home-Cage) 시스템을 활용한 사육 서비스다. 이 장비는 이탈리아의 테크니플라스트(TECNIPLAST)에서 만든 것으로, 사람의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 실험동물의 활동을 측정할 수 있다. 우정바이오는 국내에서 DVC 장비를 보유한 유일한 회사다.
우정바이오 관계자는 “연구자가 보고 있으면 실험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이상행동을 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행동평가가 불가능하다”며 “반면 DVC 바닥에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실험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하므로 24시간 실시간으로 활동량, 활동방식 등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해당 데이터는 클라우드나 로컬 서버로 전송돼 연구자들이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치매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과 관련된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DVC를 동물실험에 사용하려는 수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 우정바이오가 보유한 스마트 케이지 DVC. 바닥에 센서가 내장돼 있어 연구자가 없을 때도 24시간 실험동물의 활동량 및 활동방식 측정이 가능하다. (사진=우정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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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PK·PD 센터를 개소한 디티앤씨알오(383930)(Dt&CRO)도 올해 동물실험실 임대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실험동물을 대여할 수도 있고 동물실험 관련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임대 동물 규모만 쥐(Rat)와 생쥐(Mouse) 총 2000마리, 비글 90마리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바이오텍에 투자가 줄어들면서 바이오텍이 내부적으로 운영하던 동물실험실을 닫고 관련 장비를 매각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자체적으로 동물실험실을 운영할 인력과 장비, 공간이 없는 바이오텍들이 늘어나면서 당분간 동물실험실 임대 서비스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에서 ‘핫’한 미용의료기기까지 영역 확대 돈이 신약개발 산업에서 미용의료기기 산업으로 쏠리면서 의료기기 산업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비임상CRO도 늘고 있다. 코아스템켐온(166480)과 Dt&CRO가 대표적이다.
김영철 코아스템켐온 센터장은 “연구 인력이 250명 정도로 많다는 장점을 살려 단일 의약품, 합성의약품 등 정형화된 의약품에 국한돼 있던 CRO서비스를 다양한 질환·투여경로 등으로 확장해 정형화되지 않은 시험서비스를 강화하려고 한다”며 이의 일환으로 의료기기 관련 CRO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일반적인 의약품의 경우 효능, 안전성, 약동학(PK) 분석 등 CRO 서비스가 정형화돼 있는 반면, 미용의료기기를 비롯한 의료기기는 사용 방법이 제각각이라 성능 및 안전성 데이터를 측정할 때 표준작업지침서(SOP)를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CRO의 전문성과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김영철 센터장은 “의료기기쪽으로 CRO 서비스를 강화한 후 중·대동물 실험 예약이 어려워질 정도로 수요가 늘었고, 특히 미니피그 관련 실험예약은 올 12월까지 전부 마감된 상태”라며 “피부미용 의료기기 제품을 개발하는 전자회사나 미용의료기기 회사, 헬스케어 회사 등 다양한 회사들이 고객사가 됐다”고 귀띔했다.
Dt&CRO도 피부미용 의료기기 유효성 평가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피부미용 의료기기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들이 현재 의료기기 비임상실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임상사업부에서는 피부미용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인·허가(RA) 및 컨설팅 서비스도 활발히 제공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 Dt&CRO의 피부미용 의료기기 유효성 평가 프로토콜 (자료=Dt&C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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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CRO는 이밖에도 전문성 확보를 위해 틈새시장 공략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안질환 특화 정밀 분석 플랫폼을 구축해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장비 확보에도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고령화로 안질환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올해 효능센터에서 안질환 (관련 동물실험)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개발해 나가려 하고 있다”며 “안질환의 경우 동물의 수정체 크기가 크지 않아 검체 분석을 하기 위한 시료물질의 절대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최대한 많은 시료물질을 확보하려면 섬세하게 채취해야하고 적은 시료물질에서 정확한 분석을 하려면 전문인력과 전문장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