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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삼일제약(000520) 오너 일가가 연이어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허승범 회장은 올해만 8만주 넘게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였고, 동생 허준범 전무도 매입 대열에 동참했다.
 | |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 회장. 회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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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회장은 지난달 27일 1만 600주를 추가로 매수해 지분율을 8.2%로 끌어올렸다. 취득 규모는 약 1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2월부터 10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총 8만주 이상을 매입한 것으로, 투입된 금액은 1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해에도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2023년 6월 1785주, 7월 1300주를 취득한 데 이어 올해 들어 2월, 3월, 4월, 10월에도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며 매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허준범 전무 역시 형의 행보에 발맞춰 3월부터 5월 사이 네 차례에 걸쳐 3800여 주를 장내매수했다.
‘시총보다 매출 낮다’…저평가 인식 속 재평가 기대 오너 일가의 잇단 지분 매입은 ‘저평가’ 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삼일제약의 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030억원이다. 삼일제약 매출은 2022년 1797억원, 2023년 1963억원, 지난해 2197억원 순으로 꾸준한 외형 성장세를 나타냈다. 현재 시총은 지난해 매출보다 적은 것은 물론, 외형성장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베트남 점안제 CMO만 하더라도 국내 대형 회계법인에서 2000억원 가치로 평가를 했다”면서 “평가 당시는 대만 포모사와 계약하기 전으로, CMO 수주 레퍼런스(실적)가 쌓인 지금은 그때보다 가치가 더 올가갔다는 것이 내부 평가”라고 말했다.
삼일제약은 지난해 대만 포모사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 ‘APP13007’의 점안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5년간 약 2000만달러(약 270억원) 수준으로, 삼일제약의 첫 베트남 CMO 수주 사례로 기록됐다. APP13007은 포모사가 개발한 클로베타솔 프로피오네이트 함유 나노 현탁액으로, 백내장 및 망막 수술 후 염증·통증 완화용 안과 치료제다.
APP13007은 FDA 승인 후 미국 아이노비아, 중국 그랜드 파마슈티컬그룹, 브라질 크리스탈리아 ,포르투갈 다비 파르마셰우티카, 중동·북아프리카 타북제약, 이스라엘 짜말, 캐나다 아포텍스, 스위스 메드비스 등의 현지 제약사와 판권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전역에서 상업화가 이뤄지고 있다.
 |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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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제약은 지난해 9월 베트남 호치민시 사이공 하이테크파크(SHTP)에 위치한 점안제 전용 공장에 대해 현지 GMP 및 WHO-GMP 인증을 획득했다. 이 공장은 연면적 2만1000㎡, 연간 3억 개 생산 규모를 갖춘 최신 설비로, 현재 한국 KGMP, 미국 cGMP, 유럽 EU-GMP 인증 절차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삼일제약과 포모사 관계는 단순 생산과 공급을 넘어 한국과 베트남 내 독점 APP13007 유통 및 판매권 협의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점안제 CMO는 실제 수주 실적과 판권 협력이 더해지면서 기업가치를 한층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어시비빈트 대박 기대 + CNS 성장 자신감 로어시비빈트(LORECVIVINT) 기대 효과도 적극적인 오너일가 주식 매입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로오시비빈트는 미국 바이오스플라이스 테라퓨틱스(Biosplice Therapeutics)가 개발 중인 골관절염 주사제다. 이 치료제는 3상 임상에서 통증 개선과 기능 회복은 물론, 관절 간격 개선 효과까지 입증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스팔라이스는 오는 4분기 FDA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일제약은 2021년 국내 독점권을 확보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로어시비빈트는 염증억제, 연골보호 두 가지 작용을 한다”며 “글로벌 첫 골관절염 근본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대치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SK증권에선 지난해 1월 보고서를 통해 “로어시비빈트가 약 5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골관절염 치료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블록버스터 의약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바이오스플라이스는 로어시비빈트 기대로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에게 투자를 받았고, 122억달러(약17조원)의 가치를 평가받았다.
 | | SK증권이 올해 1월 10일 발간한 삼일제약 보고서 중 일부. 기업가치는 환율변동에 따라 올라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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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관절염 환자 418만명(2022년 기준) 가운데 2~3등급은 271만명(65%)이다. 이중 5%만 로어시비빈트 투약한다고 가정하면 ‘300만원(예상 치료제 가격) X 13만3500명(2~3등급 골관절염 환자의 5%) = 4065억원(예상매출)’ 계산이 나온다.
자체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대표적으로 CNS(중추신경계) 사업도 급성장 중이다. 관련 매출은 2021년 67억원에서 지난해 365억원으로 뛰었으며, 올해는 5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최근에는 파킨슨병 치료제 ‘원도파정’을 허가받아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최근엔 자체 안과용 의약품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일제약 북미법인은 최근 캐나다 보건부에 자사 인공누액 ‘아이투오 점안액’(Eye2O) 등록 서류를 제출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FDA에도 등록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아이투오 점안액의 북미 출시를 시작으로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호주·중남미·중동으로 수출 시장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