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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디오(039840)가 유럽 의료기기 인증 (MDR) 문턱을 넘었다. 이번 인증으로 디오는 유럽 시장은 물론, 동유럽·남미·아시아 등 비(非)EU 지역까지 레버리지를 확보하며 글로벌 확장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디오가 임플란트 전(全) 품목에 대해 유럽연합(EU)의 의료기기 통합 규정인 MDR(Medical Device Regulation) 인증을 획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국내 상장 임플란트 제조사 중 최초의 사례로, 회사 측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시장 선점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 디오 디지털 임플란트 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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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R은 ‘유럽 의료기기 인증제도’다. 원래는 MDD(Medical Device Directive, 93/42/EEC) 였지만, ‘PIP 유방보형물 스캔들’을 계기로 2021년 5월 한층 강화된 MDR로 대체됐다.
PIP 유방보형물 스캔들은 프랑스 PIP라는 회사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의료용이 아닌 산업용 실리콘을 사용해 제조한 유방보형물을 유럽 전역에 유통한 파문이다. 세계적으로 약 40만 명의 여성이 PIP사 제품으로 이식을 받았다. 그 결과,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 보형물 파열, 염증, 유방암, 림프종 등의 다수의 부작용 환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MDR을 통과하면 해당 의료기기는 유럽 CE 인증을 받을 수 있다. 26개 EU 회원국과 3개 EFTA 국가(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및 스위스는 모두 유럽 CE 인증을 요구한다.
높은 유럽 문턱, 상장사 중 MDR 인증 1호 문제는 MDR 인증이 까다로워지며 국내 임플란트 업계의 유럽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치아 임플란트는 인체 내에 장기적으로 이식되는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순 기술서류만으로는 승인되지 않으며, 공인된 통보기관(NB)의 임상·품질·안전성 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품별로 요구되는 임상시험, 기술문서, 품질관리(QMS) 요건이 MDD 대비 약 2~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MDD에는 인증 비용은 2만~5만유로(3300만~8248만원)였고, MDR은 10만~30만유로(1억6497만~4억9501만원) 내외다. 고위험군 의료기기일수록 인증 비용이 올라간다.
회사 관계자는 “EU로부터 MDR 인증을 획득했다는 것은 단순 제품 검증을 넘어 기업의 전사적 품질관리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임상평가, 사후 모니터링(PMS) 체계까지 글로벌 기준에 부합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모든 절차를 거치는 데 평균 12~24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며 “심사기관(NB) 수가 유럽 전체에서 40개 남짓으로 제한돼 있어 기업 간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신청 기업은 통보기관 심사 대기만 6개월~1년, 보완 요구사항 대응까지 포함하면 총 2년 이상 걸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디오는 국내 임플란트 상장 업체 가운데 최초로 MDR 인증을 받았다.
포르투갈·튀르키예 넘어 유럽 전역으로 이번 MDR 인증으로 디오는 포르투갈, 튀르키예에 국한됐던 유럽 매출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디오 관계자는 “유럽의 딜러 및 바이어들이 제품 선택 시 MDR 인증 유무를 1차 필터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통해 B2B 파트너십 및 딜러망 확보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디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중국 32.5%, 국내 20.9%, 인도, 포르투갈 6.7%, 튀르키예 6.7%, 인도 6.5%, 미국 6.4%, 러시아 5.6% 순이었다. 다만, 유럽으로 수출처를 한정하면 포르투갈, 튀르키예 두 국가에 집중돼 있는 양상이다. 디오의 올 상반기 매출 759억원, 영업이익 4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디오의 지난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81.2%다.
디오는 포르투갈 현지 1위 치과그룹을 통해 5년간 1000만유로(166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고 임플란트를 제공해왔다. 튀르키예선 이스탄불, 안탈리아에선 직영영업으로 그 외 지역에선 지역딜러를 통해 매출 확대를 꾀했다. 하지만 MDR 인증 부재로 유럽 전역으로 매출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유럽 의료기기 시장은 세계 약 30%(614억달러, 89조원)를 차지하며 미국(42%)에 이어 2위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인증이 유럽 시장 확장 가속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포르투갈·튀르키예 중심이었으나 앞으로 서유럽 등지에 법인·지사망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각국의 공공조달 및 병원 입찰,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 등 정부·공공 시스템 진출 시 MDR 인증이 필수 또는 우대 조건으로 작용하는 만큼 향후 수출 확대 및 대형 거래 확보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디오 관계자는 “이번 MDR 인증은 경쟁사들을 제치고 유럽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라며 “경쟁사에 한발 앞서 현지 유통·마케팅 체계 구축, 딜러망 확보, 경쟁사 대비 가격·브랜드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유럽 시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 김종원 디오 대표가 인터뷰 중이다. (제공=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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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EU 시장 진출 지렛대 더욱이 이번 MDR 인증은 비(非) EU 지역 시장 진출에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디오 관계자는 “이번 MDR 인증으로 동유럽·남미·아시아 등 비(非)EU 권역까지 협상력과 레버리지가 커졌다 ”고 평가했다.
EU MDR 인증을 획득했다는 것은 제조사·제품이 상당히 까다로운 유럽 시장의 안전·성능 기준을 충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발간한 ‘비EU 국가를 위한 의료기기 가이드’에서 “EU 이외 제3국 의료기기 인허가 과정에서 MDR을 참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며 “EU MDR 인증을 받은 제품은 수출허가서류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송창현 KIST 미래전략팀 연구원은 지난 2021년 3월 ‘의료기기 산업에서 후발주자의 성장을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논문을 통해 “CE 인증 자체가 매출 증가를 직접 유발하지는 않지만, 해외시장 진입 수단으로 작용한다”면서 “후발 기업에게 CE 인증은 기술 역량을 입증하고 파트너·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는 데 활용된다”고 분석했다.
김종원 디오 대표는 “MDR 인증은 곧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투자 증명서”라며 “경쟁사보다 빠르게 임플란트 전 제품에 대해 인증을 받은 만큼 세계 시장에서 리딩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디오의 지난해 매출은 1196억원, 영업손실 407억원이었다. 올해는 매출 1645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을 각각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