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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김경진 대표가 온 이후 분위기가 다르다. 소통능력이 뛰어나고 속도감이 붙었다.”
삼양바이오팜 내부에 있는 이들이 하는 얘기다. 지난 2021년 의약바이오 사업부문을 지주사로 불러들였던 삼양홀딩스(000070)가 4년 만에 다시 삼양바이오팜으로 인적분할해 별도법인으로 상장시킨다. 전과 달라진 점은 단연 사업을 이끌 경영인이다. 에스티팜(237690)에서 7년간 대표를 맡았던 김 대표가 키를 쥐었다.
 | | 김경진 삼양바이오팜 대표(사진=삼양홀딩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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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 연구자 출신 김경진 대표 김경진 삼양바이오팜 대표는 1963년생으로 서강대 화학과 학사·석사,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화학과 박사를 이수했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학교 화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낸 후 빅파마 로슈에서 1998년~2012년 연구했다. 국내로 돌아와 2013년 에스티팜 연구소 합성1연구부장(상무)으로 합류해 연구소장(전무)을 거쳐 서강대 화학과 선배인 임근조 전 에스티팜 대표와 각자대표로 부임, 2017년~2024년 7년간 에스티팜을 이끌었다. 작년 6월 삼양홀딩스 각자대표로 적을 옮겼다.
김 대표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그가 이끌던 시기 에스티팜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살펴야 한다. 김 대표 부임 직후 에스티팜은 위기에 봉착했다. 에스티팜은 원료의약품 위탁개발및생산(CDMO)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데 매출의 67.5%가 C형간염치료제 원료의약품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고객사의 치료제가 90%의 완치율을 보여, 신규환자의 유입보다 완치 환자의 감소폭이 훨씬 컸다. 약이 너무 잘 듣는 바람에 절대적 수요가 급감한 아이러니였다.
이로 인해 에스티팜의 매출은 2017년 2028억에서 2018년 977억원으로 51.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25.3% 감소한 156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C형간염치료제 원료의약품의 매출은 1369억원에서 348억원으로 큰 낙폭을 보였다.
기로에 선 에스티팜을 김 대표는 완전히 변신시켰다. 회사의 주력 캐시카우를 올리고 핵산치료제 원료의약품으로 선회시켰다. 다수의 글로벌제약사의 올리고 핵산치료제 신약에 임상 3상용 원료를 공급하면서 관련 매출이 2018년 143억원에서 2019년 253억원으로 76.7% 증가했다.
에스티팜의 실적을 보면 2019년에는 여전히 C형간염치료제 원료의약품의 매출 감소 영향이 두드러졌지만, 당해 올리고 설비 증축 결정을 내리면서 과감히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다. 이듬해부터는 매출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에스티팜은 2021년 흑자전환했고 작년 기준 2737억원의 매출, 영업이익률 10%를 기록했다.
김 대표의 이같은 리더십은 삼양바이오팜에 그대로 이식될 것으로 기대된다.
 | | 삼양바이오팜의 차세대 유전자 전달체 기술 ‘SENS’(자료=삼양홀딩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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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바이오팜, 유전자 전달체 기술 ‘SENS’ 김 대표가 에스티팜을 떠나 삼양홀딩스로 적을 옮기게 된 배경에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직접 초청이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삼양바이오팜은 지난 2021년 4월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100% 주주이던 지주회사와 1:0 흡수합병했다. 김 대표 합류 후로는 기업가치 제고 및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다시금 분리를 결정했다.
에스티팜에서 김 대표와 합을 맞췄던 양주성 연구소장, 김경연 품질경영 전무 등도 삼양바이오팜에 합류해 각각 신약사업PU장과 CQC장을 맡았다.
삼양바이오팜의 사업내용은 크게 의료기기, 의약품, 신약개발이다. 그 중 핵심 자산은 지난 30년간 삼양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세대 유전자 및 핵산 기반 치료제용 약물전달(DDS) 플랫폼 ‘SENS’(Selectivity Enabling Nano Shell)다.
SENS는 삼양이 자체 발굴한 양이온성 지질과 생분해성 고분자를 결합해, mRNA, siRNA, 유전자 교정 약물 등 핵산 기반 치료제를 간, 폐, 비장 등 특정 조직의 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존의 지질나노입자(LNP) 기반 전달체가 주로 간에만 흡수되어 반복 투여 시 부작용 우려가 있었던 것과 달리, SENS는 조직 선택성을 높여 비표적(off-target)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생분해성 고분자를 사용해 체내 안전성과 반복 투여 가능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삼양바이오팜은 바이오텍인 진코어와의 공동연구에서 SENS의 유전자 전달기술과 진코어의 유전자 가위 기술(TaRGET)을 결합해, 조직 특이적이고 안전성이 높은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LG화학(051910)과도 mRNA 기반 항암 신약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분할 후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외부 기관과의 전략적 제휴 및 협업을 추진하고, SENS 기술을 다양한 유전자치료제, 백신, 항암제 등 혁신 신약 개발에 폭넓게 적용할 계획이다.
나아가 삼양바이오팜은 국내 세포독성항암제 시장 1위인 제넥솔, 페메드, 그리고 글로벌 생분해성 봉합원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산업 내에서 높은 기술력과 점유율로 인정받고 있지만, B2B기업이라 투자자 인지도는 높지 않은 것이 지적된다. 인적분할을 통해 독립된 사업회사로서 사업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시장 내 삼양바이오팜의 인지도를 제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양홀딩스는 분할 증권신고서에 “삼양바이오팜은 그동안 지주회사 내 사업부문으로 존재하며 높은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독립적인 경영체제 하에서 R&D, 신약 개발, CDMO 등 의약바이오 특화 역량에 집중하고, 시장에서의 전문성과 성장 가능성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양바이오팜은 이달 24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