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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차세대 ‘블록버스터’ 혁신신약을 발굴하기 위한 글로벌 패권 다툼에 있어 국내 기업들도 해외 유망 물질을 기술도입해 연구개발(R&D) 속도를 재촉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결국 경쟁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지는 만큼, 국내 바이오 회사들은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도입하는 물질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빅파마는 유력 협업 대상이자 강력한 경쟁사다. 이들이 쥐고 있는 현금규모는 차원이 달라, 전면전을 벌이기보다는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는 매출 상위 5위 글로벌 빅파마가 기술도입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와 대상 물질 및 적응증을 살펴봤다.
 |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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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비만 치료제 신약개발은 절대적인 ‘쩐의 전쟁’이다. 국내 상위권 제약사들이 기술도입하는 빅파마에 대응하려면 어떤 물질을 전략적으로 끌어와야 할까.
이데일리가 자체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연매출 72조~83조원 규모의 매출 상위권 빅파마 5곳(화이자, 애브비, MSD, 존슨앤드존슨, 로슈)은 올해 3개 분기에만 조단위 기술도입 계약을 서너개씩 체결했다. 굵직한 트렌드를 살펴보면 CAR-T 치료제, PD-1/VEGF 등 동시타깃 이중항체 및 다중항체, GLP-1 비만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이다.
눈여겨볼 점은 ‘신규 타깃’에 대한 수요 상승이다. 약이 규제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거나 혹은 출시 후 시장을 장악하려면 ‘계열 내 최고’(Best-in-class)이거나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라는 조건이 전제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신규 타깃을 개척하는 추세다.
일례로 같은 CAR-T 치료제라도 기존 출시된 약들이 탐색한 CD19 타깃에서 나아가 CD20까지 동시 타깃하거나, 아직 출시된 약이 없는 STAT6 타깃 아토피성피부염 치료제 등의 기술계약이 체결됐다.
인수합병(M&A)은 가장 큰 규모의 기술도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올 초 인트라 셀룰러 테라피(Intra-Cellular Therapies)를 약 20조 8000억원에 인수해 조현병, 우울증, 불안장애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 분야 영향력을 대폭 확장했다.
화이자는 비만치료제 개발사 멧세라(Metsera)를 약 10조원에 인수하는 내용을 추진 중이나 최근 노보노디스크 측의 약 12조원 역제안에 좌초될 위기인 점도 주목된다.
매출 톱 5 외에도 순서대로 노바티스, BMS,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GSK,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등이 부단히 물질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한 바이오텍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빅파마는 더 이상 오리지널 약물을 초기부터 발굴하는게 아닌, 유망 물질을 도입해 후기 개발 및 상업화를 담당하는 ‘발행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금력과 노하우를 갖춘 성숙한 대형사가 중소회사의 혁신 물질을 빠르게 도입하는 산업 형태를 짚었다.
국내 BD 담당자들 ‘말말말’ 일각에서는 국내 회사들이 해외 대형사처럼 임상 3상을 직접 디자인하고 추진할 만큼의 경험이나 자금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질을 진작에 기술이전 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직접 3상을 해야 하는 형국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가능성 있는 물질은 한국 회사가 아닌 미국 빅파마에 미리 팔린다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국내 바이오회사 사업개발(BD) 담당자는 “LG화학,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SK바이오팜, HLB, 유한양행 정도는 직접 3상까지 이끌어 상업화 약물을 만들어 낼 수준에 와 있다고 본다”며 “만약 지금 국내사가 전세계적으로 경쟁이 격화된 GLP-1 물질, 또는 PD-1/VEGF 타깃 물질을 사온다고 한다면 무모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중추신경계(CNS) 질환 등에 니치마켓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한국 바이오 산업의 체급이 커진 것이 맞다”며 “특히 전임상 단계 물질을 사들여 빅파마에 재이전하는 중간자 역할은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체급이 커진 기업들의 기술도입 트렌드는 국내 바이오텍 생태계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BD 실무자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송이오 한국바이오협회 팀장은 “기술을 꼭 해외에서 도입해오느냐를 중요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작년 연말부터 올 연초까지 라이선싱 딜의 직접적 관계자가 아니던 이들도 국내 바이오텍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도입하는 곳 입장에서는 물질의 우수성 뿐만 아니라 그 물질을 샀을 때 ‘우리 회사에서 기여할 수 있는 정도’를 살핀다”며 “사온 물질을 우리가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으며, 기존 제품 라인업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기존 유통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타겟 적응증(질환) 시장이나 타겟 기여군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 매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