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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국내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외부 기술이나 파이프라인을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미 외부 기술도입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상황이기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개발한 기술이나 파이프라인을 대부분 글로벌 빅파마에 넘기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세우면서 ‘하청 업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앞으로는 이를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제약바이오 자주 독립’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대표하는 SK바이오팜, 셀트리온, 유한양행, 종근당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처럼 ‘기술·파이프라인 도입’ 전략을 본격 펼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대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자금 확보’ 등을 이유로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수출’ 계약에 집중했다. 현재 기술도입에 적극적인 국내 기업들을 살펴보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거나 블록버스터 등극이 확실시 되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충분한 자금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상업화까지 가능하다는 판단에 본격적으로 기술도입에 나선 것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 기술도입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곳이 나오면서 K바이오도 더 이상 글로벌 빅파마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성장까지 내다볼 기반을 다질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모달리티에 적극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빅파마와 격차가 비교적 크지 않은 기술이나 파이프라인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아직까지 방사성의약품(RPT) 등에서는 글로벌 빅파마와 바이오텍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잘 도입한다면 글로벌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글로벌 빅파마 대비 간략한 의사 결정으로 전략적 개발이 가능하고 개발 우선 순위에 대한 결정도 빠를 수 있는 만큼 기대해볼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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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T부터 ADC까지…신규 모달리티로 집중 SK바이오팜은 적극적인 기술·파이프라인 도입 전략을 통해 신약 개발 모멘텀을 확보할 뿐 아니라 체질 개선까지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개발 및 품목허가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해내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탄생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는 2027년 매출 1조원 달성이 확실시되며,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바이오팜 실적을 이끈 엑스코프리는 앞으로 기술도입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되는 등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써 역할도 담당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파이프라인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첫 도입 파이프라인은 지난해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로부터 사들인 방사성의약품(RPT) 후보물질 ‘SKL35501’(FL-091)다. SK바이오팜은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총 5억7150만달러(8100억원)에 확보했다. SK바이오팜은 연내 SKL35501의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3일에는 미국 보스턴 소재 바이오텍 인테론(Interon Laboratories)과 인테론이 개발 중이던 자폐증 치료제 후보물질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공동연구개발 성과가 도출되면, SK바이오팜은 해당 물질에 대한 독점적 계약 체결 권리를 갖는다.
이어 SK바이오팜은 올해 안으로 엑스코프리에 이은 상업화 의약품 1개를 비롯해 RPT 후보물질 1개까지 총 2개 물질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SK바이오팜이 추가할 RPT 신약 파이프라인은 항암 분야 물질로, 앞으로 신약 개발 방향은 ‘항암’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이에 기존 강점이었던 중추신경계(CNS)를 넘어 규모가 훨씬 큰 항암제 시장에서도 선전이 기대된다.
셀트리온은 기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 점차 신약 연구에도 나서며 신약 개발사로 체질 개선 중인데 그 중심에는 ‘기술 도입’이 있다.
셀트리온은 외부 도입 파이프라인이 10개에 달한다. 아직까지 대부분 전임상 단계이지만 일부 파이프라인은 곧 본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표적으로는 미국 바이오텍 에이비프로와 공동 개발 중인 다중항체 면역항암제 ‘CT-P72’가 내년 임상 1상 진입이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2022년 에이비프로에 200만달러(28억원)의 선급금을 지급했고, 개발 마일스톤으로는 1000만달러(143억원)를 약정했다. 상용화 시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은 최대 17억5000만달러(2조5000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2024년 에이비프로에 500만달러(71억원)를 추가로 투자하면서 CT-P72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셀트리온은 국내 기업 중 피노바이오와 항체 약물 접합체(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기술을 최대 15개의 타깃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실시 옵션 도입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말 국내 다중항체 개발 기업인 머스트바이오로부터 PD-1, VEGF, IL-2v 타깃 삼중융합단백질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공동 개발·글로벌 판매 권리를 확보했다. 이달 4일에는 미국 바이오텍 카이진(Kaigene)과 항체 기반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KG002와 KG006 등 2종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약 114억원에 개발 마일스톤 최대 1584억원, 판매 마일스톤 최대 8921억원 등 최대 약 1조620억원이다.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통해 외부 도입 물질의 잠재력을 확인한 후 적극 기술도입에 나서고 있다. 유한양행은 총 9개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개발 및 권리 대상 지역이 모두 ‘전세계’라는 점에서 글로벌 진출에 대한 유한양행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외부 도입 물질 중 가장 큰 기대를 받는 파이프라인은 알레르기 질환 신약 후보물질 ‘YH35324’(레시게르셉트)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20년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1조4000억원에 해당 파이프라인을 기술도입했다. 유한양행은 지아이이노베이션과 YH35324의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유한양행이 일본을 제외한 전세계 독점적 전용실시권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같은 기전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졸레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물질로 평가받는다. 졸레어의 연간 매출은 5조원에 달한다.
종근당은 2023년 시나픽스와 1억3200만달러(1900억원)규모 기술도입을 통해 ADC 시장에 진출했다. 이를 통해 종근당은 자체 개발 항체에 시나픽스의 ADC 플랫폼 기술을 접목해 ADC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비독점적 실시권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외부에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분석하는 별도의 조직 운영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며 “외부 파이프라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투자, 공동개발,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입하는 등 분위기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