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현재 개발 중인 타액(침) 혈당측정기 뿐 아니라 앞으로 개발할 타액 암 진단기기의 글로벌 진출도 준비 중입니다.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는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글로벌 개발 역량 및 유통망을 가진 곳에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 (사진=동운아나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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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동운아나텍(094170) 대표는 13일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간담회 이후 이데일리와 만나 “국내에서는 내년 중 타액 혈당측정기가 상용화 될 것이며 글로벌 진출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중”이라며 해외 진출 계획과 기술수출 전략에 대해 처음으로 밝혔다.
동운아나텍은 2019년부터 타액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의료기기 ‘디썰라이프’(D-SaLife)를 개발 중이다. 액체생검 중에서도 타액 기반 플랫폼은 비침습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에 진단 업계에 혁신을 가져올 ‘게임 체인저’로도 불린다. 또 접근성이 뛰어나 혈당 또는 질병의 조기 발견 및 모니터링 수단으로 적합하다.
‘세계 최초’ 타액 혈당측정기 타이틀이 기대되는 디썰라이프는 국내에서 연구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으로 제품을 상용화 할 예정이었으나, 제품의 성능을 더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면서 일정이 다소 미뤄졌다. 동운아나텍은 올해 하반기 확증 임상을 실시하고 내년 상반기 내로는 품목허가까지 받는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원래는 공복 혈당을 측정하는 제품으로 개발했는데, 식후에도 혈당을 체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장 의견이 있었다. 이에 연구자 임상부터 다시 진행했다. 식약처에서 더 다양한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받았고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면서 상용화 예상 시점이 조금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진출 관련 전략도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디썰라이프의 원활한 임상 및 승인을 위해 식품의약국(FDA) ‘프리 서브미션’(Pre-Submission)이 제출된 상태다. 프리 서브미션은 신약이나 의료기기의 임상 등을 앞두고 FDA와 사전 논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지난 4월 프리 서브미션까지 완료된 상황으로 하반기에는 허가를 위한 임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운아나텍은 혈당 측정에 그치지 않고 타액 기반 암 진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UCLA와 타액 기반 암 진단 기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세계적 타액 진단 전문가 데이비드 웡 UCLA 치의과대 교수와 적극 협력 중에 있다.
동운아나텍이 UCLA와 협력하는 것은 기술수출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동운아나텍과 협력하고 있는 웡 교수와 그의 팀은 미국병리학회로부터 전기를 이용해 바이오마커 등을 검출하는 ‘EFIRM’ 진단 기술과 분석 플랫폼에 대한 CLIA(Clinical Laboratory Improvement Amendments) 인증까지 확보한 상태다. 이에 미국 시장 진입시 필요한 인증 절차가 간소화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진단 기업들은 우리가 타액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타액 진단 기기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보다 기술력을 가진 다른 기업 제품을 라이선스인 하는 방법이 더 쉽기 때문”이라며 “UCLA와 협력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실시할 기술수출 측면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운아나텍에 따르면 글로벌 진단 강자인 로슈와 애보트는 액체생검 중에서도 기존 혈액 진단 등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타액을 통한 진단기기 개발에는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동운아나텍이 타액 진단 기술 성능을 입증하는 경우 수월한 기술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로슈와 애보트는 진단기기 관련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라이선스인 하고 있다. 2020년 애보트는 퀀터릭스(Quanterix)의 고감도 바이오마커 분석 기술을 비독점적·로열티 부과 방식으로 라이선스인 했으며, 지난해 7월 로슈는 루미라Dx(LumiraDx)의 현장진단 기술 플랫폼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499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당뇨 환자 및 혈당측정기의 시장 규모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전 세계 당뇨병 환자 수는 약 5억4000만명에 달하며 당뇨병 발병 고위험군은 약 30억명으로 추산된다. 또 2026년 전 세계 혈당측정기(BGM) 시장 규모는 약 24조원, 연속혈당기(CGM) 시장은 약 16조원으로 전망돼 합쳐서 40조원에 가까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헬스케어라는 신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시장 규모를 먼저 확인했는데 진단기기의 시장이 상당히 컸다. 현재 1순위는 타액 혈당측정기를 상용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